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에 딱 맞는 나라 찾아라... '핀셋 전략'이 성공 방정식

    입력 : 2016.11.01 09:51

    [도전, 글로벌 창업] [2] 제2의 내수시장 공략한다


    - 인도의 '밸런스히어로'
    스마트폰 사용자 90%가 선불제… 잔액·데이터 사용량 알려줘 대박


    - 베트남의 '땀쪄'
    임대료 높아 장사 포기한 현지인, 모바일 오픈마켓 서비스로 몰려


    - 인도네시아의 '잡플래닛'
    이직률 높은 시장 특성 고려해 취업 정보 제공하며 집중 공략


    요즘 인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한국 벤처기업 밸런스히어로가 만든 앱(응용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 '트루밸런스'라는 이름의 이 앱은 선불제 요금 사용자들에게 잔액과 데이터 사용량을 알려 준다. 2014년 9월 당시 인도에서 처음 출시된 스마트폰 잔액 확인 앱으로 지난 9월 가입자 1600만명을 돌파했다. 밸런스히어로 창업자 이철원(46) 대표는 "인도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90%가 선불 요금제를 쓰고 있어 잔액에 민감하다는 점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한국이나 다른 선진국이었다면 관심을 끌기 어려웠을 서비스로 인도에서 '대박'을 낸 것이다.


    이처럼 특정 국가나 지역에 집중하는 '핀셋 전략'이 창업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세우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상품 성격에 최적화된 시장을 공략해 성공 발판으로 삼는 전략이다.


    ◇베트남·중국… 제2의 내수 시장 찾는 기업들


    최근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늘고 있는 동남아시아도 한국 모바일 서비스 업체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땀쪄는 이종혁(30)씨가 지난 6월 베트남에서 창업한 모바일 전자상거래 벤처기업이다. 수많은 개인 판매자가 각자 상품을 팔 수 있는 '오픈마켓' 형태 서비스다. 베트남의 부동산 임대료가 매우 높아 장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게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땀쪄는 9월 베트남 구글 앱 장터에서 인기 무료 쇼핑앱 7위까지 올랐다. 이씨는 "지금은 남부 호찌민과 주변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지만 향후 베트남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철원(앞줄 가운데) 밸런스히어로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엄지를 치켜세우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앱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밸런스히어로는 직원 40여명 중 절반이 현지인이다. /밸런스히어로


    국산 화장품을 중국 유통망에 공급하는 비투링크는 한류(韓流)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단지 물건만 떼다 파는 도매상과 달리, 어느 지역에서 어떤 물건이 잘 팔리는지 데이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사에 상품 기획을 제안하는 것이 특징이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국경을 맞댄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까지 상품을 공급한다. 2014년 창업한 비투링크는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창업 2년 만에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취업 정보 서비스 잡플래닛은 첫 해외 진출 국가를 인도네시아로 정하고 지난해부터 시장을 집중 공략 중이다. 잡플래닛 관계자는 "직장을 자주 바꾸는 인도네시아의 문화가 취업 정보 서비스에는 최적의 환경"이라며 "매년 경제성장률이 5%를 웃돌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50%에 미치지 못해 성장 여력도 크다"고 말했다.


    기업용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응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ASD테크놀로지는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창업했다. 국내 한 대기업의 현지 주재원이었던 창업자 이선웅(43) 대표는 러시아에서 창업한 이유로 '현지 기술 인력'을 들었다. 그는 "한국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는 개발자 대부분이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에만 몰려 있어 세계적인 트렌드에서 동떨어져 있다"며 "반면 러시아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온 경험이 축적돼 있어 유능한 엔지니어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ASD테크놀로지는 현재 러시아 이동통신사 메가폰, 터키 최대 가전회사 베스텔 등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성공 가능성 높은 전략 시장 찾아라"


    시작 단계부터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글로벌 창업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시장이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K-ICT 본투글로벌센터'가 올 초 발간한 스타트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해외 창업을 했거나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국가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515개 스타트업 중 301곳이 미국, 261곳은 중국을 꼽을 정도로 편중 현상이 심하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일본을 집중 공략해 글로벌 메신저로 성장한 네이버 '라인'의 사례처럼 전략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육성기관 '앱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진형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미국·중국은 시장이 크지만 그만큼 많은 기업이 몰려들어 경쟁이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며 "무작정 큰 시장만 공략할 게 아니라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곳을 전략적으로 찾아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