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 앞에 생이 끝나 갈 때 꼭 해야하는 이야기들' 서평

  • 조선닷컴 뉴미디어경영센터

    입력 : 2016.12.06 09:40

    우리 앞에 생이 끝나 갈 때 꼭 해야하는 이야기들

    돈 있는 미국인들은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론 최악의 죽음을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무리한 생명 연장 치료 합병증, 종합병원과 동네의원 사이의 치료 연속성 부재 그리고 의료과실 등이 불행한 죽음의 원인이다. 미국 의료계에는 외부 노출을 꺼려하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인 3분의 2가 각종 의료장비에 몸이 묶이고, 가정 파산을 야기시키는 병원비를 지불하며 죽어가고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대부분의 환자들이 집에서 사랑하는 친지들에 둘러싸인 채 임종을 맞이하고 싶어 하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전의료지시서는 환자가 자신이 받을 의료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안된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미국 성인 환자 가운데 3분의 1만이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했고, 설령 작성했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실행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장애물이 또 있다. 정작 그것이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사전의료지시서가 언제나 의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너무 모호하거나("만약 내가 죽음이 임박했을 때…."), 너무 구체적일수 있고("만약 내가 영구적인 코마 상태에 빠진다면…."), 주관적 해석의 여지를 넓게 남겨 놓을 수도 있다. 또 환자 상태 변화에 따라 반복적으로 사전의료지시서 내용을 확인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 앞에 생이 끝나 갈 때 꼭 해야하는 이야기들(The conversation: a revolutionary plan for end-of-life care)'의 저자 안젤로 E.볼란데스는 책에서 환자들에게 휴대폰 또는 태블릿으로 자신의 생각을 녹화해 남기거나 대리인이나 가족들에게 이메일로 보낼 것을 권한다. 미래에는 환자들이 남긴 이런 비디오가 의무기록의 일부로 첨부돼 대리인이나 의사들이 언제든 그것을 볼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환자가 직접 말하는 소망을 듣는 것은 기록된 문서를 보는 것보다 의사나 가족들에게 훨씬 많은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환자와 가족들이 의사와 병원에 거는 기대는 변화하고 있다. 동영상을 통해 의학은 새롭게 만들어지고 환자와 의사 관계도 재편될 것이다. 환자들은 동영상을 통해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정확히 상상할 수 있다. 의료시스템 중 가장 부족한 자원인 의사 면담 시간에도 환자는 온전히 질문하는 것으로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환자가 사전에 자신의 질병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흡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서 동영상을 이용한 교육은 성공적이었고 최근 20여 년 동안 임종기 치료 외의 다양한 환경에서도 널리 이용됐다. 병원에서는 외과 수술과 복잡한 의료 결정을 위해 의료 동영상을 기본 서비스에 포함시켰다. 2009년에는 워싱턴 주에서 50만 명 이상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와 병원 간의 의료 네트워크 '그룹헬스코퍼러티브(Group Health Cooperative)'가 기존 의료문화에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정형외과, 심장학, 비뇨기과, 부인과, 유방암 그리고 척추 질환 등 6개 분야에 12개의 의사 결정용 보조 동영상을 도입해 실제 임상에서 의료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그룹헬스에 속한 수천 명의 환자들이 추간판 탈출, 유방암, 자궁근종, 전립선암, 엉덩이와 무릎의 골관절염, 심장병 등의 각기 다른 질환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동영상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옵션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룹헬스의 이 같은 노력은 결실을 보고 있다. 환자와 의사 간의 대화를 위해 동영상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면 의사 개인의 스타일, 개성, 솔직함 그리고 접근법에 따라 달라지는 면담을 표준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 모두가 삶의 모든 시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한다.


    - 원제: The conversation : a revolutionary plan for end-of-life care
    - 저자: 안젤로 E. 볼란데스
    - 출판사: 청년의사 (2016.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