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15 09:17
- 세계 최대 車 전장기업 하만 인수
커넥티드카·오디오 세계 강자
사물인터넷·인공지능과 결합…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대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 첫 사업으로 미국의 자동차용 전자 장비 전문 기업 하만(Harman)을 전격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 노트7 단종에 따른 내부 후유증을 추스르면서도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의 해외 기업 인수를 단행했다. 삼성의 미래 사업으로 주목받는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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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이 선택한 미래 먹거리 -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 전시회'MWC'행사장에서 미국의 전장 기업 하만의 직원이 자사 전장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블룸버그
삼성전자는 하만의 주주와 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의 반(反)독점 당국 승인을 거쳐 늦어도 내년 9월까지는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만은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현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된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전장·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은 1956년 창업해 미국 코네티컷주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전장, 오디오 전문 기업이다. JBL·하만카돈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오디오 분야에서는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도 가지고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메르세데스 벤츠·BMW·페라리·포르쉐 등 고급차에 하만 오디오가 들어간다. 연매출은 70억달러(약 8조2040억원) 규모로, 자동차 전장 부품이 65%를 차지한다. 미국·멕시코·브라질 등 세계 10국에 19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카오디오 분야에서는 부동의 세계 1위이며, 오디오 경쟁력과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차량용 무선통신과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장비) 분야에서도 세계 2위권에 올라 있다.
커넥티드카(connected car)·카오디오 등 하만의 전장 사업은 IoT(사물인터넷) 시대의 개막과 함께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전장 사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450억달러에서 2025년 약 1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만의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 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달러 규모의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부품 업체의 납품 경험과 실적을 중시하는 자동차 업계 특성상 삼성전자가 관련 장비를 처음부터 하나씩 개발해 시장을 공략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은 하만을 인수해 단숨에 세계 수준으로 뛰어오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종합 자동차 전장 회사로 단숨에 도약 노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TV와 반도체·스마트폰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하만의 전장 사업과 결합해 다양한 형태의 신제품을 쏟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디오와 스마트폰을 연결한 인포테인먼트(정보 오락 장치), 차량용 통신 서비스는 물론, 가상현실(VR)과 웨어러블(착용형), 인공지능(AI) 기기와도 결합해 광범위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다. 예컨대 운전자가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장비를 향해 "오늘 저녁 약속 장소로 가자"고만 말해도 인공지능이 알아듣고, 무선 연결된 스마트폰에 저장된 약속 장소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주는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하만이 보유한 전장 사업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에 삼성의 IT 기술과 부품 사업 역량을 결합해 커넥티드카 분야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 대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하만의 주력인 커넥티드카와 스피커 분야 등은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꼭 필요한 분야"라며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IT 기업이 발벗고 나선다면 긍정적인 협업으로 미래 기술 역량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스마트폰·가전·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등과 무선 통신으로 연결된 자동차. 스마트워치로 원격 시동을 걸거나, 자동차가 집에서 출발하면 가전제품이 자동으로 절전 모드로 들어가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