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 DSR, 곳곳에 구멍

    입력 : 2016.12.13 09:42

    [일선 은행도 "적용 어렵다"]


    다양한 대출 상품·조건 반영 부족… 신용도 정확히 평가 못 할 수도
    2년간 이자만 내던 전세자금, 1년 기준이라 추가 대출 어려워


    내년부터 금융회사들이 대출해줄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활용해 심사한다. DSR은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을 말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에 새로운 가계부채 판단 지표인 DSR 규제를 도입해 대출 희망자들의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DSR이 실제 대출에 적용되려면 시행착오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대출 원리금을 감안해 추가 대출 가능액 판단


    DSR을 산정하는 방법은 이렇다.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은 한국신용정보원에 A씨의 자료를 요청한다. 신용정보원은 'A씨가 카드·캐피탈 등 3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렸는데, A씨는 1년 동안 원금 1500만원과 이자 500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정보를 은행에 준다. 이 경우 A씨의 현재 DSR은 40%(원리금 상환 예정액 2000만원을 소득 5000만원으로 나눈 비율)다. 은행은 이 지표를 참조해 A씨의 신규 추가 대출 규모를 정한다.


    일단 은행들은 DSR을 70~80% 정도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A씨는 은행에서 1500만(DSR 70%일 경우)~2000만원(80%일 경우)만 추가로 빌릴 수 있다. 새로 15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연이자 4%,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을 요청할 경우엔, 1억7000만(70%일 경우)~2억3000만원(80%일 경우)까지만 대출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은 대출 심사 때에 갚아야 할 이자만 감안한 DTI(총부채상환비율)가 사용됐다. 기존 DTI 방식에서는 A씨가 앞으로 1년 동안 갚아야 할 이자 500만원만 감안한다. DTI 규제하에서는 A씨의 연 상환액 합이 연소득의 60%를 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A씨는 2억8000만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DSR을 적용하면 DTI 때보다 대출 가능액이 확 쪼그라드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DSR 적용하면 곳곳이 구멍


    하지만 은행들은 DSR을 당장 대출심사 지표로 사용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DSR은 다양한 대출 상품과 대출 조건 등을 정교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마이너스통장의 문제다. 만약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 B씨가 5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금리 연 4%)을 개설해 두고 있으면 B씨의 DSR은 단숨에 104%로 뛴다. 한 해 갚아야 할 원리금이 이론상 5200만원이기 때문이다. 현재 DSR대로라면 B씨는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만기 1년짜리 은행 신용대출을 5000만원 쓰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연소득 5000만원인 C씨가 만기 1년 6개월 남은 저축은행 신용대출 5000만원(금리 연 10%, 만기일시상환)을 쓰고 있다면, C씨의 DSR은 10%에 그친다. 1년 안에는 이자만 갚아도 되기 때문에 DSR이 낮게 나온다. 신용정보원이 '1년 내 갚아야 할 원리금' 자료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C씨는 B씨와 달리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1년이 넘으면 변수가 너무 많아 1년간 원리금 자료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쓰는 B씨가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C씨보다 신용등급이 높고 돈 떼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DSR 시스템에서는 저축은행 대출자 C씨가 은행 대출자 B씨보다 유리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도가 좋은 고객의 DSR이 높게 나오는 역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DSR을 실제 적용하려면 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고 말했다.


    또 지금까진 주로 2년 동안 이자만 내오던 전세자금 대출자 또한 앞으로 기계적으로 DSR이 적용될 경우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신용정보원 자료에 대부업체 대출 정보는 아예 반영되어 있지 않은 점도 문제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DSR을 실제 대출 심사에 적용하려면 많은 예외 규정을 둘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DSR(Debt Service Ratio).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을 말한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물론, 신용대출, 카드론, 자동차 할부금, 신용카드 미결제액 등 다른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더한 다음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내년부터 각 은행이 판단해 적정 비율을 정한 다음, 대출 금액을 산정할 때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