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이자보다 못하네... 펀드시장에 봄날은 올까

    입력 : 2017.01.10 10:00

    [작년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0.62%… 펀드 무용론 확산]


    - 펀드시장 위축 왜?
    저수익에 실망한 '앵그리 머니', 증시 떠나 부동산 시장에 흡수
    안정적인 상품에만 투자하기도


    - 올해는 살아나나
    "더 이상 악재 없을 정도로 바닥" 상장사들 순이익 사상최대 전망
    외국인 주도 강세장 예상 속 "성장기업 위주로 선별 투자를"


    "한국에서 펀드 (투자)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펀드를 하느니 안전하게 예금을 하는 게 낫죠."


    요즘 한 인터넷 포털의 재테크 카페에는 이런 내용의 '펀드 무용론(無用論)'이 여럿 올라와 있다. 펀드에 실망한 개인들이 자신들의 실패담을 소개하면서 분노하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한때 '재테크 1순위'로 각광받으며 승승장구했던 과거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다.


    개인들의 펀드 투자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시가총액 대비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은 2.89%로, 지난 2004년(1.2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4년은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4~5%, 저축은행 예금은 연 6~7%에 이르는 고금리 시절이어서 펀드 투자가 일반화되기 전이다. 공모펀드 비중의 경우 지난 2007~08년 펀드 붐이 한창일 때에 6~7%에 육박했지만, 이후 계속 줄어들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스피가 수년간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주식형 펀드의 성과 부진이 계속되면서 개인들이 가입하는 주식형 펀드 위상이 지난 2004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면서 "금융투자 자금이 저수익 상품에 머물거나 혹은 생활비로 새어나가면 중장년층의 노후 대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앵그리 머니·생계형 환매·안정적 수익 선호 급증


    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 번째는 펀드 성과에 실망한 앵그리머니(화난 돈)가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62%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을 넣어뒀을 때의 성과(1.28%)보다 나빴다. 주부 이재은(42)씨는 "저금리 시대라고 해서 펀드에 돈을 넣었는데 오히려 예금보다 못한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왔다"면서 "원금은 까먹고 있는데 금융회사들이 수수료는 꼬박꼬박 떼어가니 더 속상하다"고 말했다.



    전세금·집값 급등에 따라 가계에 여유 자금이 줄어들어 현금이 필요해서 발생하는 이른바 '생계형 환매'도 펀드시장 위축의 주요 이유이다. 유성천 KB자산운용 상무는 "펀드를 환매한 후 좀처럼 자금이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이는 투자 자금이 증시에서 떠나 전세 등 부동산 시장으로 흡수된 경향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손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갇혀 원금 손실 리스크를 피하고 싶어하는 초식(草食) 투자 트렌드가 강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조완제 삼성증권 상품개발팀장은 "요즘 투자자들은 펀드 등 위험자산에서 한 번 손실을 보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믿는다"면서 "그러다 보니 고수익·고위험 상품에는 큰 관심이 없고 시중 금리 대비 약간 더 수익이 나는 안정적인 상품만 찾는다"고 말했다.


    ◇"증시 변곡점… 머니무브 기대"


    침체된 펀드 시장은 언제 되살아날까. 향후 국내 증시 상황에 달렸는데, 박스권 장세에서의 환매는 마무리되고 추가 자금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박진환 한투운용 본부장은 "이미 한국 증시는 더 이상 악재가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친 상태"라며 "삼성전자가 깜짝 실적을 발표하는 등 국내 상장사 실적은 좋아지고 있어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회장도 "지난해 국내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겼고, 올해는 최대 12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외국인 주도의 강세장이 예상되는데 정작 개인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연말 해외에서 만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투자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었다"면서 최근 원화 하락세(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외국인의 주식 매수가 활발한 것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강대권 유진PSG자산운용 본부장 역시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머니 무브)이 가팔라질 수 있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주식이 채권·부동산보다 더 매력이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한 운용사 대표는 "국내 상장사 실적이 좋아진 것은 비용 절감, 인력 감축 등을 통한 구조조정 효과 덕분"이라며 "모든 기업의 중장기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에 장사가 잘되는 성장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