輸入 늘리고, 일자리 빼앗는 무역협정... 다 손본다는 트럼프

    입력 : 2017.01.23 10:02

    ['미국 우선' 트럼프 시대]
    "TPP 탈퇴, NAFTA 재협상 거부땐 파기"… 통상 전쟁 선포


    - 국정기조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
    트럼프 "해 끼치는 국가에 철퇴… 무역으로 수백만 일자리 되찾을것"


    - '무역의존도 85%' 한국 초비상
    中 41%, 日 37%보다 훨씬 높아… 모건스탠리 "韓中日 최대 역풍"


    - 한·미 FTA 재협상 카드 꺼낼까
    현대경제硏 "만약 FTA 백지화땐 4년간 국내 일자리 12만개 없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취임식 날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며 사실상 통상 전쟁을 선포했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6대 국정(國政) 기조'를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방침을 분명히 했다. 무역협정으로 수출 대신 수입이 증가하면서 미국 내 일자리가 줄었으니 이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통상 전쟁으로 세계 각국이 연쇄적으로 보호무역 장벽을 높일 경우 무역 의존도가 85%나 되는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최순실 사태'에 따른 리더십 부재로 대응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대기업까지 특검 수사 등으로 발이 묶인 상태다.


    ◇일자리 되찾기 이미 시동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이라는 국정 기조는 '중상주의 시대'를 방불케 하는 표현들로 가득하다. '미국은 무역을 통해 잃어버린 수백만개 일자리를 되찾아올 것'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국가들에 철퇴를 가할 것' '재협상을 거부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파기를 선언할 것' 등의 내용도 들어 있다.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막상 취임하면 TPP 탈퇴와 NAFTA 재협상 등의 공약을 후순위로 미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는데, 이를 한순간에 날려보낸 셈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가 미국이 만들고 주도한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스스로 흔들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대변화의 소용돌이가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강경 입장은 벌써 효과를 보고 있다. 트럼프는 '글로벌 기업 때리기'를 통해 이미 726억달러(약 85조4000억원) 대미 투자를 약속받았다. GM·포드 같은 미국 기업은 물론이고 외국 기업인 도요타를 상대로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고, 이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현대차그룹도 향후 5년간 31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미·중 갈등에 한국 '새우등' 신세


    백악관이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최우선 표적이 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통상 핵심 라인을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반중(反中) 강경파로 채웠다. 미·중 갈등은 우리 경제에도 타격을 준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 소재·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 기업이 이를 가공해 미국에 파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 한국의 전체 수출도 0.3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로 한국·중국·일본이 최대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통신 장비, 컴퓨터와 부품, 자동차 등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이 84.8%(2015년)로 중국(41.2%), 일본(36.8%)보다 훨씬 높다. 신승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최대 피해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준비 안 된 한국 후폭풍 우려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와 회담을 추진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트럼프 면담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대기업 총수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엮여 줄줄이 출국 금지를 당해 알리바바·루이뷔통 등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트럼프를 만나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다.


    트럼프가 '일자리 킬러'라고 비판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만약 한·미 FTA가 올해 폐기된다면 2020년까지 수출만 130억달러, 일자리 12만7000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현대경제연구원이 전망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한·미 FTA로 손해를 봤다는 주장은 통상 압박 수단일 뿐 실제 재협상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동향을 파악하면서 통상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주도하는 새로운 다자간 FTA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