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안 표류에... 일자리 90여만개 '가물가물'

    입력 : 2016.11.30 09:25

    [내수 살릴 3가지 법안, 정치 혼란에 물거품 위기]


    - 與野 공동 발의한 '규제프리존'
    8개월 동안 상임위 딱 한번 논의,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도 스톱


    - 서비스산업발전·산악관광진흥
    "특정 집단에 특혜 준다" 논란… 최순실 연루 의혹까지 겹쳐
    올해 국회통과 사실상 힘들듯 "제발 정치 떼고 법안만 보길"


    전남 고흥군은 전국에서 고령화율(37%)이 가장 높다. 젊은 층이 도시로 탈출 러시를 하면서 지역 경제도 악화일로였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 고흥군이 찾은 돌파구 중 하나는 '드론(무인기)'이다. 항공센터와 나로우주센터 등 기존 우주항공 인프라를 활용해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드론 산업이 정부의 규제프리존 전략산업으로 선정되면 관련 사업에 국비와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2350억원을 투자할 계획도 세웠다. 이런 계획이 이뤄지면 2020년까지 1조1000억원의 경제 효과와 1만700여 개의 일자리(전남 일대) 창출이 기대됐다. 하지만 '고흥의 꿈'은 규제프리존법 입법이 지연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고흥군 관계자는 "규제프리존 법안이 통과되면 수십 개의 드론 관련 기업이 고흥에 자리 잡고 드론 관련 부품을 만드는 연관 기업까지 들어와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자칫 드론 특구의 꿈도 사라질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 혼란이 장기화되면서 내수 진작을 위한 경제법안 처리마저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규제프리존 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및 운영법' 등 내수 3대 법안은 정치 이슈에 밀리고, 특정 집단에 특혜를 주는 법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국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대내외적으로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적인 경제법안들이 정치 논쟁에 휘말려 통과되지 않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한다.


    ◇8개월 동안 딱 한 번 논의된 규제프리존법


    이 3가지 법안은 박근혜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것이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가 드론, 친환경자동차, 3D 프린팅 등 전략산업을 선정해, 정부가 금융·세제·인력 등을 지원하고 지역·산업별 규제를 해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은 지난 3월 19대 국회 때 처음 발의됐다가 회기가 끝나 자동 폐기됐고 20대 국회가 개원된 지난 5월 여야 의원 125명의 공동 발의로 부활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규제프리존 도입 시 2020년까지 신규 일자리가 전국에 21만 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도 2013년 규제프리존과 비슷한 '국가전략특구 제도'를 도입해 현재 농업, 의료, 도시재생 분야에서 175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규제프리존법은 성장 동력이 꺼져가면서 생존에 몸부림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구원투수'라며 학수고대한 법이다. 지난 8월 전국 14개 시·도지사들이 "규제프리존은 한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이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만 논의된 후 방치되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규제프리존이 도입돼 규제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수도권 낙후지역 개발 규제 완화도 추진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규제프리존 특별법 자체가 올 연말 정기 국회에서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향후 후속 규제개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최순실 등 정치 논쟁에 휩쓸려 묻히고 있는 경제법안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2년 최초 발의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서비스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5년마다 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서비스산업 연구개발 투자 지원책을 마련하고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안이 통과되면 2030년까지 일자리가 최대 69만 개 생기고, GDP도 0.5%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 융·복합을 활성화하자는 것이지만, 야당이 의료 민영화의 길을 터주는 법안이란 이유를 내세워 반대해 처리가 안 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대기업들이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내고 통과시키려 한 법안이란 주장까지 나와 더더욱 난망한 상태다. 조현승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법의 취지는 서비스산업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서비스 R&D 지원 등 체계적 육성이 가능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서비스산업 발전의 첫발을 내딛는 가장 기초적인 법안인데도 심의조차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가 되지 못한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법은 '최순실 의혹'까지 불거져 더욱 심각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산악관광진흥구역이 지정돼 330실 규모 산악호텔 1개 동이 지어질 경우, 30년간 2만36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연간 149억원의 지역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반대에다 최근 최순실 소유의 평창 땅 특혜를 주기 위한 법안이란 의혹까지 덧붙여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가급적 경제법안들은 정치는 떼고 법안의 액면가로만 평가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법안의 입법 취지를 상임위에서 단 한 번도 논의하지 않은 것은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