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글로벌 전략회의' 불참... 일손 못잡는 삼성

    입력 : 2016.12.20 09:25

    [美 보호주의 강화 예고속… '崔게이트'까지 겹쳐]


    사장단·임원 人事 무기한 연기
    李부회장 출국금지로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못해
    브랜드 이미지 추락 불가피


    삼성전자는 19일 경기도 수원에서 스마트폰 부문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스마트폰 부문(IM)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6개월마다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각 부문 경영진과 전 세계 법인장이 모두 모여 경영 현안을 공유하고 사업 방향과 판매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20일엔 소비자 가전 부문(CE)이, 21일엔 반도체 등 부품(DS) 부문이 회의를 연다.



    이번 글로벌 전략회의는 올해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이 불참한 것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보호주의 물결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검찰·특검 수사로 최고 경영진이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국내 경영 환경마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초 회의 자체를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만은 흔들림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해 예정대로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인사도 조직 개편도 미뤄져… 공격적인 사업 전략 어려워져


    전략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예년과 달리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사장단과 임원 인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조직 개편이나 향후 사업 방향 등을 정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이번 글로벌 전략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스마트폰 부문 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20일과 21일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등기이사가 된 만큼 회의나 만찬에 참석해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현 상황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동진 사장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된 이날 스마트폰 부문 회의는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에 대한 반성과 고객 신뢰 회복 방안, 내년도 주요 시장 점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시장 부진에 미국의 보호주의 움직임 등 내년 해외 경영 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특검 수사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부근 사장이 회의를 주재하는 소비자가전 부문은 내년 초 출시할 초고화질 TV 신제품을 통한 TV 시장 1위 수성(守城) 전략을 짤 예정이다. 권오현 부회장이 이끄는 반도체 등 부품 부문은 세계 1위를 달리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후발 업체들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국내외적 상황이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어 현재로서는 기존 현안을 중심으로 방어적인 경영 전략을 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검 수사 앞두고 경영 사실상 '올스톱'


    삼성의 가장 큰 고민은 최순실 여파의 끝이 안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경영진이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에도 줄줄이 소환될 전망인 데다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한 삼성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혁신 방안 등이 맞물려 있어 쉽사리 경영 전략을 짜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한 것도 상당한 변수다. 삼성은 최근 미국의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회사인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것처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서 대형 인수합병(M&A)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이 부회장이 그동안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기회가 당분간 차단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1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는 물론이고, 2월로 예정된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 지주회사인 엑소르의 이사회에도 참석하기 어렵게 됐다. 한 중소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다시 특검 조사를 받을 경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이 마치 범죄 기업인 것처럼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