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美, 경제 호전되나... 强달러 잡아라

    입력 : 2016.11.17 09:40

    [달러 가치 상승 원인과 투자법]


    美경제 최우선한 보호무역주의, 재정 지출 통한 경기 부양 공약
    내년 상반기까지 '강한 달러' 예상
    달러 가치 오르면 환차익 올리는 1년 만기 '달러 예금' 등 인기


    미국 대선 이후 펼쳐진 '트럼프 월드'(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세상)에서 달러는 귀한 몸이 됐다.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난 8일 이후 6일 연속 상승, 14일엔 100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반면 우리나라 원화뿐 아니라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등 세계 주요국 화폐 대부분이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국 경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의 단면이 달러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노믹스로 미국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다음 달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점차 확신에 가까워지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노믹스발(發) 달러 강세 현상


    달러 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경제 정책을 전환할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은 그간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을 많이 푸는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했다. 달러를 마구 풀면 달러는 약세가 된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1조 달러 인프라 투자'로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에 퍼져 있는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각국에서 달러를 확보하고자 하는 수요가 는다. 미국 경기 회복 기대와 달러가 미국으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이 합해지면서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고 하다 보니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또 당장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현재 강(强)달러의 원인이다.



    반대로 다른 나라 통화들은 약세다. 일본 엔화는 11월 초 1달러당 102~104엔 안팎에서 현재 108엔 안팎까지 올랐다(엔화 가치 하락).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국은 최근 수출 증가세가 더딘 상황이라 달러 강세를 틈타 인민은행이 지속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올려 고시하고 있다(위안화 가치 하락). 지난 15일 중국 위안화 가치는 1달러당 6.8790위안으로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미국 대선이 치러진 8일부터 1주일 만에 약 3% 이상 급등해 1170원 안팎에 이르렀다(원화 가치 하락). 전승지 삼성선물 책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국내 정세 불안까지 겹쳐 원화 가치 하락 폭도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고 했다. 신흥국 증권시장도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으로 죽을 쑤고 있다. 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싱가포르 등 MSCI 동남아 지수는 미국 대선 이후 6% 이상 급락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주의 무역 기조를 확실히 세워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위안화나 엔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强)달러 오래갈 듯, "달러 비중 늘려라"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신흥국 대신 달러화 표시 자산에 더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어떻게 구체화할지를 지켜보는 등 외부 변수를 계속 감안해야 한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미국이 부채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 트럼프 당선인이 재정 확장 정책을 하려고 해도 내부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쯤 구체적인 정책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강달러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달러 예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1년 만기 정기예금 형태로 판매되는데 보통 예금 금리가 0.7% 수준이지만 달러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올릴 수 있다.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증권사가 가지고 있는 달러 표시 채권을 고객들에게 팔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증권사가 다시 사들이는 조건이 붙은 상품이다. 수익률이 달러 예금보다 조금 높다.


    미국 달러선물 지수에 맞춰 수익률이 움직이는 ETF(상장지수펀드)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달러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거나 떨어질 때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 시장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