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마무리는 금연으로... 당신도 금연할 수 있다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오영아 교수

    입력 : 2016.12.12 15:57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건강증진의학과 오영아 교수(가정의학과)

    흡연부스 안에 들어선 한 남성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인다. 곧 차량사고 굉음과 함께 남성은 유리를 뚫고 밖으로 튕겨져 나가 도로위에 쓰러진다. 죽어가면서도 흡연자는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10배' 라는 자막과 함께... 요즘 TV에서 자주 보게 되는 금연 공익광고이다. 꽤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금연 광고 시리즈 덕분에 상담 중 금연권고에 대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곤 한다. 물론 금연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알기에 흡연자의 60-70%가량은 담배를 끊고 싶어 하고 약 30%정도는 실제 금연을 시도한다. 거의 대부분의 흡연자가 본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작하는데, 실제 1년 성공률은 5%미만이다. 금연의지가 있는 분들에게 간략하게나마 금연성공의 장애물과 그 해법을 설명 드리고자 한다.


    1. 나의 니코틴 의존도를 파악하자


    담배연기에는 4천여 종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과 60여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 수천가지 화학물질 중 중독과 의존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니코틴이다. 흡연할 때 니코틴은 7-10초 이내에 동맥 내 혈류를 통해 들어가서 뇌로 이동한다. 뇌 보상회로 자극을 통한 긍정적 강화(도파민을 분비 - 쾌감, 코티졸 분비 - 일시적인 각성효과)와 금단증상 완화에 의해 기분이 좋아지거나 각성, 이완, 불안과 스트레스 감소, 공복감 감소, 집중력과 순발력 개선, 수행능력이 향상되는 부정적 강화 효과로 인해 니코틴 중독이 유지되고 증가한다.


    금연치료법은 니코틴 의존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금연의도를 평가할 때 니코틴 의존도도 함께 평가 한다. 신체적 금단증상을 주로 평가하는 척도인 파거스트롬(Fagerstrom) 테스트는 니코틴 의존도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각 항목의 점수를 합해서 0-3점은 의존도가 낮은 상태, 4-6점은 의존도가 중간 상태, 7-10점은 니코틴 의존도가 높다고 평가하는데, 6가지 문항을 모두 묻기 어려울 경우 간단히 1번(첫 담배까지의 시간)과 4번(하루 흡연량)의 합이 4점 이상이면 니코틴 중독이 심한 것으로 평가하는 방법도 있다. 니코틴 중독이 중간 이상이라면 금단증상이 심하여 금연하기가 어렵고, 실제로 전문가 상담(행동요법 포함)과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Fagerstrom 진단표: 니코틴 의존척도


    2. 금연 약물요법


    니코틴 의존의 표식(하루 10개비 이상 흡연, 니코틴 의존도가 중간 이상 또는 과거 금연 시도에서 금단 증상이 심해서 실패한 경우)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는 니코틴 대체요법(패치, 껌, 사탕 등), 부프로피온, 바레니클린이 있다. 이 중 니코틴 대체요법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패치나 껌을 통한 니코틴 흡수는 흡연할 때와 달리 니코틴 흡수가 천천히, 점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담배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이나 독성물질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금연시 금단증상을 줄이고 흡연욕구를 이겨 내도록 도와준다. 의사 처방 약물 중 부프로피온은 항우울제로 개발되었으나 니코틴에 대한 갈망과 금단증상을 완화시킴으로써 금연에 효과가 있어 사용되고 있다. 바레니클린(상품명:챔픽스)은 금연 시에는 니코틴 수용체를 자극해서 금단현상을 줄여주고, 금연 전 사용할 때는 수용체에 대한 길항작용으로 담배맛을 느끼지 못하게 해서 자연스러운 금연을 유도한다. 특히 위약(가짜약)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6개월 성공률을 보이며 현재까지 단독요법 중 가장 금연효과가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별로 특징과 주의점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하여 적절한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다.


    3. 금연과 관련된 오해와 궁금증


    현재 흡연자에게 금연을 권고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본인은 순한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괜찮지 않느냐는 것이다. 저타르, 저니코틴 담배라 하더라도 세상에 안전한 담배는 없다. 순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체내에 흡수되는 니코틴 양을 보충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담배연기를 더 자주 더 깊게 들이마시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므로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 또한 흡연량을 서서히 줄여가면서 끊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제까지의 결과를 보면 서서히 줄이는 것 보다는 금연일을 정해서 한번에 끊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한번에 금연할 경우 생기는 금단증상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니코틴 의존도에 따라 상담을 통해 극복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보다는 덜 해롭지만 포름알데히드나 중금속 등 해로운 물질들이 검출되고, 해롭지 않다고 볼 수 없는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어 직, 간접 노출의 잠재적인 위해성이 있다. 여러 세계기구에서 발표된 자료들을 종합하면, 수많은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없는 현실에서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를 대체해 금연에 도움이 된다거나 장기적인 안전성이 확보된 자료가 제한적이므로, 권장할 수 없다고 본다. 전자담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지는 말도록 하고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금연약물이나 상담을 먼저 이용할 것을 권한다.


    담배를 끊었더니 오히려 기침이 더 많이 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증상은 폐가 기관지 내부의 객담(가래)을 제거하는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된다. 즉, 폐의 방어능력이 더 좋아졌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상이라고 보면 된다. 담배를 끊는 모든 사람들이 체중이 느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체중증가를 호소한다. 대개 금연 6개월 내에 평균 4-5kg 정도의 체중증가를 보이는데, 이는 흡연으로 인한 체중감소(2-3kg)가 다시 정상화되는 신체 변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 정도의 체중증가는 흡연으로 인한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고 할 수 있다. 완전히 금연성공을 이룬 후에 체중감량을 해도 늦지는 않지만, 금연을 시도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체중조절 뿐 아니라 니코틴 금단증상을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금연을 시도하면서 간식은 야채나 과일로 대체하고, 당분이나 고칼로리 음식, 음주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은 질병이다. 그리고 그 치료법은 금연이다. 2015년 2월부터 국가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금연진료 지원사업이 실시되어 기존의 보건소 금연클리닉과 금연 상담전화 뿐 아니라, 지역 금연지원센터에서 전문치료형 금연캠프, 단기 금연캠프,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문치료형 금연캠프에서는 흡연력, 금연의지, 질병상태 등 몇 가지 기본요건에만 해당된다면 누구나 신청하여 약물처방을 포함한 기본 금연진료, 건강상태 확인, 금연교육과 운동, 심리상담까지 효과적인 금연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캠프수료 후 금연성공률과 만족도도 높게 평가되고 있으니 2016년 12월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고, 금연으로 건강한 2017년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