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수 스칼라티움 사장 "인연지기, 그리고 철학이 있는 기업"

  •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입력 : 2016.12.15 13:46

    "나는 나 자신을 믿는다. 나의 일하는 손과 생각하는 두뇌와 사랑하는 심장, 그리고 그 심장의 진정성을 믿는다."
    연극에 푹 빠져 살던 청년은 인생도 사업도 하나의 '무대 위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의 수많은 대사 중에 "현실에 안주하고 파묻히지 않는 자기변화"는 신념처럼 지켜오며 쉼 없이 내뱉는 대사였다. 날개를 펴면 구름과 같고 태풍이 불어야 남극 바다 천지(天池)로 가는, 물결을 3천 리나 튀게 하고 9만 리를 올라가며 6개월을 날아야 쉬게 된다는 상상의 새, '대붕(大鵬)'처럼...
    국내 유일의 웨딩 브랜드 '스칼라티움' 신상수 사장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 신상수 사장은 그날 오후 4시쯤 삼풍백화점에서 나왔다. 불과 1~2시간의 차이였다.


    "생(生)과 사(死)가 무엇인지...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날로 다시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였죠."


    당시 보험회사를 다니던 신 사장은 그날도 삼풍백화점 직원 고객들을 만나고 나오는 길이었다. 간발의 차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고객의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가족 같이 지내던 고객들이라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더 이상 보험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업이 없을까, 고민 끝에 찾은 일이 웨딩사업이었다. 1996년 12월, 경기도 안양의 25평짜리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웨딩드레스 사업이 오늘날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웨딩기업 '스칼라티움'의 전신이다.


    "라틴어로 계단을 뜻하는 '스칼라(scala)'와 공간을 뜻하는 '스파티움(spatium)'의 합성어입니다. 인생의 한 계단을 오르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복합문화공간 아트 스페이스를 의미하지요."


    그래서 스칼라티움에선 결혼식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전시회, 인문학 강좌, 명사 토크쇼, 패션쇼, 각종 파티 등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열린다.


    신상수 스칼라티움 사장 /Photographer 김성호


    웨딩 사업 '업(業)의 정의'는 무엇인가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기자(이하 유승용) : 얼마 전 어떤 CEO의 토크쇼 장소가 '스칼라티움'이라고 해서, 웬 웨딩홀에서 토크쇼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상수 스칼라티움 사장(이하 신상수) : 웨딩홀이 전통적으로 결혼식만 올리는 곳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복합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진·중견 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도 열고, 공연도 파티도 하고... 그래서 항상 오픈해둔다.    


    유승용 : 1층 로비를 비롯해 온통 예술작품들이다


    신상수 : 특히 작가 전시회를 자주 갖는다. 작가들이 인사동 갤러리에서 전시회 한번 하려면 대여료가 많이 든다. 스칼라티움은 매년 500여명이 출품을 하고 전시회를 갖는다. 전문가 심사를 통해 그 중 40명 정도를 선정해서 2주씩 전시 기회를 주고, 그 중 두 명을 뽑아 상해나 뉴욕에서 전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종의 스칼라티움 공모전이다.


    신상수 사장은 '공유경제'라고 했다. 웨딩홀을 뛰어넘어 지역사회의 문화 랜드마크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창의적인 인재들이 재능을 꽃피우는 공간, 그들에게 기회와 행복을 주는 공간. 스칼라티움의 가치를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신 사장은 말한다.


    그의 인생철학은 ‘계단 철학’이다.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인생은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욕과 욕심을 부리면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더욱 그렇다. 남녀가 그동안 혼자 살아오다가 둘이 함께 살게 된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다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사는 첫 계단을 딛는 것이다. 누구 하나가 먼저 가려고 하고 누구 하나가 뒤쳐져도 안 된다. 함께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야 한다."


    신 사장은 이것을 브랜드 스토리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15년간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웨딩사진, 혼수용품, 웨딩홀 등 웨딩 토털사업을 해오던 그는 지난 2011년 강남의 대표 웨딩홀이던 목화예식장을 인수하면서 자신의 '업(業)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게 된다.


    "내가 왜 사업을 하고 있지? 왜 내가 웨딩사업을 하고 있지? 브랜드는 왜 필요하지? 자꾸 나 자신과 사업의 미션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됐다. 그래서 전 직원들과 '우리를 정의하는 워크숍'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여러분은 결혼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고객들은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던가요?' 이 질문을 두고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결혼의 네 가지 속성을 얻게 됐다. 첫째, 결혼은 '만남'의 속성이 있다.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고 그들을 축복해 주러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둘째, 결혼은 '즐김'의 속성이 있다. 결혼식은 축제이다. 참석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축하공연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즐긴다. 셋째, '욕망'의 속성이 있다. 생애 한번인 결혼식을 누구보다 화려하고 돋보이는 의식으로 치르고픈 욕심 아닌 욕망이 있다. 결혼하는 날 만큼은 최고의 아름다움과 지성, 진리를 쫓고자 하는 욕망이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결혼은 '엄숙'의 속성이 있다. 진실함, 조용함, 영원함, 특별함 등 신 앞에 엄숙한 맹세를 하고 진실한 약속을 염원하는 인간의 소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속성은 스칼라티움의 브랜드를 지탱하는 네 개의 휠이 된다. 이 네 가지 속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업을 한다는 것이 스칼라티움 모든 임직원의 신념이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신 사장이 오랫동안 벌여 왔던 웨딩사업의 정의를 분명히 내릴 수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만남'을 '엄숙'한 언약으로 만들어 '최고(욕망)'의 '축제(즐김)'로 빚어내는 것.'


    "업의 정의를 내리는 순간 뭔지 모를 짜릿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 씨앗을 발견하는 순간이랄까, 그간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내가 왜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직원들도 스스로 '자신들이 결혼의 의미인 '만남' '엄숙' '최고' '축제'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사명감을 갖기 시작했다.



    유승용 : 스칼라티움의 미션을 새롭게 발견하고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그것을 함께 공유한 것이다


    신상수 : 그렇다. 미션과 비전이 공유되면 구성원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것은 개인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조직을 어떻게 살리고 발전시킬 것인가, 스스로의 미션에 대한 충성심이다. 이것이 더 나아가면 오너십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유승용 : GE의 잭 웰치는 "리더는 비전과 사명에 있어 모든 직원들이 그것에 일치감을 가질 때까지 수백만 번을 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미션과 비전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상수 : 불교에서 지장보살이 "모든 만물들이 부처가 되는 그날까지 나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라고 했다. 나는 평소 잔소리를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션과 비전의 공유를 위해서는 다양하고 끊임없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사실 100%를 위해서는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신상수 사장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5년 전 '스칼라티움'이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국내 웨딩업체로는 유일하다. 기존에 운영하던 웨딩홀들의 이름도 모두 스칼라티움으로 바꿨다. 사실 목화예식장의 이름을 버리는 것은 당시 큰 모험이기도 했다. '목화예식장의 네임 밸류 때문에 인수한 거 아니냐'며 직원들의 반대도 심했다.


    "업의 정의와 미션을 새롭게 정립한 만큼 그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를 담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사명이라 생각했다. 기존의 자신을 부정함으로써 더 큰 자신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목화예식장이라는 이름을 과감히 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스칼라티움에서 결혼의 첫 계단을 내디딘 부부들은 어느 공간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인연' '나눔' '환상' '거룩'이라는 가치를 경험할 수 있었다. 결혼식 전 예비부부들을 초청해서 결혼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게 해주고 스칼라티움의 브랜드 가치를 공유해주기도 했다.


    "그들에게 결혼 준비를 위해 다양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계단 철학을 공유한다. 부부는 사랑의 계단을 한 단계 한 단계 함께 밟고 올라가는 것이다. 때론 인생 계단이 힘들기도 하고 부부간 갈등도 위기도 생긴다. 빠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으로 서로 북돋우면서 함께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진정한 가치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스칼라티움에선 결혼식뿐만 아니라 120회 이상의 작가들의 전시회를 열며 예술가들과도 브랜드 가치를 공유해 왔다. 다양한 파티, 공연은 물론 인문학 강좌, 토크쇼 등으로 성숙한 배움의 공간으로도 스칼라티움은 쓰임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스칼라티움을 편안하고 행복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됐다.



    인연의 핵심 요소는 '의리'


    유승용 : 요즘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절벽문제도 있고, 웨딩업의 위기를 얘기하기도 한다


    신상수 : 절대적으로 결혼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젊은이들은 '5포 세대'라고 해서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고 있다고 한다. 웨딩업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젊은이들이 사회 현실이 힘들더라고 관점을 좀 바꾸었으면 좋겠다. 포기만의 관점에서 보니 5포가 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다' '성취할 수 있다' 쟁취의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5포가 아니라 '5쟁(爭)'의 관점으로 말이다.


    신상수 사장은 특히 사랑, 결혼은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결혼을 하게 되면 기존과 완전히 다른 삶이 그들 앞에 온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고 사실 절실함도 더 커진다. 현실의 절실함 속에서 성취도도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아이를 낳아서 길러보는 것, 이 또한 얼마나 고귀하고 위대한 일인가도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신 사장은 주장한다.


    신 사장은 학창시절 연극을 매우 좋아했고, 대학에선 동아리도 직접 여러 개 만들었으며 동아리연합회 회장도 맡았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내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세상을 무대로 본다. 인생이라는 것이 어쩌면 연기이다. 젊은이들도 인생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기에 내가 어떻게 연기하는 가에 따라 관객은 웃었다 울었다 한다. 바로 나의 자존감을 가지고 연기하다 보면 세상은 나와 교감하게 된다."


    유승용 : 사업의 위기가 올 때는 어떻게 했는가?


    신상수 : 부단히도 변화와 혁신을 하려고 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주로 독서를 통해 학습을 했다. 책 속에는 시대의 조류와 트렌드가 녹아 있지 않은가.


    유승용 : 아무리 힘들어도 지키고자 하는 정신이 있는가?


    신상수 : 앞서 말한 '업의 정의'를 생각한다. 우리가 소중하게 추구하는 것에는 '인연'이 있다. '우리는 인연지기'이다. 부부가 서로 만나는 것도 인연이고 우리가 부부를 만나는 것도 인연이다. 인연을 맺어주고 곁에서 증인이 되어 주고 결혼의 흥을 북돋워주고, 처음부터 끝까지 성스럽게 잘 이뤄지도록 제사장 같은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것을 계속 생각하면 어렵고 힘들어도 긍정적 보람을 느끼게 된다. 힘이 생기는 것이다.


    신 사장은 인연의 핵심적인 요소는 '의리'라고 강조한다. 의리가 없는 인연은 원수가 될 수도 있고, 가치 없는 인연으로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리가 있으면 끊임없이 서로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나누고 교감한다는 것이다.


    유승용 : 지속성장을 위한 도전과제가 있을 것 같다


    신상수 : 요즘 세대가 결혼을 안 한다는 것은 사실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봐야 한다. 출산 수도 줄어들고 세대 간의 연결고리도 끊어지게 된다. 우리의 웨딩업계도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후진적인 측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업계의 리더들이 모두 고객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인구절벽시대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가치를 추구한다면 웨딩업은 반드시 지속성장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유승용 : 그것을 위한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신상수 : 진짜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리더만 있는 것 같다. 요즘 소통을 많이 얘기하는데, 사실 소통의 범람인 것 같다. 거기에는 반드시 사랑이 있어야 한다. 사랑이 빠진 소통은 흉기가 될 수 있다. 리더십은 결국 사랑이다. 구성원들과 융화되어 아픔과 좌절이 있으면 함께 공감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일의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 진흙탕에서 함께 구르면서 꿈을 공유했느냐, 실현하려고 애썼느냐가 중요하다.


    유승용 : 구성원 입장에서는 리더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신상수 : 단순히 리더가 던져 주는 것을 받기만 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의 각종 이슈를 봤을 때도 국민들이 너무 피동적이다. 민주화는 됐는데 민주적 교육이 부족한 것 같고, 사회적 파행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암묵적 동조를 하는 이들도 많다. 동참하고 참여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임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신 사장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사명을 실천해간다면 스칼라티움은 성장, 발전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그는 복합문화공간을 뛰어 넘어 웨딩을 특화시킨 '웨딩 리조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무창포와 제주도에 부지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스칼라티움의 가치를 승화, 발전시키고 그 근본정신과 철학이 흐르는 '스칼라티움 리조트'를 설립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디즈니랜드의 청소부들에게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가"라고 물으면 "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고 대답한다. 신상수 사장과 스칼라티움의 모든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의 '인연지기'로서의 사명감을 영원히 지켜가기를 바란다.


    출처 및 기사 링크
    리더피아
    www.leader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