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에 대한 두 가지 오해, 작은 관심으로 두려움부터 없애자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박세나 교수

    입력 : 2016.11.21 16:53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건강증진의학과 박세나 교수(산부인과)

    여성의 생애주기에 있어서 폐경은 낯설고 두려운 순간임에는 분명하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여성 수진자분들의 상당수는 생리양이 조금 줄거나 주기가 약간 변동되기만 해도 본인이 벌써 폐경의 조짐을 보이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20~30대 젊은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담 시 대부분의 경우에는 불안을 안심시켜 드리는데 시간을 쏟게 된다. 이 때 폐경에 대한 간단한 이해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이나 미디어 등의 잘못된 정보에서 오는 불필요한 두려움을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 하나의 오해는 실제로 폐경이 된 중년 이후의 여성들에게 폐경 이후의 부부관계는 어렵다는 인식이다. 폐경이신 분들이 진료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가시기 직전 수줍게 "저기요..." 라고 어렵게 꺼내는 대부분의 질문은 폐경 이후 부부관계를 남편 분은 계속 원하시지만 본인은 너무 통증이 생겨서 꺼려지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난감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아예 피하고 안한다는 분들이 더 많지만 상담을 통해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간단한 도움을 받아 편안하게 부부관계를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수줍던 얼굴이 활짝 펴지시는 것을 보게 된다.


    1. 조기 폐경에 대한 두려움


    여성을 여성스럽게 가꾸어 주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와 여성이 임신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 몸의 난소에서 비롯된다. 난소 기능은 정점인 만 40세를 지나면 점점 쇠퇴한다. 의학적으로 만 40세 이전에 폐경이 된 경우에는 "조기 폐경"이라고 진단을 하지만 그 이후로는 "조기 폐경"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9.7세이다. 즉 40세 이후부터 평균적으로 49.7세까지는 누구나 폐경이 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달이 정확히 하던 생리가 갑자기 딱 끊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은 마음도 준비될 수 있도록 폐경의 예고를 충분히 하게 되는데, 폐경 전 2-3년, 길게는 2-8년 정도 생리가 불규칙적인 갱년기를 거치게 된다. 이 때 생리는 한 달 두 달 거르다가 점점 더 무월경 기간이 길어지게 되고, 갱년기 초반부터 안면홍조, 불면증, 관절통, 감정의 변화와 같은 폐경 증상들이 나타면서 여성들은 이제 폐경이 오고 있구나 직감할 수 있다. 이렇게 점점 더 생리주기가 멀어지다가 1년 동안 생리를 안 하게 되면 비로소 진정한 폐경임을 확진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생리의 규칙성이다. 생리를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면 양이 많고 적든, 생리기간이 길던 짧던 간에 배란이 이루어지고, 여성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다는 것임으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평균 폐경연령보다 이른 나이에, 갱년기 증상 없이 어쩌다 한 두 번 생리패턴이 변한 증상에 대해 과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단, 주기가 정확하다가 어긋나면서 불규칙성이 지속된다든지, 임신이 아닌데도 무월경 상태가 2개월이상 지속된다든지. 생리가 아닐 때 출혈이 되는 부정출혈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반드시 가까운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이상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그리고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서 자궁 경부암 검사와 함께 자궁과 난소의 형태적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는 자궁 난소 초음파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권유된다. 자궁과 난소가 골반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종양이나 이상이 생겨도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는 한 상태가 심각해 질 때까지 발견되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2. 폐경 이후의 부부관계


    갱년기부터 나타나는 안면홍조, 불면증, 관절통, 감정변화와 같은 증상들은 폐경 확진 이후 2~3년 후면 몸이 서서히 에스트로겐의 결핍상태에 적응이 되면서 증상이 많이 좋아지게 된다. 증상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안면 홍조가 심해 외출이 어렵거나 불면증이 극심하거나 감정 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등 일상에 장애를 줄 정도로 증상이 심한 분들에게는 여성호르몬 보조 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종양의 위험성 때문에 최근 꺼려지고 있는 경향이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오히려 호르몬제를 사용하는 것이 삶의 질 측면에서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득과 실을 잘 따져보고 필요한 검사들을 잘 받으면서 필요한 용량과 기간을 잘 지켜 사용하는 것이 권유된다.


    이러한 급성기 증상이 해결된 후에도 골다공증이나 질 위축증과 같은 만성 증상은 폐경이 진행될수록 더욱 심해지게 된다.


    질 위축증은 여성호르몬에 민감한 질 점막이 폐경으로 인해 호르몬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진행되며 점막의 위축과 건조가 심해지면서 점막이 얇고 예민해져 부부 관계시 통증을 유발하고 평상시에도 가려움, 쓰라림, 따가움 등의 증상으로 불편해 질 수 있다. 비뇨 생식기의 위축을 동반하기 때문에 재발성 요도염, 빈뇨 등의 비뇨기과 문제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질 점막의 위축은 모든 폐경 여성들이 겪는 문제이지만 아직 이에 대해 널리 이해되지 못하고 있어 적절한 도움을 못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호르몬의 중단이 원인이므로 여성호르몬을 다시 공급해 주면 간단히 해결된다. 단, 질 위축증만을 위해 전신적인 경구용 여성호르몬을 사용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질 부분에만 도포하도록 에스트로겐이 미량 함유된 연고나 질정 형태의 호르몬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키 포인트이다. 에스트로겐 연고나 크림, 질정은 호르몬 제제이므로 의사의 관리 하에 사용해야 하며 산부인과에서 처방전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매일 사용해야 하는 줄 알고 부담감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신데 그렇지 않다. 약을 받아 처음 2주정도만 매일 사용하면 말라있던 점막들이 다시 소생하여 부드러워지게 되고 그 이후부터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3-7일 마다 한 번 씩 도포하여 유지요법으로 관리해 주면 된다. 처음 사용하시는 환자분들은 무언가 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내키지 않게 마련인데, 얼굴에 매일 모이스쳐 로션을 바르듯이 질 점막도 이제는 가끔씩 마르지 않도록 로션을 바른다는 느낌으로 사용하시는 것이라고 설명 드리면 금새 이해하시고 사용하는데 거부감이 없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러한 국소적인 여성호르몬의 사용이 전신적인 영향은 미약하다고 보고 있지만 가까운 자궁과 난소에는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호르몬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매년 자궁 난소 초음파 검사를 확인해 본다면 더욱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점막 자체는 부드러워졌지만 관계 당시 질 분비물은 예전처럼 풍성하게 분비 되지 않기 때문에 수용성 윤활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호르몬제는 평소에 꾸준히, 윤활제는 부부관계 당시에만" 사용하는 것을 잘 기억하고 사용하신 분들의 만족감은 상당하며 오히려 임신에 대한 염려가 없기 때문에 젊었을 때보다 더 편안하고 좋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부부가 함께 해로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큰 축복이다. 폐경이후에도 부부관계를 충분히 유지하는 부부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깊어지고 만족감이 높아져서 더욱 건강하고 질 높은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작은 관심과 지식 그리고 잠깐의 노력을 더하면 바로 지금부터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