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퀄컴도... 車전장 사업 뛰어들어

    입력 : 2016.12.06 09:27

    [글로벌 IT기업들 속속 가세]


    - 삼성, 하만 인수로 합종연횡 활발
    LED 전조등 제조업체 'ZKW'… 파나소닉, 1조원에 인수 추진
    소프트뱅크는 中화웨이와 자율車 통신시스템 개발 나서
    퀄컴, 車반도체 시장 본격 공략
    구글은 내년 중 자율車 상용화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이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부품 업체 ZKW를 인수해 자동차 전장(電裝·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인수 금액은 최대 1000억엔(약 1조3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1938년 설립된 ZKW의 주력 제품은 LED(발광다이오드) 전조등으로 올해 매출이 90억유로(약 11조1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파나소닉은 올해 초엔 영상 인식 기술을 보유한 스페인 자동차 부품 업체 피코사의 지분 49%를 인수했고,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는 자동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공동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으로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미래형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한 합종연횡(合從連橫)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해 자동차 부품 시장의 글로벌 강자(强者)로 급부상하면서 자동차 산업 진출을 위한 일본·미국 IT 기업들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율주행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IT 기업을 축(軸)으로 자동차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소프트뱅크·퀄컴도 자동차 부품 시장으로… 애플, 자율주행차 개발 첫 공식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이달 들어 세계 3위 휴대전화 제조사인 중국의 화웨이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위치 정보와 신호 체계 등 교통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5G(5세대 무선통신) 시스템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4월엔 자율주행 제어장치 개발을 위해 도요타 출신 직원들이 설립한 벤처기업에 투자했고, 자동차 판매 기업도 별도로 설립했다. 소프트뱅크는 2018년엔 일본에서 자율주행 버스와 트럭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반도체 회사인 미국의 퀄컴도 최근 네덜란드의 NXP를 전격 인수하면서 자동차 반도체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NXP는 자동차 에어백과 쌍방향 통신 시스템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차량용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이다.


    미국 애플도 소문으로만 돌던 자율주행차 사업 진출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지난달 22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면서 "머신 러닝(기계 학습)과 자율주행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 2014년부터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비밀리에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왔다. 초기엔 자율주행차 자체 제작에 주력하다가 최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로 방향을 바꿨다. 이를 위해 캐나다에 자율주행차 운영체제(OS)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소도 별도로 설립했다.


    구글은 내년 중엔 별도 법인을 설립해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지난 2009년부터 비밀 연구소인 '구글X' 에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해온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차 58대로 370만㎞ 넘게 시험 운행을 실시했다.


    ◇"IT와 자동차 융합이 대세"


    IT 기업들이 속속 자동차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완성차 제조 기술의 융합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장치)와 텔레매틱스(자동차 무선통신기술) 등 자동차 전장 산업에서는 반도체, 5G 통신, 디스플레이 분야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완성차 분야 경험이 부족한 IT 기업들은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투자해 하만을 인수했고 퀄컴이 지난 10월 NXP에 쓴 자금은 무려 470억달러(약 53조9000억원)에 달한다.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윤상원 교수는 "자동차는 안전성과 내구성에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IT 기업 입장에선 기존 자동차 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이라며 "기존 자동차 업체가 IT 업체와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