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 "삼성, 스피드 경영에 악영향 불가피"

    입력 : 2017.01.19 09:46

    이재용 특검 수사 후폭풍에 촉각 "글로벌 혁신 이미지에 큰 손상"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이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정조준하면서 해외에서도 '특검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17일(현지 시각) "앞으로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 결정과 지배 구조 개선이 미뤄지는 등 경영 차질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또 오너에게 집중된 한국식 기업 시스템의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영장 실질 심사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긴장한 표정의 이재용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나와 서울중앙지법으로 가는 특검팀 차량에 앉아 있다. 이 부회장은 특검에 출석한 다음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해 4시간 가까이 영장 실질 심사를 받았고, 이후 서울구치소로 가서 법원의 결정을 기다렸다. /김지호 기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이 부회장은 세계적 기업의 경영진을 직접 만나며 전략적 투자 결정을 내려왔다"며 "그동안 방산·화학 계열사를 팔고 전략 사업에 치중해온 삼성 행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세계적 리서치 기업 '샌퍼드 번스틴 앤드 컴퍼니'의 애널리스트 마크 뉴먼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사업 구조조정이나 조 단위 투자와 같은 큰 결정들을 내리지 못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삼성은 지금까지 스피드 경영을 내세우며 반도체와 스마트폰에서 대담한 투자를 단행해왔다"며 "기업 수뇌부에 대한 수사로 경영 판단이 느려지는 악(惡)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글로벌 IT(정보 기술) 기업으로서 삼성 혁신 이미지에 손상이 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삼성 전문 기자인 글로벌 포스트의 제프리 케인 수석 기자는 "특검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삼성전자의 '혁신' 이미지는 큰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이 실리콘밸리 스타일 기업을 추구하면서도 경영 체제는 중세 왕조 스타일로 유지했다는 것을 주주와 파트너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에서 "이번 수사는 삼성뿐 아니라 수십년 동안 유지되어온 '주식회사 한국' 체제를 뒤흔들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