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스타트업 손 잡으니... 톡톡 튀는 서비스

    입력 : 2016.12.29 09:32

    [대기업·벤처 간 윈윈 모델로]


    가습기·위치 추적·목소리 인증… 사물인터넷·IT 기술 활용 협업
    통신업체는 튀는 아이디어 얻고 스타트업은 전국 유통망 확보
    대기업이 먼저 사업 제안하고 유망한 기술 선점 경쟁 치열
    삼성·LG는 사내 벤처와 연계


    대기업과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 손을 잡고 잇따라 사물인터넷(IoT·Inter net of Things)·IT(정보기술)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대기업은 톡톡 튀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통해 서비스를 다양화할 수 있고, 스타트업은 통신업체 덕분에 단번에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성과를 거둔 서비스도 나오고 있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은 새로운 윈-윈(win-win)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과거에도 이 같은 협업이 있었지만 IoT가 본격 상용화되면서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모든 IoT 서비스를 다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손잡고 얼마나 튼튼한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IoT 산업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먼저 스타트업에 연락해 사업 제안


    LG유플러스가 지난주 출시한 IoT 가습기는 스타트업 미로가 개발한 제품이다. 국내 초음파 가습기 1위 기업인 미로는 2014년 창업한 뒤 해마다 매출이 2배씩 성장, 올해 매출 1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10초 안에 제품을 완전 분해 후 세척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분에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선호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자사 통신망을 이용한 IoT 가습기를 출시하자고 미로 측에 먼저 제안했다. 2014년 블루투스(근거리 무선 통신) 기반 IoT 가습기를 내놨다 참패한 경험이 있던 미로는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았다. 서동진 미로 대표는 "인지도와 유통망, IoT사업 노하우를 가진 LG유플러스 덕분에 IoT 가습기 기술이 빛을 보게 됐다"며 "IoT 가습기 출시 소식을 듣고 중국·일본 바이어들로부터 수출 계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지난달 스타트업 스파코사가 개발한 위치 추적 기기 '지퍼(Gper)'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SK텔레콤이 지난 6월 구축한 IoT 전용망 로라(LoRa)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기기다. 90분 동안 충전하면 약 5일 동안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제품인데도 출시 1주일 만에 1차 생산 물량 2000대가 모두 팔렸다. 대기업을 포함한 20여개 업체와 사업 계약도 추진하고 있다. 조우주 스파코사 대표는 "SK텔레콤의 브랜드 신뢰도가 한몫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KT가 지난 7일 출시한 음성 인증 서비스도 스타트업 파워보이스가 개발한 기술이다. 'KT 인증' 앱(응용 프로그램)에서 본인 목소리를 등록한 뒤 인증하는 서비스다. 통신업체가 개발한 앱에 스타트업이 만든 기술을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사내 벤처를 육성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IT 전시회 CES에 사내 벤처들이 개발한 피부 측정 기기, IoT 장난감 등을 전시한다. LG전자도 관절염 측정 기기를 개발하는 사내 스타트업 인핏앤컴퍼니를 분사해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유망한 스타트업 입도선매까지


    IoT·VR(가상현실) 등 신(新)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대기업들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입도선매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SK텔레콤은 지난 8~9월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공모전에서 선발된 스타트업 3개 업체와 함께 VR 등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시제품도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디어를 미리 선점했다. KT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보육 중인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지난 10월부터 얼굴인식·물류추적보안장치 등 5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IoT 기술 개발 스타트업을 위해 상암 사옥에 오픈랩을 만들었고 통신칩 10만개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기술 개발 스타트업에 가장 큰 벽이 마케팅인데 대기업과 협업을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수평적 관계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동반 성장 모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