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지배하라... IT 강자들 '맵 전쟁'

    입력 : 2016.12.08 09:21

    부동산·음식 배달·게임·숙박… 인터넷·모바일 서비스의 기반
    돈만 들어가는 천덕꾸러기서 떼돈 벌어주는 알짜 사업으로
    네이버·카카오 데이터 무료 공개
    SKT, 내년엔 도로 차선까지 표시… KT는 정밀 지도로 승부 걸어


    SK텔레콤·KT·네이버·카카오 등 통신·인터넷 분야의 최강자들이 지도(地圖)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뛰어들고 있다. 지도 서비스가 위치 확인이나 차량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넘어 부동산·음식배달·퀵서비스·게임·차량임대·숙박 등 다양한 인터넷·모바일 서비스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지도 데이터를 더 정밀하게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외부에 자사(自社) 지도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세(勢) 확산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결국 누가 더 광범위한 지도 생태계를 확보하느냐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 지도 공짜로 제공…단숨에 국내 지도 생태계 장악 노려


    지도 전쟁에 불을 붙인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는 지도 데이터를 갖지 못한 구글이다. 구글은 정부에 국내 상세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청했지만 최근 불허됐다. 구글은 SK텔레콤의 지도를 제공받아 구글 지도 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구글이 상세 지도를 확보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최근 지도 데이터와 카카오내비(옛 김기사)의 프로그램 정보를 외부에 사실상 무료로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 지도를 활용해 만든 앱의 하루 사용량이 30만회 이하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료로 사용한다. 카카오는 무료 공개를 통해 단숨에 카카오 지도 사용 기업을 3만 곳 이상 확보했다.



    네이버도 지난달 카카오와 같은 방식으로 지도 데이터의 외부 공개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쿠팡·티몬(온라인쇼핑몰), 야놀자(숙박), 사람인·알바몬(채용) 등 각 분야의 대표 기업을 네이버 지도의 우군으로 확보했다. 네이버는 300명에 달하는 지도 전담 인력을 두고 매일 바뀌는 상점·건물·도로 등 지도 정보를 빠르게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네이버는 내년 초 영어와 중국어 버전의 지도 데이터를 내놓을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올 초 자회사 SK플래닛의 지도 부문을 본사로 이전하며 지도 사업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이마트·르노삼성·기아차 등 300개 안팎의 기업이 SK텔레콤의 지도를 쓴다. SK텔레콤의 강점은 가장 빠른 경로를 찾아주는 기능이다. 물건을 배송하는 대형마트나 퀵서비스업체, 렌터카업체에 매력적인 기능이다.


    SK텔레콤은 내년에 도로를 표시하는 수준을 넘어, 차선까지 나눈 정밀 지도를 선보일 계획이다. 노림수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다. 정밀 도로 데이터는 커넥티드카를 개발·운영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 회사는 최근 BMW·에릭슨과 세계 처음으로 5G(5세대 이동통신)로 연결된 자동차를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지도 시장에 가장 늦게 진출한 KT는 내년에 실내에서도 오차범위 2m 내로 정밀하게 위치를 확인하는 지도를 내놓는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전국 7000만개의 무선랜(와이파이) 정보를 확보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이 와이파이에 접속할 때 위치가 확인된다는 점을 활용한 기술이다.


    ◇배송에서 자동차까지… 온라인 서비스의 핵심으로 부상한 지도


    지도 데이터는 그동안 '돈 먹는 하마'였다.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국토지리원에서 기본 지도를 가져와 도로·건물·맛집 등 온갖 정보를 추가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초기 구축에만 100억~150억원이 들고 매년 정보 업그레이드에도 최소 20억~30억원이 든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에 지도는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으로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숙박 예약, 음식 배달 등 대부분 서비스에 지도 인프라가 필요하고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기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국내외 대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도 데이터와 생태계 확보 전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작년 말 독일 BMW·벤츠·아우디가 함께 노키아의 전자지도 사업부문 '히어'를 28억유로(당시 환율 3조3500억원)에 인수했고,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는 지난 8월 "앞으로는 구글 지도를 사용하지 않고 독자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며 5억달러(약 58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소프트웨어학과)는 "모든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가로등처럼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기기들까지 지도에 표시될 것"이라며 "지도에 기반을 둔 혁신 서비스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