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마지막 소감 묻자... 이재용 "정경유착 다 끊겠다"

      입력 : 2016.12.07 09:30

      [대기업 회장 청문회]


      사실상 '삼성 청문회'… 李 "정유라 승마 지원, 후회 막심"


      - 삼성의 정유라 78억 지원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고 들어… 崔씨 지원 결정 관여하지 않아"
      - 朴대통령 만나 합병 청탁 의혹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 독대 전에 끝나 관련 얘기 안 해"


      그룹 총수의 자질 문제 나오자 "훌륭한 분 있으면 경영 넘길 것"


      사실상 '이재용 청문회'였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는 국내 재계 순위 1위부터 5위까지 대기업 총수를 포함 모두 9명의 총수가 출석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전체 질문의 60% 이상이 쏟아졌다. 이날 청문회는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자리였지만 의원들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배경과 함께 경영자로서 자질과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 문제까지 추궁했다. 이 부회장은 의원들 질문에 대해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해 나간 경우가 많았다.


      이재용에게 전체 질문의 60% 집중 - 대기업 총수 9명이 출석한 6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전체 질문의 60%가 집중됐다. 이 부회장은 민감한 질문이 쏟아지자 목이 타는 듯 물을 마시기도 했고, 안경을 매만지기도 했다. 그는“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단정적인 답변을 최대한 피했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하지만 산업재해로 숨진 삼성 반도체 공장 근로자와 관련한 비판 등에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기도 했고, 삼성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의 대가성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한 표정으로 강하게 부인했다. /남강호 기자·성형주 기자·뉴시스·연합뉴스


      하지만 그는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탈퇴하겠다"는 등의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이재용 체제'를 사실상 출범시킨 그가 청문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검증을 받은 셈이 됐다"고 말했다.


      ◇"정유라 승마 지원 적절치 못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활동에 78억원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최씨 측에 대한 지원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문화 지원이라든지, 스포츠 지원을 저한테 일일이 보고를 하지 않는다"며 "(최씨 측에 대한 지원이)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미래전략실장과 팀장들이 한자리에서 보고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최씨 측 지원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 부분에 대해 후회가 막심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최씨를 언제 알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죄송하지만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구한테서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순실씨가 주도한 두 재단에 출연한 배경에 대해, 이 부회장은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기부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했다. 대가성을 부인한 발언이다. 이어 그는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문화 융성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해주는 게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하지만 당시 정확히 재단이라든지 출연이라든지 이런 얘기는 안 나왔기 때문에 독대 당시에는 무슨 얘기인지 솔직히 못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청탁 안해"


      이날 청문회에서는 삼성의 최씨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위한 포석 작업이었다는 의혹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최씨 측을 지원한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의결권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 부회장은 우선 "박 대통령과 독대 때 두 회사의 합병을 원활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 독대를 했을 때는 이미 주주총회도 끝나고 합병이 된 뒤의 일이라 합병 건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 합병이 제 승계와는 관계가 없다"며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은 국민연금이 삼성 계열사에 대한 제일 큰 투자자로, 제일 높은 수익도 올렸다. 그런 차원으로 안다"고 답했다. '국민연금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접촉설'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측이 만나자는 요청이 있어서 실무자 몇 분과 봤다"고 말했다. 또 합병 비율을 조정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에는 "합병 비율은 임의로 조정할 수 없고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훌륭한 분 있으면 경영권 넘길 것"


      의원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서 자질이 있는지를 따지기도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 기억력이 좋고 아는 게 많은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야 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부회장은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답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순실 측에 돈을 지원한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왜 해고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검찰·특검 등의) 조사 후에 조직의 누구든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제 책임이 있으면 물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오후 11시쯤 청문회를 마치면서 "구태를 다 버리고 정경유착이 있었으면 다 끊겠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