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경제팀 "부동산·가계빚·기업 붕괴부터 막아라"

    입력 : 2016.12.30 09:08

    [2017 경제정책 방향]


    내년 '3대 리스크' 관리에 초점… 매년 들어갔던 新사업은 빠져


    부동산, 경착륙 막되 투기엔 대응
    가계빚, 대출심사 더 엄격히 적용
    부실 기업, 옥석 가려 지원·퇴출


    전문가 "차기정부 새판 짜기 前 어쩔 수 없이 임시 방어책 선택"


    현재 한국 경제는 시계(視界) 제로 상태다. 바깥에선 미국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돼 불확실성이 커졌고, 안에서는 내수·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기업과 가계가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다. 엄혹한 여건을 감안해 정부는 위기관리 및 경기 방어에 초점을 맞춘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놨다.


    예년에는 굵직한 신(新)사업 아이디어가 들어가곤 했지만, 이번에는 위기관리형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미래에 차기 정부 출범이 예고돼 있어 야심 차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동력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한국 경제의 3대 위험 요인을 ▲부동산 ▲가계부채 ▲한계기업으로 꼽고, 악영향을 최소화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경제를 위해… - 유일호(왼쪽에서 둘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7년 경제정책 방향' 브리핑을 하기 위해 걸어 가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이기권 노동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부터) 등이 함께 참석했다. /박상훈 기자


    ①부동산 경착륙을 막아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내년부터 2년간 입주 물량이 73만 가구에 달해 공급이 넘치는 데다, 대출 금리가 상승세에 있어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열기가 식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올해 10.8%인 건설투자 증가율이 내년에는 4%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한다. 건설업이 워낙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큰 폭으로 후퇴하면 관련 산업에도 연쇄적인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분양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는 냉온(冷溫)을 달리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부동산 경기가 과도하게 식은 지역은 '거래촉진지구'로 지정해서 건설과 청약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지 않도록 받쳐줄 방침이다. 반면 투기꾼들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지역은 '청약과열지구'로 지정해 분양권 전매 제한을 강화하고, 청약 1순위 자격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분양이 넘칠 때 대책도 있다. 필요 시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해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거나, 미분양 아파트를 주택보증공사가 일단 사준 뒤 나중에 건설사가 자금 사정이 회복되면 다시 사가는 제도를 가동해 충격을 줄일 예정이다.



    ②가계부채 연착륙 유도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음은 오래전부터 들렸지만, 내년부터 실제로 한계 상황에 몰리는 가구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 또는 저소득자(소득 하위 10%)가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일으킨 다중(多重) 채무가 78조원대에 이른다. 최근에는 153조원에 달하는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뇌관으로 꼽힌다.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에서는 고정금리 비율이 42.5%다. 하지만 저축은행·보험사 등 2금융권에서는 고정금리 대출이 15%에 그치고, 85%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금리 인상기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가구들이 많다는 얘기다.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작년부터 2년 연속 두 자릿수인 가계부채 증가율을 내년에는 한 자릿수로 묶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기반으로 하는 대출 심사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주된 수단이다. 더불어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비율을 20%로 5%포인트 끌어올리기로 했다.


    ③기업 옥석 가려 구조조정 가속


    올해 여름부터 가시화된 산업계 구조조정의 파도를 순조롭게 넘는 것도 과제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회사의 비율이 33.9%에 달할 정도로 한계 상황에 이른 기업이 많다. 특히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5대 취약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부실기업을 방치하면 대출해준 금융회사까지 함께 무너지는 등 구조적인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자금 지원을 서두르고, 자구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가차 없이 퇴출시키는 등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정책 수단을 내놓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과감한 경기 부양책은 눈에 띄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다음 정부가 들어서서 새판을 짜기 전에 임시 방어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혼란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