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실리콘밸리 '벵갈루루'... 모디의 파격지원에 제2도약

    입력 : 2016.11.02 09:43

    [印度 성장 동력 IT클러스터]


    - 벵갈루루에만 IT업체 2000여곳
    연구소·기업·대학이 시너지… 외국 기업 유치위해 세제혜택도
    정부가 곳곳에 IT클러스터 육성
    印, 세계 IT아웃소싱 점유율 50%


    - 美·英 이어 세계 3위 창업대국
    모디 정부'스타트업 인디아'출범… 창업 등록 하루에 완료
    신생업체 3년간 소득세 면제 등 규제 완화 정책 쏟아내


    인도 수도 뉴델리의 델리대를 졸업한 대학 동창 아미트 칸와(23)씨와 비크람 고얄(24)씨는 최근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州)의 주도 벵갈루루로 이사하기로 했다. 대학 졸업 후 뉴델리 주변 수도권(NCR)에 있는 기업체에서 1년여간 일하던 중, 벵갈루루에 위치한 글로벌 IT 업체 '오라클(Oracle)'에 나란히 재취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도권에서 근무했던 기업보다 오라클이 훨씬 이름 있는 기업인 데다 보수도 낫다"며 "IT 도시로 유명한 벵갈루루엔 일자리와 학습 기회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벵갈루루에 입주한 IT 업체는 2000여개가 넘는다. 시스코를 비롯한 인텔·IBM· SAP· HP·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글로벌 IT 기업 거점이 몰려 있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토종 IT 업체 인포시스(Infosys)·위프로(Wipro) 본사도 있다. 벵갈루루는 기업뿐 아니라 관련 서비스 업체, 대학 등이 모인 IT 클러스터(대규모 집적단지)이다. 인도공과대학(IIT)·인도경영대학(IIM) 등 유명 대학과 인도과학원, 우주연구원(ISRO) 등 연구시설이 도시 안에 포진해 있다. 임성식 코트라 뉴델리무역관은 "벵갈루루엔 많은 연구소와 교육기관, IT 기업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벵갈루루가 속한 카르나타카주에서 IT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300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인도의 IT 클러스터는 벵갈루루 이외에도 델리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 뭄바이, 푸네,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등 주요 산업도시에 형성돼 있다. 인도 전역에서 IT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약 1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세계 IT 아웃소싱 공장' 인도 뒤엔 IT 클러스터


    인도소프트웨어서비스기업협회(NASSCOM)에 따르면 올해 인도 IT 산업 규모는 전년보다 8.5% 성장한 16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수출 규모는 전체의 76%인 1080억달러로 전망된다. 2012년부터 IT 아웃소싱 시장점유율 50%를 넘기면서 세계 1위를 지키는 인도는 전 세계 IT 시장의 12.3%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1990년대 말 GDP의 1.2%를 차지하던 인도의 IT 산업은 현재는 10%로 확대되며 인도 경제 발전의 주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영어 구사가 가능하고 수학 교육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 사고가 갖춰진 양질의 인력,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 등도 IT 클러스터 발전을 가속시켰다. 고빈다사미 발라찬디라니 인도 델리대(동아시아학 경제 부문) 교수는 "이제 인도의 IT 산업은 단순히 콜센터 업무나 프로그램 버그 수정을 하도급하는 단순 용역을 벗어나 IT 솔루션을 역(逆)수출하는 수준까지 왔다"며 "이는 정부와 교육기관, 민간기업이 힘을 합친 IT 클러스터가 인도 전역에서 만들어져 IT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 전략적으로 IT 클러스터 육성


    IT 클러스터의 성공은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IT 산업 수출의 40%를 담당하는 벵갈루루는 1947년 인도 독립 후 인도 정부의 주요 산업 분산 정책에 의해 전략적으로 선택됐다. 파키스탄과 중국과의 갈등으로 인도 정부는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지역에 핵심 산업을 이전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내륙에 있는 벵갈루루는 타타 그룹이 만든 인도과학원 등 유명 연구기관과 교육시설이 있어 인재 확보에 유리한 지역인 데다, 해발 900m 고원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서늘한 기후의 도시였다. 인도 정부는 발사체 등 우주 기술을 개발하는 우주연구원(ISRO)을 설립하고 군수품을 생산하는 국영기업들도 불러들였다. 주정부는 1980년대 인도에 진출한 미국 반도체 회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세제·임대료 혜택을 줬다.


    이후 인도는 1990년대 초 당시 재무부 장관이던 만모한 싱 전 총리가 정책적으로 소프트웨어 인력과 기업을 키우면서 IT 산업을 육성했다. 벵갈루루에 본사를 둔 인포시스와 위프로 등 토종 IT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IT 아웃소싱을 하며 성장하게 된다.


    벵갈루루에 수많은 기업의 R&D센터와 콜센터가 몰려들면서 임대료·인건비 등이 폭등하자, 좀 더 낮은 임대료 등 혜택을 내세우며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지방들이 생겨났다. 텔랑가나주의 주도 하이데라바드가 대표적이다. 등록·인지세 50% 할인, 임대료 할인 등 파격적인 당근책을 제시하며 IT 기업을 대거 유치했다. NDTV는 "당시 수도·전기료 전산 납부 정책을 추진하던 주 정부는 대부분의 정부 계약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겨줬다"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애틀을 벗어나 처음으로 R&D센터를 인도에 짓게 도왔다"고 전했다. 이후 하이데라바드는 구글·IBM 등 글로벌 IT 기업이 진출한 IT 허브로 성장했다.


    최근엔 뉴델리 주변 수도권(NCR) 지역이 새로운 IT 클러스터로 성장하고 있다. IT 기업 중심의 벵갈루루에 비해 정부 정책 변화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어 좀 더 포괄적인 기업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대우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삼성·LG 전자회사, 마루티스즈키 등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각종 IT 업체가 동반 진출했다"며 "도로·통신망이 잘 조성돼 있고 델리대·네루대 등 교육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으로 도약하는 IT 클러스터


    인도 IT 클러스터는 최근 기존 IT 아웃소싱 기업 중심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기업들이 탄생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4200개가 넘는 스타트업 기업이 있는 인도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창업 대국이 됐다. 2007년 벵갈루루에서 창업한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Flipkart)는 10년 만에 기업 가치 1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한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다. 플립카트는 인도 시장의 패권을 두고 미국 업체 아마존(Amazon)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0년 벵갈루루에서 설립된 모바일 마케팅 업체 집다이얼(ZipDial)도 지난해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트위터에 4000만달러에 매각되는 성공 신화를 썼다. 창업자 발러리 외고너(33)는 실리콘밸리 출신 미국인이지만 창업을 벵갈루루에서 했다. 그는 "인도는 IT 인재가 넘쳐나는 데다 거대 시장이라 생각해 창업했다"고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올해 초 '스타트업 인디아' 출범식을 열고 '창업 등록 하루 완료' '신생 업체 3년간 소득세·세무조사 면제 혜택'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쏟아냈다. 또 정부는 23개 주요 도시에 설립된 인도공과대학(IIT) 내에 기술 사업 인큐베이터를 설치해 스타트업 양성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