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늘리는 글로벌 기업들... 한국만 뒤처졌다

    입력 : 2016.12.28 10:11

    [R&D 톱10 기업 중 한국은 삼성전자뿐]


    - IT·바이오·자동차
    미래성장동력 주도권 경쟁 치열… 불황에도 R&D 비용 6.6% 늘려


    - 미국이 압도적 1위
    日은 자동차 업체들 적극 나서, 중국도 투자 대폭 늘려 세계 4위


    작년 세계 민간 부문의 R&D(연구개발) 투자 순위에서 미국 기업들의 합산 점유율이 38.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합산 점유율은 3.7%로 세계 8위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별 순위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2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LG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 등 4개 기업만이 100위 안에 들었다. 한국 대표 기업들이 과거에 비해 R&D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선두권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26일(현지 시각) 발표한 'R&D 스코어보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은 작년에 총 6960억유로(약 878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R&D 투자는 2014년보다 6.6% 늘어난 것이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매출이 같은 기간 3.6%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 국가의 대표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R&D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 조철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IT부터 자동차,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라며 "경기 침체와 별개로 글로벌 기업들은 치열한 R&D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이 압도적 1위, 한국은 글로벌 평균보다 못 미쳐


    국가별로 보면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 중 837개가 미국 기업이었다. 이들 기업의 R&D 투자금 합계는 2686억유로(약 338조1700억원)에 달해 전체 R&D 투자금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의 R&D를 이끈 것은 실리콘밸리 일대의 IT(정보기술) 기업들이었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1위 인터넷 기업인 구글, 1위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나란히 최상위권에 올랐다.



    2위 일본은 모두 356개 기업이 999억유로(약 126조원)를 투자해 합산 점유율 14.4%를 차지했다. 일본은 도요타·혼다·닛산 등 자동차 업체들이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132개 기업이 698억유로(약 88조원)를 투자해 점유율 10%, 중국은 7.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75개 기업이 254억유로(약 32조원)를 투자해 점유율 3.7%에 그쳤다. 또 2014년에는 총 80개 기업이 조사 대상에 올라갔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 수가 5개 줄어들었다.


    중국 기업들은 R&D 투자에서 엄청난 성장률을 보이며 약진했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8위에 오르면서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R&D 투자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그 외에 통신장비업체 ZTE와 중국 최대 포털 기업인 바이두 등도 투자를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EU 집행위원회는 "작년 중국 기업들의 R&D 투자 규모는 2014년보다 무려 24.7%나 늘었다"면서 "막대한 투자를 통해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 순위에서는 독일의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이 1위를 차지했다. 폴크스바겐은 작년 배기가스 조작 문제로 인해 차량 리콜과 막대한 과징금까지 물었지만 R&D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이어 삼성전자·인텔·구글·MS의 순서였다. 스위스의 제약·바이오 업체인 노바티스와 로슈도 상위권에 위치했다.


    ◇IT·바이오 기업들이 투자 이끌어


    업종별로는 3대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IT와 바이오, 자동차 산업이 R&D 투자를 이끌었다. 3개 분야에 투입된 R&D 비용은 총 5106억유로(약 644조2000억원)로 73%에 달했다. 우선 IT산업에서는 각 기업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역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신약·헬스케어 기술 개발 경쟁으로 인해 투자가 크게 확대됐다. 예컨대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매출의 15% 이상을 R&D에 투자할 정도로 신약 기술 개발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GM 등 자동차 기업들은 눈앞으로 다가온 전기차·무인차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GM은 작년 매출 감소에도 R&D 투자액은 오히려 2% 늘렸고, 독일의 다임러·BMW나 일본 도요타·혼다 등은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이 자동차 기업들은 2020년부터 무인차를 시장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양대 한상린 교수(경영학)는 "한국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글로벌 톱 수준의 R&D 투자를 하는 곳이 없다"면서 "전체적인 R&D 투자 증가세가 주춤한 데다 기업별 편중 현상도 여전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