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강남 시대 열었지만... 축배 못 드는 '빅3'

    입력 : 2016.12.19 09:28

    롯데·신세계·현대百, 추가 사업자 선정… 로비·특혜 논란은 확산


    - "강남 찾는 中 자유여행객 급증"
    롯데는 잠실, 신세계는 반포, 현대百은 삼성동에 매장 내


    - 정치권, 거센 '특혜 공세'
    관세청, 특검 안 기다리고 발표 "불법 드러나면 사업권 취소"


    - 서울만 13개 '출혈 경쟁' 불 보듯
    작년 문 연 면세점들 수백억 적자… 관광객 유치 수수료도 2배 껑충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서울 시내 면세점을 운영할 추가 사업자로 지난 17일 선정됐다.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해 심사한 결과, 현대백화점(801.50점)이 1위, 롯데면세점(800.10점)과 신세계DF(769.60점)가 각각 2~3위에 올라 5년간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워커힐면세점 사업권을 잃었던 SK네트웍스는 이번에도 탈락했고, HDC신라도 사업권 확보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면세점 사업권 추가 선정을 놓고 '최순실 게이트' 관련설 등 로비 의혹이 불거지며 정치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초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이 작년과 올해 3차례 '면세 대전(大戰)'을 거쳐 13곳으로 늘어나면서 업체 간 '무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롯데 면세점 '부활' -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내부에서 한 직원이 매장 관리 상태를 살피고 있다. 지난해 사업권을 잃고 지난 6월 문을 닫았던 이곳은 언제든 재개장할 수 있게 그동안 기존 매장 자리를 그대로 놔뒀고, 이번에 사업자로 재선정됐다. /김연정 객원기자


    ◇롯데·신세계·현대百… 면세점 '강남 시대' 개막


    면세점 '강남 시대'가 열렸다. 사업권을 재확보해 올 연말 개장을 앞둔 롯데와 신규 사업권을 따낸 신세계DF, 현대백화점이 내년 중 강남 지역에 잇따라 매장을 낸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롯데월드몰과 함께 555m, 123층 높이의 국내 최고층 건물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매장을 확장한다. 신세계DF는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를 거점으로 고속터미널과 연계해 서울과 지방 관광을 연계한다. 현대백화점은 출입국 수속 등을 원스톱 처리하는 삼성동 무역센터에 새 매장을 연다. 유통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급증하는 개별 자유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여 강북권에 집중된 관광객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관광공사의 '2015년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초·강남권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연평균 19% 성장했고, 지난해 440만명이 찾았다. 이들의 88%는 개별 자유 관광객이다.


    ◇공정성 시비, 정치적 논란 확산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공정성 시비와 정치권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면세점 추가 선정 과정이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관세청이 검찰이나 특검, 국회 국정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예정대로 심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롯데 등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면세점 추가 선정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관세청은 향후 불법 등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사업권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창 영업 도중 사업권을 반납하고 폐장하는 최악의 상황도 나올 수도 있다. 지난해 새로 사업권을 확보한 두산·한화·신세계·HDC신라 등과 관련된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공세는 더 거세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5일 관세청의 추가 사업권 부여와 특혜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서울 시내에만 13개 몰려… '무한 경쟁' 본격화


    지난해 초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작년과 올해 3차례 '면세 대전'을 거치면서 13개로 늘어났다. 몰려오는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업체 간 출혈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레드 오션'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지난해 시장에 진입한 신세계·한화갤러리아·HDC신라·SM면세점 등은 수백억원대 누적 적자를 냈다. 일부 업체는 자본 잠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규 업체를 계속 허용하자 스스로 사업권 포기를 검토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된 관광객을 놓고 업체 간 유치전이 격화되면서 20% 안팎이던 송객 수수료(면세점이 관광객을 데려온 여행사에 구매액 일정 비율을 제공하는 금액)가 업체에 따라 최대 40~45%까지 급등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면세점에 부과하는 사업권 수수료를 지금보다 최대 20배 늘리기로 한 것도 수익성 악화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정재완 한남대 교수는 "자격을 갖춘 사업자 누구나 면세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각자의 사업 역량에 따라 시장이 재편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발표한 서울 지역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사업권은 탑시티면세점이 확보했다. 부산과 강원 지역은 각각 부산면세점과 알펜시아가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