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70% 수준... 인공지능, 변변한 게 없다

    입력 : 2016.12.20 09:32

    AI 특허 상위 10개사 중 美 9개, 한국 독자 개발 서비스 거의 없어
    미국과 기술 격차도 2.4년 정도
    IT 기업들 성패 가를 핵심 요소… 과감한 투자·인재 유치 절실


    IT(정보기술)서비스 전문 기업인 SK㈜C&C는 지난 8월 IBM과 함께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데이터 관리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 원격 의료진단, 자동 번역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의 핵심에는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왓슨'이 있다. 2011년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을 꺾으며 등장한 왓슨은 2014년부터 IBM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기본 탑재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일찌감치 인공지능을 주요 서비스에 적용했다. MS는 지난 2014년 최신 운영체제(OS)인 윈도 10을 출시하면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인 '코타나'를 내놨다. 코타나는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스케줄 관리, 이메일·문자메시지 전송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MS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음성인식·인공지능 관련 특허를 대거 출원했고, 이 기술을 결집해 코타나를 개발했다.


    반면 한국은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거의 없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월 미국의 인공지능 업체인 비브랩스를 인수하며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현재로서는 글로벌 기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AI 특허 상위 10개사 중 9개가 미국 업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인공지능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미국의 MS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한국·일본·중국·유럽 특허청에 총 99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뒤를 이어 미국의 구글·IBM·애플 순이었다. 상위 10개 사 중 9개가 미국 기업이었고, 아시아권 기업은 일본의 사무기기 업체인 리코가 유일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대거 적용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10월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픽셀폰'과 음성인식 스피커 '구글 홈'에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탑재했다.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전화 걸기, 문자·이메일 보내기, 길 찾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또 구글 번역기에도 '인공신경망 기계번역'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돼, 한글과 영어처럼 어순이 다르더라도 전체 맥락을 보고 문맥에 맞춰 번역할 수 있다.


    애플은 2011년부터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인 '시리'를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탑재해 서비스한다. 시리는 출시 초기만 하더라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영어로 말하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애플은 자율주행차용 소프트웨어에도 시리의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IT 기업 외에도 사무기기 제조 업체인 제록스와 GM·보잉이 합작해 만든 기술 기업인 HRL레버리토리스도 인공지능 관련 특허 출원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제록스의 경우 실리콘밸리 최대의 연구기관이었던 '팔로알토 리서치 센터'를 통해 대거 특허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GM과 보잉은 자율주행이나 항공기 성능 향상 등을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인공지능 기술, 미국의 69.5% 수준


    아시아 기업 중 유일하게 상위권에 오른 일본의 리코는 총 122건의 인공지능 관련 특허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코는 스마트공장 솔루션에 탑재되는 불량품 감별 장치나 드론(drone·무인기)의 카메라 같은 시각(視覺) 관련 인공지능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미국의 69.5% 정도이며 미국과의 기술 격차도 2.4년 정도로 분석된다. 한국산(産) 인공지능 서비스는 네이버가 지난 10월 출시한 '파파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한컴과 내놓은 '지니톡' 같은 번역 서비스 중심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할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탑재하겠다고 했지만, 애플·구글 등과 비교해보면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김석원 박사는 "인공지능은 IT 기업의 경쟁력을 가를 핵심 요소"라면서 "정부와 기업이 과감한 투자와 인재 유치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