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서랍속에 처박는 '한국 경제전략'... 성장률 뚝 뚝 뚝

    입력 : 2016.10.18 09:22

    [길 잃은 한국 경제] [2] 정권따라 바뀌는 '리셋 國政'


    - 끊어지는 핵심 정책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창조경제가 맨 먼저 없어질 것"
    매번 원점에서 새판 짜다보니 체질 갖추기도 전에 체력만 소모


    5년 임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평균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3%대 성장률을 기록했던 우리 경제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2%대로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5년 평균 성장률은 2.9%에 그칠 전망이다(2016~2017년은 한국은행 전망치 반영). 같은 기간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3.3%)보다 0.4%포인트 밑도는 것이다. 성장률의 추세적 하락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핵심 성장 정책을 지우고 새로 쓰는 '지우개 국정'이 경제 체력을 갉아먹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마다 매번 원점에서 새로 정책을 시작하다 보니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경제 환경에 걸맞은 경제 체질은 갖추지 못하고 경제 체력만 소모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 핵심 성장 전략 순식간에 사라져


    노무현 정부는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성장 전략으로 '동북아 금융허브'를 들고나왔다. 1990~1999년 평균 성장률이 6.5%에서 2000~2006년 평균 4.8%로 떨어지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면서 꺼낸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초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동북아 금융허브'란 단어는 사라졌다. 대신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15 경축사에서 '녹색성장 국가전략'을 꺼냈다. 목표는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성장 키워드로 들고나왔다. 전국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문을 열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도 창조경제가 핵심 전략으로 제시됐다. 그사이 녹색성장은 눈을 씻고 보려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정권마다 초기에 180도 바뀐 정책을 들고나오니 경제 현장에선 혼란이 컸다. 대기업 관계자는 "녹색성장을 추진할 때는 대기업들이 태양광에 투자한다고 우르르 몰렸는데, 갑자기 창조경제 한다니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라고 서로 묻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랍 속에서 잠자는 장기 성장 전략


    '지우개 국정'으로 백지상태에서 출발했던 경제 정책도 시간이 지나면 신성장 동력 마련, 고령화 해소, 노동개혁, 서비스업 확충 등 공통된 문제의식으로 수렴된다. 그래서 역대 정부들이 정권 말기가 되면 경험을 전수하겠다며 '장기 전략'을 만들지만, 다음 정부가 출범하면 용도 폐기되기 일쑤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 4년 차에 만든 '비전 2030'을 보면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 성장 전략,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확대, 국민연금 개혁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재원 마련에 있어선 우선 세금 인상 없이 지출 구조 조정하고 비과세·감면 축소, 과세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충당한 후에 어느 정도의 복지 수준을 얼마만큼 국민 부담으로 추진할지에 대해 국민적 논의를 하자고 했다. 언뜻 봐서는 박근혜 정부가 만든 전략 같지만 아니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만든 '중·장기 정책과제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창의와 개방에 기초한 '스마트 지식 경제' 건설, 갈등 완화와 공생 발전으로 '함께하는 사회', 미래 위험을 이겨내는 '지속 가능한 체제' 등 장기간 정권을 넘겨가면서 고민할 내용이 담겨 있다.


    ◇'대통령 프로젝트'는 지양해야


    새 대통령이 들어서면 생겼다가 그만두면 사라지는 '대통령 프로젝트'를 진행해서는 정책의 연속성이 없다. '창조경제'가 한 예이다.


    전문가들은 창조경제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정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신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5년짜리로 끝나선 안 된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보수나 진보 가리지 않고 동의할 만한 실행 계획을 만들고 정권이 바뀌어도 최소한의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