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미래 쇼핑'... 보름에 한 번꼴로 샀다

    입력 : 2016.11.17 09:26

    [車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틀만에 메시지 업체 뉴넷캐나다 인수]


    - 올해 인수합병 6건, 지분 투자 19건
    AI·클라우드·무인자동차… 미래 먹거리 찾기에 올인
    - 기술개발 고집 않고 과감한 '수혈'
    삼성페이·사물인터넷 등 M&A로 단숨에 기술력 확보


    삼성전자가 캐나다의 메시지 전송 기술 업체인 뉴넷캐나다를 인수한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14일 자동차 전장 부품, 오디오 기업인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 인수한 지 이틀 만에 새로운 해외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뉴넷캐나다는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같은 별도의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 없이도 문자와 사진·동영상도 전송하고 단체 채팅도 할 수 있는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 기술을 가지고 있다. 또 휴대전화 외에도 PC나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있는 가전제품·자동차에서도 이 기술을 적용해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냉장고·세탁기·TV 등 삼성의 모든 기기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인터넷 연결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금액은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백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M&A 시장의 큰손으로 - 지난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 이재용(왼쪽) 부회장이 IBM의 지니 로메티 CEO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6건의 인수·합병(M&A)과 19건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삼성이 올해 들어 인수한 기업은 6개, 지분 투자를 한 곳은 무려 19개에 달한다. 대략 보름에 한 번꼴로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 찾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며 "인공지능·전장 부품 등 삼성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부분이라면 가리지 않고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과감한 삼성의 투자… 적과의 동침까지


    삼성은 지난 6월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 업체인 조이언트를 인수하며 인수합병(M&A)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스마트TV용 데이터 분석 기술 기업인 애드기어, 미국의 프리미엄 가전 업체인 데이코를 인수하며 생활가전·TV 사업의 경쟁력을 키웠다.


    4분기에는 미래 기술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애플의 인공지능 서비스인 '시리' 개발팀이 나와 설립한 비브랩스를 인수한 데 이어 자동차 전장 산업의 강자인 하만, 차세대 메시지 기술 기업인 뉴넷캐나다까지 인수했다.


    지분 투자를 한 분야는 더욱 다양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부터 자율주행 자동차(무인차), 가상현실(VR),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까지 평균 수십억원씩 투자했다. 세계 최초로 무인택시를 시범 운영한 미국의 누토노미, 당뇨병 치료·관리 기술을 개발한 글루코 등이 대표적이다.


    경쟁 업체들과도 거침없이 손을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4월에는 일본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업체인 큐럭스에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재팬디스플레이와 함께 투자했다. 세계 최대의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에 약 5000억원 투자해 지분 2%를 확보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BYD는 삼성의 계열사인 삼성SDI와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하는 업체이지만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의 시너지를 위해 과감하게 손잡은 것이다.


    ◇외부 기술·인재 '수혈'로 시너지 극대화 노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삼성의 과감한 투자에 대해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해온 과거의 삼성 방식을 버리고 삼성의 외부에서 기술과 인재를 수혈해 단숨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건희 회장이 해외 기술을 벤치마킹해 자체 기술력을 강화하는 일본식 경영 방식을 고수해왔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 기술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미국식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 변화 속도가 빠른 IT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보다는 M&A로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삼성은 간편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의 루프페이를 인수했고, 사물인터넷 역시 스마트싱스를 인수해 기술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이 간편 결제 서비스를 자체 개발했다면 아직도 서비스 출시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외부에서 수혈할 기술을 잘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영진의 판단 능력"이라고 말했다.


    ◇화학적 결합이 마지막 관건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런 변화 시도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화학적 결합'이라는 마지막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본다. 한국 특유의 대기업 문화에 해외 인재들이 어느 정도 적응하느냐도 관건이다. 삼성전자가 1995년 미국 PC업체인 AST를 인수했을 때 경영진을 모두 삼성전자 출신으로 교체했다가 기존 직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났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삼성 스스로도 외부 기업 인수 때 이런 점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한 예로 삼성은 하만·조이언트 등을 인수하면서 경영진 유지·독립 경영을 최우선적인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삼성이 지난 3월 조직 문화 개편을 선언한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한양대 한상린 교수(경영학)는 "삼성은 인수한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삼성전자와 인수 기업 간의 시너지를 최대한 키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