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테크놀로지 10대 이슈

      입력 : 2016.12.16 09:30

      조선일보 IT팀 선정


      올해 IT(정보기술) 업계는 '알파고' 신드롬으로 시작해 라인의 뉴욕·도쿄 증시 상장,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이어지며 숨가쁜 한 해를 보냈다. 조선일보 IT팀이 올해를 뒤흔든 '테크놀로지(Technology) 10대 이슈'를 선정했다.


      1 인류를 넘어선 인공지능의 진화


      올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은 인공지능이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대국 직전까지도 이세돌 9단과 대부분의 전문가가 인간의 우세를 점쳤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형세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알파고는 인간이 몰랐던 묘수를 연이어 내놓으며 4승 1패로 완승했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었다. 사람이 프로그래밍한 대로 정해진 작업만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해 바둑을 익히고 반상(盤上) 형세를 종합적으로 읽었다. 알파고는 인류가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 '바둑'에서 인류를 넘어서며, 인공지능 시대 개막을 알렸다.


      2 실리콘밸리의 우주(宇宙) 개발 도전


      테슬라·아마존·페이스북·구글 창업자들이 우주 정복에 도전장을 던졌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2016년을 우주 개발의 원년(元年)으로 선포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소유한 우주 개발 업체인 스페이스X를 통해 2022년 화성으로 이주자를 보내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제프 베조스는 블루 오리진이라는 우주 업체를 통해 화물 운송용 로켓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은 그동안 한 번만 쓰고 버렸던 로켓을 재활용하는 데 성공하면서 ‘우주 여행’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입증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구글의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도 인공위성 업체 인수 등을 통한 우주 진출을 노리고 있다.


      3 한국 인터넷기업의 화려한 외출… 라인, 뉴욕·도쿄증시 상장


      네이버의 자회사인 모바일 메신저 기업 ‘라인’이 7월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증권시장에 동시 상장했다. 상장으로 라인은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조달했다. 2011년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한 라인은 이후 태국·대만·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속속 접수하면서 월평균 이용자(MAU) 2억2000만명의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해 뉴욕 증시에 입성한 첫 사례다. 앞으로 ‘제2, 제3의 라인’이 연이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셀카(셀프 카메라) 앱 ‘스노우’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4 소프트뱅크·퀄컴·삼성전자·폭스콘… 대형 M&A 열풍


      대형 인수·합병(M&A)이 연이어 성사되면서 미국·일본의 간판 기업들이 줄줄이 중화권 자본에 넘어갔다. 중국 최대 가전회사 하이얼이 1월 미국 GE의 가전 사업을 54억달러(약 6조3000억원)에 인수했고 대만의 훙하이그룹은 3월 일본의 샤프를 인수했다. 반도체 업계도 M&A에 출렁였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7월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시장의 새 강자로 등장했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강자 퀄컴은 10월 네덜란드 차량 반도체 회사 NXP를 약 54조원에 인수했다. 반도체 업계 사상 최고가 M&A로 기록됐다. 삼성전자는 11월 자동차 전자장비업체 하만을 인수해 단숨에 자동차 부품 시장의 주요 제조업체라는 위상을 움켜쥐었다. 인수 금액 9조4000억원은 한국 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5 연이은 발화 사고로 끝내 단종한 갤럭시노트7


      10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을 단종한다고 발표했다. 외신과 IT(정보기술) 전문가들에게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마트폰”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노트7은 출시 50여일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지난 8월 공식 출시된 이후 국내외에서 잇따라 노트7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배터리 불량 문제’로 결론짓고 소비자들에게 새 제품으로 교환해줬지만 새 제품마저 발화하자 아예 단종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에 판매된 노트7 250만대도 전량 회수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노트7 환불·교환 비용으로 1조원 안팎 손실을 봤다.


      6 포켓몬고 신드롬, 증강현실 시대 도래


      전혀 새로운 방식의 게임인 ‘포켓몬 고’에 전 세계 게임 이용자들이 열광했다. 닌텐도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와 미국의 나이앤틱이 만든 이 게임은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눈앞의 장소를 비추면 실제 모습과 함께 여러 가상 정보가 덧입혀지는 형태다. 스마트폰으로 공원을 비추면 거기에 포켓몬이 뛰놀고 이걸 잡는 게임이다. 포켓몬 고는 5억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포켓몬 고 열풍은 AR 기술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고, 골드만삭스는 AR 시장이 가상현실(VR)과 함께 2025년 약 800억달러(93조4800억원)의 거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7 무인차 전쟁에 뛰어든 IT기업들


      구글의 모(母)기업인 알파벳은 이달 13일(현지 시각) 연구소 단계에 있던 자율주행자동차(무인차) 사업을 분사(分社)해 ‘웨이모’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산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애플은 그동안 비밀리에 추진했던 ‘타이탄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무인차용 운영체제(OS)·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우버는 미국 피츠버그에 무인차용 연구소를 설립하고 무인트럭 업체인 ‘오토’를 인수하면서 무인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동차의 주요 전자부품 시장을 노리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8 AT&T의 타임워너 인수… 미디어 빅뱅 촉발


      미국 2위 통신업체 AT&T가 미국 3위 미디어 업체인 타임워너를 854억달러(99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지난 10월 발표했다. 전 세계 통신·미디어 업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 합병이다. 타임워너는 영화 제작·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와 24시간 보도 채널 CNN, 영화 채널 HBO를 보유한 기업이다. 외신들은 “유·무선 통신망을 가진 AT&T가 핵심 콘텐츠까지 접수해 초대형 통신 미디어 공룡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인수·합병으로 전 세계 통신과 미디어 업체가 손을 잡고 덩치 키우기 경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T&T는 정부 허가를 거쳐 내년 말 인수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독점 규제를 위해 두 회사 간 인수·합병을 불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 급부상한 중국의 '포스트 샤오미'


      중국의 신흥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세계시장을 본격적으로 넘보기 시작했다. 전자회사 부부가오(步步高)의 계열사인 오포와 비보는 올해 삼성전자·애플·화웨이에 이어 세계 4·5위로 급부상했다. 중국 스마트폰의 성장세를 상징하던 샤오미를 밀어낸 것이다. 오포와 비보의 부상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던 중국 스마트폰이 기술력과 품질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오포·비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이나 대용량 D램(임시기억장치), 고화질 전면(前面) 카메라와 같은 고급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중국 스마트폰은 올해를 기점으로 점차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10 구글, 국내 지도의 해외 반출 실패


      한국 인터넷 업계는 지난 6월 구글이 정부에 한국 상세 지도의 해외 반출을 신청한 이후 논란에 휩싸였다. 구글은 “한국 IT 산업 발전과 서비스 발전을 위해 상세 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 길 안내·위치 기반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보상 이유와 구글의 법인세 회피, 개인 정보 관리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이 컸다. 한국 정부는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11월에 반출 불허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