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사물인터넷이 모든 산업 바꿔... 미래 20년, 생각만해도 흥분된다"

    입력 : 2016.10.27 10:25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인터뷰]


    "사물인터넷 1兆개가 뒤바꿀 인류 문명… 큰 기회 오고 있다"


    - "사물인터넷發 제2캄브리아 폭발"
    "냉장고·세탁기·車 등 연결돼 엄청난 양의 데이터 쏟아낼 것
    이 데이터가 산업틀 다 바꾼다… 인간 지능 넘는 AI 탄생 임박"
    - 여전히 배고픈 손정의
    "투자한 113조원도 부족하다, 20代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미친 사람 될 것"


    "PC, 모바일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이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산업의 틀을 재편해버릴 것입니다. 새로운 비전을 생각하면 여전히 흥분됩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타클래라의 하얏트 리전시호텔에서 만난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사진) 회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손 회장은 지난 7월 인수한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개발자대회(테크콘)에 참석해 본지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6개국 12개 매체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올해 59세인 손 회장은 지난 6월 "앞으로 10년은 더 하고 싶다"며 은퇴를 번복하고 CEO(최고경영자) 자리로 돌아왔다. 이후 그는 예전보다 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복귀 선언 후 한 달 만에 무려 234억파운드(당시 환율로 35조원)를 투자해 ARM을 인수했고, 지난 14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함께 1000억달러(약 113조3500억원) 규모의 벤처 투자 펀드 결성 계획을 발표했다.


    1000억달러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미국 벤처캐피털(VC)로 유입된 투자금을 모두 합친 것과 같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배고픈 모습이었다. 손 회장은 "향후 2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라며 "투자금 1000억달러도 모자라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벤처 투자 펀드와 별개로 3~4년 안에 수백억달러 규모의 M&A(인수·합병)를 최소 1~2건 이상 성사시킬 것"이라며 "나는 항상 수십 개의 기업을 후보군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모든 것을 재편한다"


    손 회장은 미래 산업을 사물인터넷이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35년까지 사물인터넷용 기기는 1조 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지구 상에 '제2의 캄브리아기(紀) 폭발'이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5억4000만년 전 캄브리아기에 지구 생물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듯이 앞으로는 냉장고·세탁기·자동차 등 모든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데이터를 폭발적으로 생산할 것이라는 뜻이다. 손 회장은 "1조 개가 넘는 기기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데이터는 IT(정보기술)뿐만 아니라 쇼핑·교통·헬스케어·금융 등 현존하는 모든 산업을 완전히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와 함께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가 인류의 지능을 따라잡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질적 도약이 생기는 특정 시점)가 곧 나타날 것"이라며 "이미 음성 인식과 사진 인식에서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앞섰다"고 말했다. 조만간 모든 영역에서 인류와 맞설 만한 로봇·기계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통한 패러다임 변화는 인류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고, 위협이 될 수도 있다"며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인류의 수명을 100세 이상으로 늘리고, 일의 생산성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ARM의 인수가 자신의 미래 전략을 위한 첫 포석이라고도 했다. IT업계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에 대해 "시너지가 거의 없는 M&A"라고 평가한다. 소프트뱅크는 주로 이동통신·인터넷 분야에 집중한 기업인 반면 ARM은 반도체 설계 업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회장은 "ARM의 저전력·고성능 반도체 기술은 사물인터넷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이라며 "나는 투자를 결정할 때 향후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둑을 예로 들면서 "ARM 인수는 바둑을 둘 때 방금 둔 돌 옆에 다음 돌을 놓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곳에 돌을 놓은 것"이라며 "이 포석은 당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20수, 30수 뒤에 '와우!'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20대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미친 사람이 될 것"


    손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기업가로 꼽힌다. 그는 차입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모하리만큼 공격적인 투자로 회사를 키워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1위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지분 투자와 핀란드 대표 게임업체 수퍼셀 인수 등이다. 그는 스스로를 "빚의 왕(king of debt)"이라고 칭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의 개발자 대회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열어가는 새로운 비전을 생각하면 흥분된다"며 "이 미래 산업들은 기존 산업의 틀을 완전히 재편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ARM


    하지만 손 회장은 "만약 내가 20대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미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매주 VC들을 찾아가 내 아이디어를 팔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의 대전환기에 선 창업가·기업가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손 회장은 "앞으로 리더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필수"라면서 "기존 산업을 뚫어버릴 만한 신기술과 사업 모델을 과감하게 발굴해 실행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에 대해서는 돌아볼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한편 최근 세계 통신·미디어 업계의 이슈로 부상한 미국 2위 통신업체 AT&T의 타임워너 인수 추진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손 회장은 "이번 합병을 미국 정부가 인정해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만약 합병이 승인된다면 미국 정부의 정의는 어디서 찾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2012년 미국 4위 이통사인 스프린트를 인수하고 3위인 T모바일과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려 했지만, 당시 미국 정부에서 합병을 막아 무산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AT&T의 인수를 승인하는 것은 자국 기업 보호주의의 발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