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넘는 주택은 보금자리론 못 받는다

    입력 : 2016.12.09 09:21

    [내년부터 문턱 높아지는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 보금자리론, 소득 7000만원까지만
    고소득·고가 주택은 대출 제외, 2주택자에겐 가산금리도 붙어


    - 디딤돌대출은 5억 이하 주택만
    소득 기준·대출 한도는 유지… 적격대출은 고정금리 상품 확대


    내년부터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정부가 지원하는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의 문턱이 높아진다. 6억원을 초과하는 비싼 주택을 살 경우엔 이런 대출을 이용할 수 없게 되고, 대출자의 소득(부부 합산 기준)이 일정액을 넘어서도 이런 대출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고소득층이 비싼 집을 사는 데도 대출해줬지만, 가계부채 증가세와 정부의 자금 부담 등을 감안해 방향을 틀었다. 디딤돌대출 등 3종류의 정부 지원 주택 대출 규모는 지난해 31조원에서 올해 41조원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8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어 이 같은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내년부터 아파트 집단대출(잔금대출 부분)을 바짝 죄기로 한 데 이어 정부가 지원하는 저금리 주택담보대출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기 위해서는 증가율이 더 가파른 주택담보대출부터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정부는 "서민과 실수요자들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내년에 디딤돌대출 등에 배정할 자금을 올해보다 3조원 많은 44조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금리 상승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보금자리론 등에 서민·실수요자 대출 신청이 더 몰릴 가능성이 있어 넉넉하게 잡은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년 주택 경기 하강, 고소득·고가 주택 제외 등으로 대출 총액이 올해보다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으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도 정부 지원 저금리 대출을 받는 사람들을 솎아낼 수 있어 가계부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금자리론 6억원 이하 주택


    보금자리론이 바뀌는 것이 가장 많다. 소득에 상관없이 2%대 고정금리로 이용할 수 있어 올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6조원 정도 나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금융위원회는 추산한다.


    우선, 보금자리론을 빌려서 살 수 있는 주택 가격이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아진다. 금융 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1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을 높였는데 8년 만에 되돌리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5억6000만원이라는 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대출 한도도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진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된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서 관람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바라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저금리 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소득 기준 제한 등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주택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정 객원기자


    그동안은 대출자 소득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는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부부 합산)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중산층 이하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연 소득 7000만원 이상이 받아간 대출금이 전체 대출의 25%나 된다. 내년에는 이런 대출은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보금자리론은 일시적으로 2주택자인 경우도 3년 이내에 주택 한 채를 파는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가산금리가 붙는다. 1년 이내에 처분한다면 기본금리를 적용받지만, 2년, 3년을 선택하면 기본금리에 최대 0.4%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약속한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추가로 가산금리가 더 붙는다.


    한편 보금자리론의 경우 올해 말까지는 한시적으로 조건이 크게 강화된 채 운영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조달하는 자금이 부족할 정도라서다.


    정부는 지난 10월 중순부터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담보 주택 가격을 9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출 한도는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해 연말까지 운영키로 했다. 부부 합산 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일 때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디딤돌대출 5억 이하 주택만 가능


    부부 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 최초 주택 구입은 7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만 이용할 수 있는 디딤돌대출로 구입할 수 있는 주택 가격은 6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아진다. 소득 기준은 변경이 없고, 대출 한도도 2억원이 그대로 유지된다. 디딤돌대출도 보금자리론과 마찬가지로 연 2%대의 저금리인데, 무주택인 경우에만 해당되고 구입할 수 있는 주택 가격이 보금자리론보다 낮다. 이렇다 보니 대출자들이 보금자리론을 더 선호, 디딤돌대출의 경우 올해 4조원을 예상했는데 9월 말까지 2조9000억원 정도만 나갔다.


    적격대출은 금리가 연 3% 안팎이지만, 4% 후반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유리하다. 대출 자격 등은 모두 현행대로 유지되지만, 고정금리 상품을 늘리기로 했다. 금리 상승에 대비해 미리미리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높이려는 것이다. 5년마다 금리를 조정하는 금리조정형 상품을 줄인다는 것이다. 만기까지 고정금리를 유지하는 순수고정형 상품 비중이 현재 50%인데 매년 15%포인트씩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