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닷이냐, OLED냐... 차세대 TV 전쟁

    입력 : 2016.11.24 09:38

    [삼성·LG 주도권 다툼 치열]


    - 삼성, 퀀텀닷으로 승부수
    美기업 820억원에 인수해 핵심 기술·특허 단숨에 확보


    - LG 중심 '올레드 연합군'
    소니 등 글로벌 기업 속속 동참,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전력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이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냐.'


    차세대 TV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 진영의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퀀텀닷 TV 진영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관련 분야 핵심 기업을 인수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LG전자는 중국 스카이워스, 네덜란드 필립스 등에 이어 일본 최대 TV 업체인 소니까지 '동맹군'으로 끌어들이며 세(勢)를 불리고 있다.


    현재 OLED TV 판매량은 퀀텀닷 TV의 4분의 1 정도다. 퀀텀닷 진영에는 세계 TV 1위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중국 TCL(3위), 하이센스(4위) 등이 가세해 있다. OLED TV는 현재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퀀텀닷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인수합병으로 미래 기술 단숨에 확보


    삼성전자는 미국의 퀀텀닷 기술 기업인 QD비전을 7000만달러(약 820억원) 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연구자가 설립한 QD비전은 퀀텀닷 분야 핵심 기술과 원천 특허를 다수 보유해 미국 나노시스와 함께 이 분야의 양대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10년 나노시스에 1500만달러(약 180억원)를 투자해 기술 협력을 진행해 왔다. 여기에 QD비전까지 인수하면 퀀텀닷 관련 핵심 기술과 특허를 상당 부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차세대 OLED'로 주목받는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개발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OLED TV 개발은 접고 수년 내에 퀀텀닷TV보다 한 단계 진화한 QLED TV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16'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퀀텀닷 TV를 살펴보고 있다(왼쪽). 같은 행사에서 LG전자는 OLED TV를 이어 붙인 터널을 만들어 관람객들이 화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LG전자


    현대증권 김동원 기업분석부장은 "삼성전자가 QD비전의 기초 기술과 자체 개발한 응용 기술을 융합하면 차세대 TV 개발 경쟁에서 확실히 앞서갈 수 있다"며 "QD비전 인수는 자동차 부품 기업 하만 인수에 이은 두 번째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니도 가세… 세 불려가는 OLED 연합군


    LG전자가 이끄는 OLED 진영은 일본의 소니가 가세하기로 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소니는 내년부터 OLED TV를 판매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TV용 OLED 패널을 공급받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은 가장 먼저 제품을 내놓은 LG전자가 고군분투해 왔지만 최근 다른 글로벌 제조사들도 신제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스카이워스·창훙·콩카, 일본 파나소닉이 OLED TV를 이미 출시했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 박람회 'IFA 2016'에서 OLED TV를 선보인 필립스(네덜란드), 베스텔(터키), 메츠·뢰베(독일) 등 유럽 제조사들도 공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스카이워스는 지난 16일 중국에서 개막한 전자 전시회에 자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 패널을 사용한 OLED TV를 출품했다. 중국에서 패널까지 직접 생산한다는 것은 OLED TV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서 앞섰던 퀀텀닷 진영이 미래 기술 강화에 나서고, 차세대 기술 개발에 주력했던 OLED 진영은 반대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기술력과 시장을 둘러싼 양 진영의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 소재(素材)를 사용한다. LCD(액정표시장치) TV와 달리 뒤에서 빛을 쏴주는 광원(光源)이 필요 없고 색 재현력도 뛰어나다.


    ☞퀀텀닷(양자점) TV


    전류를 흘리면 스스로 빛을 내는 무기 소재인 ‘퀀텀닷’으로 만든 얇은 필름을 기존 LCD TV에 끼워 밝은 화면과 색감을 구현한다.


    ☞QLED(양자점 발광다이오드) TV


    퀀텀닷과 OLED의 장점이 결합된 TV. 무기 소재인 퀀텀닷이 OLED처럼 별도 광원 없이 스스로 빛을 내게 한다. 무기물을 사용해 수명이 길고, 색 재현력도 높다. 아직 상용화 기술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