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의 힘... 콘솔게임·PC를 부활시키다

    입력 : 2016.11.28 10:00

    가상현실 이용한 게임 확산되며 침체 겪던 하드웨어 기기 인기
    소니·MS 등 잇따라 제품 출시, 게임용 PC도 시장 키우기 나서
    분양 현장·유통 매장에서도 VR 이용한 체험 마케팅 활발


    일본 소니의 콘솔(console)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은 최근 두 달 연속 완판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한국에 처음 출시한 가상현실(VR)용 게임기인 PS VR이 출시 첫날 두 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이 다 팔린 데 이어 지난 10일 출시한 PS4 프로 역시 하루 만에 품절됐다. 콘솔 게임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온라인·모바일게임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으나 VR 게임 등장으로 다시 각광을 받는 것이다. 소니 관계자는 "한국에서 콘솔 게임기가 이렇게 빨리 완판된 것은 처음"이라며 "VR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VR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던 콘솔 게임기와 PC 등 하드웨어 기기들이 되살아나고 VR방과 VR 모델하우스 등 관련 산업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를 필두로 소니·구글·HTC·오큘러스 등이 연이어 저가(低價)부터 고급형까지 VR용 헤드셋 기기를 출시한 데 이어 게임과 영화 등 콘텐츠도 풍부해지자 기존 스마트폰 외에 다른 분야도 활기를 띠고 있다.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VR 덕분에 죽어가던 하드웨어 기기들이 심폐소생했다"고 말했다.


    ◇VR로 심폐소생하는 콘솔과 PC


    콘솔게임기 시장에서 소니의 강력한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내년 초에 VR과 증강현실(AR)을 동시에 적용한 기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MS는 이 기기를 자사의 콘솔 게임기인 '엑스박스', 윈도OS(운영체제)용 PC와 결합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오던 PC 시장 역시 VR의 등장과 함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작년 PC 시장의 감소율은 8.3%에 달했지만, 내년에는 감소 폭이 크게 줄 것"이라며 "이런 변화에는 게임용 PC의 급성장이 있다"고 분석했다.


    17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6'에서 한 관람객이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김종호 기자


    게임용 PC는 VR을 연결해 이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고성능 그래픽 기능을 탑재한 PC다. 이 시장은 작년 670만대에서 2020년 870만대로 연평균 7.7%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 4위 PC업체인 미국의 델, 대만의 에이수스도 각각 '에일리언 웨어', 'ROG' 같은 게임 전용 PC 브랜드까지 출시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PC방 대신 VR방, 모델하우스 대신 VR로 둘러보기


    하드웨어 시장과 별개로 VR은 기존에 없던 서비스도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VR방이다. 1990년대 후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PC방처럼 VR기기를 탑재한 PC나 스마트폰 등을 설치해두고 사용자들이 게임이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대만의 HTC는 지난 17일 부산에서 열린 게임 박람회 '지스타'에서 VR 기기인 '바이브' 출시 간담회를 열고 "한국 시장에 VR방을 보급하는 사업에도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 역시 VR방 사업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건설·유통 분야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모델하우스의 견본주택 대신 VR 기기를 이용해 내부를 선보이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10월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 오피스텔 분양 당시에도 모델하우스 곳곳에 VR기기를 설치한 데 이어 경기 광주의 '힐스테이트 태전 2차' 등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모두에 VR 기기를 설치해놓고 있다. 의류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는 VR을 이용한 남극 탐험 체험 이벤트를 진행했고, 삼성물산 의류 부문 역시 '빈폴' 브랜드를 시작으로 의류 브랜드 전반에 VR을 이용한 체험 마케팅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에서는 고객들이 직접 쇼핑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VR 스토어' 서비스도 지난 7월부터 시작했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기술' 수준에 머물렀던 VR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기존 IT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과의 접점 역시 넓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콘솔 게임기


    TV에 연결해 이용하는 비디오게임기로 컨트롤러(조작기)를 통해 게임 속 캐릭터를 움직이고 즐기는 기기다. 일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의 '위'(Wii),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가 대표적인 콘솔 게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