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권역 제한' 없앤다

    입력 : 2016.12.28 10:18

    [미래부 2020년 개편안 마련키로]


    점유율 33% 제한 규정도 개선, 이통사·케이블TV M&A 탄력
    케이블TV "권역 폐지 안 돼"


    정부가 위기에 빠진 케이블TV 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길을 열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합병(M&A)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방안들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전국 78곳으로 쪼개져 있는 케이블TV의 방송권역을 통합하고, 한 방송사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점유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큰 방향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지난 7월 SK텔레콤과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 간 M&A가 무산된 뒤 유료방송 시장에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이블TV업계가 방송권역을 손대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어 이번 방안이 유료방송 시장 재편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방송권역' '점유율 제한' 완화 추진


    미래부는 이날 제8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케이블TV는 인터넷TV와 더불어 유료방송 시장을 이끄는 양대 축 중 하나지만,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 가입자가 모두 감소하는 '삼중고'를 겪어왔다. 가입자는 2010년(1486만명)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매출도 지난 2014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해가 갈수록 감소 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케이블TV 하락세의 원인으로 방송 권역 규제 등을 꼽고 있다. 케이블TV가 전국 78개 방송 권역별로 나뉘어 있다 보니 규모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투자나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이에 따라 이르면 2018년 말부터 방송권역 개편에 착수하기로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케이블TV 업계가 '2018년 말 디지털 전환 완료'를 목표로 삼은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2020년까지는 방송권역 폐지를 포함한 개편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권역 문제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때 결정적 걸림돌이었다. 방송 권역이 폐지되거나 개편되면 이 같은 인수합병이 활성화될 수 있다.


    방송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33% 이하로 제한한 규제(합산 규제)도 완화해 KT 같은 대기업이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인터넷TV와 위성방송을 모두 갖고 있는 KT는 시장 점유율이 29.3% (작년 말 기준)로, 대형 케이블TV 업체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래부는 또 기존 방송법과 시행령에서 방송사업자가 다른 방송사업자를 인수할 때 독과점 방지 등을 위해 지분 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던 소유·겸영 규제도 내년 말쯤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통신업체들이 대규모 자본 유치를 통해 방송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지난 9월 말 케이블TV 업체 인수 의사를 밝혔던 LG유플러스 역시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케이블TV, "방송권역 폐지는 안 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방송권역 폐지에 대해 강력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방송권역을 즉각 폐지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2018년 말 이후에 이를 추진한다고 해서 케이블업계의 입장이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권역이 폐지되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소 케이블TV 업체들은 대형 인터넷TV 업체와의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방송권역이 폐지되거나 개편되면 그동안 해당 지역에서 유지해온 독점권을 잃게 될 수 있는 만큼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케이블TV 사업자들의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방송권역을 흔드는 것은 케이블TV의 존립 근거나 설립 목적 자체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업체 간 인수 합병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방송망의 독과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다른 국가에선 독과점을 규제하기 위해 동종(同種) 사업자인 유료 방송 업체 간 인수합병은 불허해왔다. 미국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 인수 합병은 지난해 4월 불허됐고, 독일 케이블TV 업체인 카벨 도이칠란트와 텔레콜럼버스 간 인수합병도 2013년 2월 불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