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인천공항 면세점 선정권 내놔라" 파장

    입력 : 2017.01.11 09:29

    [공항공사와 갈등에 입찰공고 지연…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 실종 우려]


    - 영향력 키우려는 관세청
    "中企에도 기회 줘야" 명분… 공항·항만 전체로 확대 계획
    평가 항목서 '임대료' 삭제 요구


    - 반발하는 인천공항공사
    "9兆 들어가는 제2터미널 공사, 면세점 수입 등으로 자체 충당
    새로운 선정 방식 도입하면 내년 2월 전에 면세점 못열어"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권한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금까지 인천·제주 등 각 공항에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 등 여러 '사업자' 가운데 어떤 기업을 입점(入店)시킬지에 대한 결정은 해당 공항·항만 공사(公社)의 몫이었다. 관세청이 앞으로 이 결정을 직접 내리겠다고 인천공항 측에 통보한 게 발단이다. 이 때문에 작년 11월에 나왔어야 할 면세점 사업자 입찰 공고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어 면세점 개장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면세점 개점이 늦어져 내년 초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特需)를 날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세청 '선정권' 요구에 공항 반발


    현재 인천공항 북쪽에는 오는 10월 가동을 목표로 제2여객터미널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기존 1터미널의 연간 적정 수용 능력은 5400만명인데, 작년 한 해 동안 5777만명이 이용, 시설이 부족한 상태다. 수용 능력 1800만명 규모의 신축 2 터미널은 대한항공 등 4개사(社)가 이용한다. 2터미널 면세점은 약 1만㎡로 기존 1터미널 면세점의 약 60% 넓이다.



    2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입찰 공고는 작년 11월 초에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10일까지도 공고는 나오지 않았다.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가 '사업자 선정권'을 놓고 맞서고 있기 때문. 지금까지 공항·항만 면세점 사업자는 해당 공사가 선정하고, 관세청은 선정된 사업자에 대한 심사를 거쳐 허가만 해주는 구조였다. 하지만 관세청이 작년 10월 인천공항공사 측에 사업자 선정 방식 변경을 요구했다. 변경 안(案)의 핵심은 관세청이 사업자를 사실상 결정하겠다는 것. 시내면세점의 경우 관세청이 선정·허가권자이다.


    관세청은 사업자 선정 평가의 목적을 '대·중소기업 균형 성장'으로 내걸고, 평가 항목에서 '임대료'는 아예 삭제하자고 요구한다. 기존에는 공항공사가 입찰을 통해 사실상 임대료를 가장 많이 내는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금의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 선정 모델은 공항 재정이 열악하던 개항 초기에 만들어진 임시 모델"이라며 "지금은 임대 수익 이외에 대·중소기업 상생 등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관세청 제안대로라면 임대료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공사 측은 "인천공항은 세계 최대의 면세점 임대 수익을 재원으로 시설을 개선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관세청 주장이 관철되면 면세점 사업자의 이익만 커지고, 공항 시설 유지를 위한 국민적 부담이 더 무거워질 것"이라고 했다.


    인천공항은 전체 매출의 약 40%를 면세점 임대료로 거둬들이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전 세계 공항 면세점 중에서 5년 연속 세계 1위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공항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8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2터미널 신축 공사 비용도 전액 자체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관세 당국이 사업자를 직접 선정하는 경우는 없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올림픽 특수 날린다" 우려도


    업계에서는 관세청의 요구를 '최근 매출이 급증하는 출국장 면세점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시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인천공항의 면세점 임대료 수익은 2012년 6125억원이던 것이 작년 8642억원으로 5년 만에 41.1% 급증했다. 올해는 1조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이권이 걸린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 선정권을 확보하겠다는 관세청의 조직이기주의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2월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 계획으로는 적어도 이달 중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가야 11월 초 운영을 시작할 수 있다. 인천공항 측은 "지금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적용하면 내년 2월 이전 영업 시작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법규를 바꾸거나 하는 사안이 아닌 만큼, 지금이라도 서둘러 진행하면 올림픽까지 차질을 빚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영 서울대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관세청 제안대로라면 향후 공항 확장 공사에는 국민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