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불안 장세' 펼쳐지겠지만... 세상이 망한 건 아니다"

    입력 : 2016.11.10 09:38

    [美 트럼프 시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1명이 말하는 '트럼프 시대의 투자 전략'


    세계 경제에 미칠 타격 훨씬 큰 브렉시트 충격도 한 달 내 극복
    美 기준금리 결정 등 지켜보고 신중히 투자 결정해도 안 늦어
    금·국채 등 안전자산 오르겠지만 달러화에 대한 전망은 엇갈려


    "올해를 '상식이 깨지는 해'라고 불러야 할 듯합니다.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부터 이른바 '최순실 사태'까지…. 브렉시트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복될지를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전 세계 시장이 트럼프의 '입'만 바라보는 신세가 됐습니다. 많은 변수가 정치 문제라 경제지표로 설명이 어렵다는 점이 답답하네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후보)을 누르고 예상 밖 승리를 거둔 9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시장 전망을 묻는 투자자들의 문의에 응대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예상 밖 선거 결과에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고 금(金) 같은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는 '공포 장세'가 펼쳐졌다. 곧 도래할 '트럼프 시대'에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1명에게 물었다.


    9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자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4% 넘게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 금거래소에서 거래된 금괴(金塊)의 모습. /연합뉴스


    ①일시적인 충격 각오하라


    리서치센터장들은 트럼프의 향후 정책과 무관하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당분간은 금·은·국채 같은 안전자산 가격이 오르리라는 전망이었다. 단, 달러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금융 불안 탓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면 다른 선진국 통화에 비해 달러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신영증권 김재홍 센터장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는 신흥국 통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당 1200원 선까지 환율이 오르는 일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우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②"세상이 망한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공포 확산에도 세상이 망한 것처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신한금융투자 양기인 센터장은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을 두고 '무엇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까'를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이제 막 당선된 트럼프보다 브렉시트가 경제에 미칠 타격이 훨씬 크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냐"며 "브렉시트 타격도 약 한 달 안에 대부분 회복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비교적 신속하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이종우 센터장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정책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그러나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등 다른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투자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③제약·방산·건설 관련주 "트럼프 좋아요"


    트럼프 당선으로 수혜를 보는 업종도 있다. 우선 제약·바이오 관련주가 유망하다는 의견이 많다. '오바마케어'(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구축한 미국 건강보험)를 계승할 힐러리 클린턴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지나치게 높은 약값에 '브레이크'를 걸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클린턴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미국의 제약·바이오 관련주는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센터장들은 '미국부터 지킨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각국의 국방비 증가로 이어져, 방위산업 관련주가 유망하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아울러 기반시설 관련주도 유망주로 꼽혔다. 신영증권 김재홍 센터장은 "트럼프는 미국 경제의 부활을 위해 인프라 재건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재정 투입은 도로·송유관 등 기반시설 건설로 이어져 건설·소재·산업재 관련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④보호무역 확산하면 IT·자동차 등 불리


    트럼프·클린턴 두 후보 모두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긴 했지만 트럼프의 발언 강도가 훨씬 셌다.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비준 연기 등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전 세계 물동량이 줄어 컨테이너·항공·화물 관련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까지 나서고 달러 약세를 유도해 미국으로의 수출 장벽을 높인다면 한국 수출 산업엔 악재다. 트럼프 당선이 한국의 IT(정보기술)·자동차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과 관련한 주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