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식·대형주·신흥국 채권·金... 닭의 해, 4가지 황금알

    입력 : 2017.01.13 09:44

    [Cover Story] 자산관리 전문가 20인에게 물었다… 2017년 재테크 전략


    글로벌 저(低)성장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사드 배치 결정, 최순실 사태 등 예상치 못한 뉴스가 쏟아진 2016년은 투자 결정을 하기 어려운 해였다. 올해도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저(低)금리 시대가 저문다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언제 국내외에서 악재가 터져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내 대표적인 은행, 증권사의 PB(자산관리 전문가) 20명에게 2017년에 맞는 재테크 전략을 물었다. 이들은 "지나친 욕심은 접어두고 목표 수익률을 정기예금 금리보다 약간 높은 연 4~6%로 잡으라"고 조언했다.


    ◇미국 증시, 트럼프 효과 기대


    올해 투자처 중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은 건 미국 증시였다. 전체 응답자의 90%가 "미국 주식을 사라"고 권했다. 새로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감세정책 등 '성장전략'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김남규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PB는 "인프라 투자 및 고용 회복에 따른 소비 개선을 바탕으로 미국 경제가 확장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단기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나는 만큼,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유로존의 경우 관망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4월 프랑스 대선을 필두로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국의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극좌·극우 세력이 득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브렉시트 여진과 유럽은행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본 증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일본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올해 엔화의 향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작년 투자자들을 즐겁게 해준 러시아 증시에 대해서는 올해도 낙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이희수 우리은행 연희동지점 PB는 "미 트럼프 정부와의 공조로 인한 수혜가 기대된다"며 "특히 인프라 투자와 원유값 상승 등으로 원자재 관련 회사의 전망이 좋다"고 평했다. 단, 작년에 러시아 증시가 급등한 만큼,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었다. 동남아시아는 성장성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미국 보호주의로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배당주


    대형주와 중소형주 모두 고른 지지를 받았지만, 전문가들이 꼽은 '매력 포인트'는 달랐다. 대형주의 경우 작년 빙하기를 맞았던 수출이 올해 회복세에 들어서면 경기 민감주, 가치주를 중심으로 선호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선인 만큼, 수출 대기업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도 했다. 반면 작년에 주가가 크게 떨어졌던 중소형주는 '저렴한 가격'이 매력으로 꼽혔다. 김원만 신한PWM방배센터 팀장은 "상반기에는 대형주 위주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중소형주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20% 정도 보유하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배당주는 저금리와 국내 기업의 배당 성향 증가 등에 힘입어 65% 지지를 받았다. 김경선 신한PWM방배센터 팀장은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금리를 내리면 기업 이익이 늘어나고, 기업들은 늘어난 이익을 배당하려고 할 것"이라며 "연말 배당 시즌 후 조정기에 투자하길 권한다"고 했다.



    ◇선진국 채권은 의견 갈려


    전문가들의 투자 권유가 극명하게 갈린 투자처는 선진국 채권이었다. 응답자의 40%는 "사라"고 했지만, 35%는 "팔라"고 답했다. 김다미 NH농협은행 충북WM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채권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신현조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 PB는 "신흥국 채권보다 선진국 채권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선진국의 경우 국채보다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과 시니어론을 추천했다.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이 높은 금리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중금리 상승은 채권시장에 직격탄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미국 경기가 좋아질수록 하이일드 채권의 부도율은 낮아진다. '시니어론'은 금융회사가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S&P 기준 BBB- 미만)에 대출해준 자금을 유동화해 발행한 대출 채권이다. 변동금리를 적용받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도 늘어난다.


    신흥국 채권은 주요 개발도상국의 정책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큰 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혔다.


    ◇"지금 금값은 생산원가… 장기투자에 적합"


    금(金)도 85%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금 가격은 미국 대선 직전엔 연초 대비 20% 오른 온스당 130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가, 트럼프 당선 이후 급락하더니 최근에는 113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값이 단기간에 상당히 떨어진 만큼, 생산원가에 가까운 온스당 1000~1100달러 수준은 매력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책으로도 금을 투자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권지현 IBK기업은행 WM사업부 전임연구원은 "가격이 매력적인 만큼, 장기투자에 한해서 금을 사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석유 감산 조치 등에 힘입어 배럴당 20달러대에서 50달러까지 치솟은 원유에 대해서는 매수를 권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 팀장은 "산유국의 감산 합의로 공급과잉 우려가 해소되고,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고 했다.


    ◇부동산 투자 삼가고, 달러 투자는 조심하라


    작년 급등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투자를 삼가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금리 상승,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축소 등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한 배상덕 KB증권 강동지점장은 "부동산은 여전히 실거주자나 현금 여력이 충분할 경우 좋은 투자처"라며 "상반기는 보합권을 이루다가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봤다. "강남권, 재개발, 재건축 이외에는 사지 마라"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달러 투자에 대해선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인 1200원 수준 밑에서 사라'고 조언했다. 환율이 비교적 빠르게 오른 만큼 달러가 더 오를 폭이 제한적이고, 미국이 본격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재정정책을 쓰기 시작하면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