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매출 12兆 국내 면세점... '유커 편중'은 개선해야

    입력 : 2016.10.24 09:23

    [올 1~9월 매출 36% 성장]


    - 4개 면세점 매출 60~70%가 유커
    中 관광객 특수 好材이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 中 20~30代 관광객 공략을
    필요한 상품 콕 찍어 구매, 1회 구입금액은 적지만 여러 번 한국 찾아 매출에 도움


    - 訪韓 관광객 다변화 필요
    수수료까지 주며 中관광객 유치… 내국인 고객 서비스엔 소홀
    일본인 訪韓관광시장 회복하고 동남아·인도 등 타깃 확대해야


    올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면세점 매출이 10조원대에 진입하는 것은 1980년 국내 첫 면세점인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개장한 지 36년 만이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면세점 50곳에서 올린 매출은 8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증가한 것으로, 작년 전체 매출(9조1984억원)과 맞먹는다. 면세점 매출은 중국 관광객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한·중 양국 간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이슈가 불거졌지만, 이달 초 국경절 연휴에 작년보다 5만명 늘어난 총 25만명의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올 연말까지 중국 관광객 800만명을 포함, 외국인 관광객 1650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이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국내 면세점의 주력 고객인 중국 관광객은 올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에 육박하는 8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면세점 업계가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현재와 같은 중국 관광객 유치 전략 위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개별 관광객의 다양한 취향을 분석해 세밀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내국인은 물론 일본·동남아 관광객 등으로 유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한·중 외교 마찰과 같은 외부 충격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는 국내 면세점 산업의 취약한 구조가 사상 최대 실적에 가려져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20~30대 신세대 中 관광객의 '취향 소비'를 집중 공략해야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면세점 중국인 매출 비중 및 카테고리별 소비 형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신라·SK워커힐·동화면세점 등 국내 4개 면세점의 중국 관광객 매출 비중이 60~70%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면세점은 4조7491억원 중 2조9447억원(62%)이 중국 관광객 매출이었다. 2874억원의 매출을 올린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중국 관광객 매출 비중이 78%로 가장 높았다. 제 의원은 "중국 관광객 방문은 면세점 업계에 호재(好材)인 것은 분명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가 경제 보복을 가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광객의 방한 형태가 단체 여행 일변도에서 개별 관광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특히 2030세대에 대한 집중 공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들은 단순한 상품 구매에 치중하지 않고 한국의 일상을 직접 느끼면서 체험형 쇼핑을 추구하고, 온라인·모바일 등 IT 기기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한 뒤 필요한 상품만 콕 찍어 구매하는 '스마트 쇼핑'에 능한 세대다. 자신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 상품을 소량 구매하는 패턴을 보여 1회 구입 금액은 적지만, 여러 번 한국을 찾아 지속적인 매출 신장에 도움을 준다. 최근 면세점들이 중국 온라인 파워 블로거인 '왕훙(網紅)'을 앞다퉈 초청하는 것은 바로 이들의 영향력을 통해 젊은 중국 관광객의 유입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갤러리아면세점은 주급(週給) 2만달러(약 2280만원)짜리 왕훙 여행 가이드를 모집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웨이보에 76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파워 블로거들이 면세점 매장과 63빌딩, 여의도 국회의사당, 서울세계불꽃축제 등을 체험하고 자신의 SNS 채널에 사진과 소감을 올리자 조회 수가 1300만건에 달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국경절 연휴 때 중국인 20~30대 고객 비율이 전체의 85%까지 뛰었다"며 "이들은 최근 한국 캐릭터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라인과 카카오, YG스토어 등의 캐릭터 상품이 이들을 끌어모으는 새로운 첨병이 됐다는 것이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캐릭터 매장의 이달 매출은 지난 5월에 비해 210% 증가했다.


    ◇中 일변도 전략으론 한계… 방한 관광객 시장 다변화가 살길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4년 면세점을 방문한 내국인 1인당 지출액은 132달러였지만 올해 1~8월 지출액은 106달러로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이 345달러였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만 열을 올리다 정작 '집토끼'인 내국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소홀했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이 높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면세점들이 20% 가까운 송객(送客) 수수료(관광객을 데려오는 조건으로 여행사 등에 주는 리베이트)까지 지불하며 손님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중국어 안내판과 중국인 전담 직원을 다수 배치했지만 정작 내국인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800억원 규모였던 대기업 면세점의 송객 수수료는 지난해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의 송객 수수료는 167억원에서 635억원으로 증가율이 더 높았다. 상품 구색에서 밀리는 중소·중견 면세점이 대기업 면세점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중국 여행사 등에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고객 유치를 위한 수수료 범위를 제한하자는 관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법이 통과되더라도 음성적인 수수료 규모만 키우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광 시장의 다변화에 해법이 있다고 말했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중국 관광객이 방한 관광 시장을 주도하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가장 가까운 일본인 방한 시장을 회복시키고, 동남아의 무슬림과 인도 등으로 국내 관광 시장의 타깃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에서 한류(韓流) 마케팅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최근 '일본인 관광객 활성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에서 현지 마케팅 행사를 벌이고,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 2016'에서 한국관을 직접 운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신세계면세점은 일본 걸 그룹을 명동점 일일 점장으로 임명, 젊은 층 유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