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불황에도 稅收 호황... 부동산과 '엔티스'의 힘

    입력 : 2017.01.11 09:35

    이 불경기에 전년보다 세금 24조 더 걷었다는데, 왜?


    부동산 괜찮았고 - 주택 거래 늘며 양도소득세 수입 증가
    법인세 더 걷히고 - 기업들, 전년보다 세전 순익 19% 늘어
    자영업 탈세 줄어 - 1800억건 빅데이터 무장 '엔티스' 효과


    소득·법인·부가세 7조원씩 더 걷혀… 올해 전망은 '빨간불'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인해 국내 경제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는 목표치보다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며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작년 11월까지 연간 목표 세수(稅收)의 99%를 거둬들였다. 이런 추세라면 작년 한 해 동안 국세 수입은 목표치보다 최소한 수조원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득 감소와 부채 증가로 가계가 이중고를 겪고, 기업들은 수출 부진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정부만 늘어난 세수로 여유를 찾고 있는 셈이다. 불경기에 세수가 대폭 늘어난 미스터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호황, 저유가, 법인세 감면 혜택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국세청이 '빅 데이터'를 대거 수집해 자영업자 탈세(脫稅) 막기에 나섰다는 것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1인당 세금 48만원 추가 부담한 셈


    10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재정 동향에 따르면, 작년 1~11월 사이 국세(國稅) 수입은 230조5000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206조2000억원)보다 24조3000억원 늘어났다. 산술적으로 국민 1인당 한 해 사이 48만원가량 세금을 더 낸 셈이다.



    3대 세목(稅目)인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가 각 7조원 이상씩 고르게 더 걷혔다. 소득세가 늘어난 원인은 저금리와 규제 완화로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가 늘어 정부의 양도소득세 수입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법인세는 고용을 늘리거나 연구개발에 투자했을 때 세금을 깎아주는 폭을 줄이면서 세수 증대로 이어졌다. 또한 작년 법인세는 2015년 실적으로 납부하게 되는데, 2015년 기업들(12월 결산 법인 기준)의 세전 순이익이 전년보다 18.7%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작년 하반기의 실적 감소분은 올해 낼 법인세에 반영될 예정이라 아직까지는 세수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부가세가 늘어난 것은 수출 감소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외국에 수출하는 물품에 대해 미리 걷어둔 부가세를 돌려주는데, 작년 한 해 수출이 5.9% 줄어들었기 때문에 되돌려준 부가세가 그만큼 감소했다. 덜 돌려주니 정부의 부가세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낮은 국제 유가로 인해 기름값 부담이 적은 덕분에 휘발유, 경유 소비량이 늘어나 교통세 수입도 1조3000억원 증가했다.


    ◇1800억건 빅데이터 담은 엔티스의 마법


    소비자들이 물품 대금을 결제할 때 현금보다는 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거래가 투명해졌다는 점에서 사업자들이 탈세하기 힘들어진 측면도 있지만, 국세청이 개발한 납세 정보화 시스템인 '엔티스(NTIS)'가 세수 증대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티스는 세원(稅源)과 관련한 갖가지 빅데이터를 축적한 뒤 납세자에게 신고해야 할 세금 액수를 미리 계산해 제공한다. 담고 있는 데이터가 1800억건에 달한다.


    이를테면 호텔·모텔에는 전기와 수도 사용량을 체크해 손님을 얼마 이상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에 맞춘 매출액을 사전 통보한다. 숙박업소 대표가 그보다 낮은 세금을 신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 기업에는 법인카드 사용액을 확보해 매출액이 얼마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그에 맞춰 세금 신고를 하라고 통보한다. 또 기업이 업무와 무관하게 구입한 상품권 액수도 파악해둔 다음 세금 액수를 계산할 때 비용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봉쇄해 버린다. 국세청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다 보니 수입이 많은 자영업자나 기업의 탈세 행위를 방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2015년 7월에 개통한 엔티스를 처음으로 연중 가동한 시점이 작년이다 보니 작년부터 세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세수 전망은 빨간불


    올해는 세수가 작년처럼 호황을 누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정부는 작년보다 10조원가량 많은 242조3000억원의 국세를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경기가 반등하지 않으면 달성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2.4%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2%로 감소하고, 건설투자 증가율은 10.8%에서 4%로 쪼그라드는 등 정부는 세수 여건이 나빠진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국제 유가가 작년 11월 산유국들의 감산(減産) 합의 이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악재다.


    국세청에선 엔티스를 활용한 세수 증대 효과는 이미 작년에 대부분 나타났기 때문에 올해엔 자영업자들로부터 추가로 세금을 더 거두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경기 상황을 종합해볼 때 올해엔 경기 침체 여파가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는 세수 실적이 작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