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새로 상장한 기업 40%가 공모가 밑돌아

    입력 : 2016.10.26 09:34

    [주가 50%이상 오른 곳 7개사, 20% 이상 하락한 종목도 6개]


    - 공모가 거품 논란
    상장 주선하는 증권사간 경쟁 치열… 공모가 결정에 '기업 입김' 작용
    上場이후 한달간 주가변동, 공모가 대비 15% 이상이면 공모가 산정 제대로 못한 것


    기업공개(IPO) 시장의 '유망주'로 주목을 받으며 최근 상장한 LS전선아시아는 24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공모가(8000원) 대비 19.5%나 하락한 6440원을 기록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이 회사의 애초 공모가 희망 밴드(범위)는 1만~1만5000원이었지만,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했다. 이 때문에 공모가 밴드 하단보다 더 낮춰 공모가를 결정했지만, 현재 주가는 이에도 한참 못 미친다. 하반기 IPO 시장 '빅3' 중 하나로 꼽혔던 두산밥캣도 처음 공모 희망가가 4만1000~5만원이었지만, 이달 초 수요예측 때 희망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산밥캣은 공모 희망가를 2만9000~3만3000원으로 대폭 낮춰 다음 달 수요예측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모주는 '돈 되는' 투자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은 6.74%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2.08%)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보였다. 그런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현상이 속출하면서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도 뚝 떨어졌다. 올 들어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은 0.83%로 정기예금 금리(연 1.3%)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최근 한 달 새 공모주 펀드에서 433억원이 유출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 중 하나로 '높은 공모가'를 꼽고 있다.


    ◇공모가 거품 논란… 왜?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새로 상장한 기업(스팩 제외)은 총 40개다. 이 중 총 17개(42.5%) 종목의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의 2배가 넘는 잉글우드랩과 엔지스테크널러지를 포함, 50% 이상 주가가 오른 종목이 7개나 되지만, 공모가 대비 20% 이상 하락한 종목도 6개나 된다. A 증권사 IPO 관계자는 "공모가가 적정 가격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논란이 생긴 것도 공모주 주가가 부진한 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공모가가 높게 책정돼야 당장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늘기 때문에 높은 공모가를 원한다"며 "여기에 상장을 주선하는 증권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 공모가 결정에 기업의 '입김'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모가 산정 누가 잘했나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권사가 기업의 이러한 요구에 제동을 걸었다면 적정한 공모가가 책정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업들이 아무리 높은 공모가를 요구하더라도 증권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펀더멘털에 기초한 적정 공모가를 산정할 의무가 있다"며 "상장 이후 한 달 동안 15% 넘게 주가가 움직이면 공모가 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보다 짧으면 적정 주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것이고, 이보다 길면 상장 당시와 비교해 기업의 펀더멘털이 변할 수 있다.



    이런 기준을 토대로 본지가 올해 들어 상장 한 달이 지난 기업 32개를 분석해본 결과 14개(40.6%) 기업의 상장 한 달 뒤 주가가 공모가보다 15% 이상 변했다. 14개 기업의 상장에 대표 주관사·공동 주관사로 참여한 증권사를 분석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4곳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이 각각 3곳으로 뒤를 이었다. NH투자증권은 분석 대상 32개 회사 중 3개 회사의 상장을 주선했는데, 3곳 모두 상장 한 달 뒤 주가가 15% 이상 변했다. 반면 KB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각각 3개 기업의 상장을 주선했는데, 모두 15% 이내 주가 변동 폭을 보이며 공모가를 잘 찾은 증권사에 꼽혔다. 6개 기업의 상장을 주선한 신한금융투자도 5개 기업의 상장 한 달 뒤 주가 변동 폭이 15% 이내였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가 어디인지 따져보는 것도 거품 낀 공모주를 피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