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 답답... 해외로 눈 돌리는 투자자들

    입력 : 2016.11.09 09:50

    해외 주식 거래 급증세… 2013년 6조에서 작년 15조로
    코스피 박스권·저금리 영향


    직구 땐 환전, 거래 단위 주의… 경제 연관성 낮은 곳에 투자를


    1800~2100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 국내 증시를 벗어나 해외 증시에 눈 돌리는 국내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 해외 투자는 해외 펀드나 역외 펀드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해외 주식을 직접 구매(직구)하는 투자자도 많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대금은 2013년 57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39억달러(약 15조9000억원)로 2.4배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10월까지 98억달러어치의 해외 주식이 거래됐다. 최근 증권사들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신흥국 주식에 대한 직접 구매 서비스를 강화하고,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 거래) 도입 기대감까지 겹쳐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직접 구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주식 직구 때 환전, 거래 단위 주의


    해외 주식을 직접 사고팔려는 투자자들은 우선 국내 증권사에서 해외 주식 거래가 가능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그런데 증권사마다 투자가 가능한 나라가 다르다. 대부분 증권사에서 미국, 일본, 홍콩 등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지만 중국, 일부 유럽 국가,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는 증권사에 거래가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해외 주식 '직구족(族)'을 붙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금융투자가 이달부터 베트남·인도네시아 주식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한국투자증권도 다음 달 중 실시간 거래 시스템을 도입한다.


    계좌를 개설하면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이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또는 전화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주의할 점도 몇 가지 있다. 우선 환전(換錢)에 유의해야 한다. 보통 국내 증권사의 환전 가능 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다. 이 시간을 넘기면 환전이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원화로 매수 증거금을 내고 실제 거래가 체결되면 매수 금액만큼 자동으로 외화로 환전되는 '원화 증거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환율 움직임에 따라 환차손이 발생할 수도 있다.


    거래 단위가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 주식은 1주 단위, 중국 본토 주식은 100주 단위로 통일돼 있지만, 일본과 홍콩 등은 종목마다 거래 단위가 다르다.


    ◇"잘 알려진 종목 사고, 분산 투자"


    국내 주식은 한글로 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구할 수 있지만, 해외 주식의 경우 외국어로 된 정보를 현지 투자자보다 한발 늦게 접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교적 잘 알려진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해외 주식 직접 투자 시에는 업종 '대장주' 등 잘 알려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면서 "높은 수익을 위해 덜 알려진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국가 간 상관관계가 덜한 나라들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7일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 현황을 국가별로 따져 보면, 미국이 2조352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홍콩(1조9025억원), 일본(1조4021억원) 등의 순이었다.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거래)으로 보유한 중국 주식도 9450억원어치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거주자의 지역별 해외 주식 투자 현황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지역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거주자는 미국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 투자 비중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경제 연관성이 높은 지역보다는 연관성이 낮은 지역에 나눠 투자해서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오 센터장도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 지수 자체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골고루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