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또 長考 끝에 惡手 나오나

    입력 : 2016.10.28 09:27

    [뜸들이는 정부 "11월3일 발표"]


    정부의 구두 개입만 이어지며 강남서 강북으로 과열 확산
    내수 위축에 극약 처방 어렵지만 누구나 예상하는 수준의 대책 땐 부동산 시장 과열 식힐 수 없어


    "부동산 대책 내놓는다고 한 지가 언젠데, 이상하게도 뜸을 들이데요. 이제서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니 분양권 빨리 팔아 달라는 연락이 좀 오기는 옵니다."


    서울 강동구의 공인중개사무소에는 27일 정부가 다음 달 3일 부동산 대책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날 이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 분양권을 팔아 달라는 주문 전화가 20~30% 정도 늘었다고 했다. 중개사무소 사장 A씨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한 사람한테 '팔 수 있을 때 팔라'고 시간을 준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과 일부 분양 시장이 과열됐다는 경고음이 울리는 중에도 시장 안전 대책을 내놓지 않던 국토교통부가 27일 "11월 3일에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부동산 대책은 발표 2~3일 전에 예고를 하는 경우가 있어도 일주일 뒤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사전 공지'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8·25부동산 대책도 '헛발질', 이번에도 우물쭈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지난 14일이다. 당시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강남 등 재건축단지 중심의 국지적 과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열 현상이 이어지면 단계적·선별적 시장 안정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이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을 했을 때는 일주일 안팎이면 대책이 나오는 것이 통상적이어서, 주택시장에는 "곧 대책이 나올 것"이라며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국토부는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할 경우 단계적·선별적으로 시장 안정 시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대책 발표를 미뤘다. 지난 8월 25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택지 공급을 줄여, 주택 공급을 줄인다는 대책을 발표해 부동산 시장이 더 과열되도록 부추겼던 정부가 이번에도 대책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주택시장 과열 조짐, 비(非)강남권으로 확산 중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일종의 '구두(口頭)' 개입만 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들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10월 중순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등) 주간 상승률이 0.5~0.4%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마지막 주 조사에선 서초구는 0.25%, 다른 지역은 0.08~0.18% 수준으로 상승률이 떨어졌다.


    그러나 강남 대신에 강북권 지역이 '펄펄' 끓는 일종의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리서치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개 구에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청약 1순위 신청을 받은 마포 신수1구역 재건축 '신촌숲 아이파크'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75대1을 기록해 서울 강북권에서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나오나


    일주일 뒤 발표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지금까지 거론된 대책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 우세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며 "전매 제한기간 연장, 청약 자격 강화, 재당첨 금지 등으로 저강도 대책을 먼저 시행하고, 점차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누구나 예상하던 수준의 대책만 내놓을 경우 소위 '약발'이 먹히지 않고 부동산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과열되는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인호 KDI연구위원은 "전매제한 기간을 6개월에서 30개월로 연장하면 청약하는 사람이 입주하는 사람과 일치하게 된다"며 "정부가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시장 질서를 재편한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