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임원 없애고... 카카오, 다음 출신 전면에

    입력 : 2017.01.12 10:00

    [국내 양대 포털, 조직 확 바꿨다]


    네이버, 실무형 CEO 내세워 '이해진 친정체제' 강화
    카카오, 2선 물러났던 다음 출신 중용… 실적 승부수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해 들어 조직을 싹 바꿨다. 네이버는 3월 한성숙 CEO(최고경영자) 취임을 앞두고 임원제 폐지를 비롯한 큰 폭의 개편안을 내놨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 이후 디자인·인사·광고 분야 등에서 구글·LG전자 출신들을 잇달아 영입했던 카카오는 올해 들어 옛 '다음' 출신들을 전면(前面)에 내세웠다.


    ◇전면에 나서는 창업 멤버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판사 출신으로 2009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온 김상헌 대표가 물러나고, 검색·동영상·블로그 등 네이버 서비스 전반을 총괄해온 한성숙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한 것이 개편 신호탄이었다. 한성숙 내정자는 "오래 일해야 성과가 나온다"는 말로 유명할 정도로 '일벌레'이다. 한 내정자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도 김상헌 대표가 주로 담당했던 대외 업무는 맡지 않고 서비스총괄 업무에 치중하기로 했다. 실무형 CEO인 셈이다. 이로 인해 이번 대표이사 인사가 세대 교체 인사임과 동시에 이해진 의장 친정 체제를 강화하는 포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 안팎에서는 "한 내정자는 누구보다도 이해진 의장의 의중을 잘 아는 사람"이라며 "유럽 공략에 나서는 이해진 의장의 공백을 잘 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여기에 작년 2월 승진한 박상진 CFO(최고재무책임자)를 포함해, 김진희 CHO(최고인사책임자), 최인혁 비즈니스총괄 부사장, 채선주 커뮤니케이션그룹 부사장 등 '창업 멤버'들이 핵심 요직을 맡으며 네이버를 이끌 전망이다.


    새해 초 '깜짝' 발표한 임원제 폐지도 잘나가는 네이버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이해진 의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입 직원부터 임원까지 모두 직책을 떼고 '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게 된다. 또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능력이 있는 직원이 팀 '리더'가 되는 구조다. 하지만 일부 고참 직원 사이에서는 "내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카카오 역시 2014년 10월 합병 이후 2선으로 물러났던 다음 출신들이 최근 들어 전면에 나서고 있다. 과거 다음에서 미디어 사업을 담당했던 임선영 부사장이 올해부터는 다음 포털 서비스와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채널, 동영상 TF(태스크포스) 등 카카오톡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총괄하기로 했다. 여기에 홍보는 다음 출신 정혜승 이사가, 정부와 국회 등 대외 협력 총괄 역시 다음 출신인 이병선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


    ◇이해진·김범수의 의중은?


    이런 변화에는 이해진·김범수 두 창업자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해진 의장은 작년 10월 한성숙 신임대표 내정 때 밝힌 대로 3월 열리는 이사회에서 의장직을 사퇴하고 해외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의장은 최근 들어 성남 분당구 정자동 본사 출근이 뜸한 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출근할 때도 오후 2시쯤 나와서 1~2시간만 있다가 퇴근하는 일이 많다"면서 "기존 업무보다는 네이버랩스 같은 개발 쪽 업무를 더 챙긴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모교인 상문고에서 '제1회 자랑스런 상문인상'을 받았지만 작년 11월 열린 시상식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 의장은 앞으로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와 함께 북미·유럽 등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라인'이 될 차세대 먹을거리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중호 대표가 이끄는 프로젝트팀(JTF)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는 다소 사정이 급하다. 지난해 1조8700억원을 들여 음악 서비스 '멜론'을 인수하고, 대리기사 호출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 등을 내놨지만 아직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주가는 작년 1년 동안 33.5% 하락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포털의 부활을 통해 반전을 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카카오는 작년 11월 개최한 '비즈니스 콘퍼런스 2016'에서 PC 뉴스 개편과 동영상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포털 '다음'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