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株總이후... 이재용, 경영 최전선 나설까

    입력 : 2016.10.18 09:15

    [국내외서 "이재용 부회장이 '노트7 사태' 공식입장 밝혀야"]


    등기이사에 선임… 책임경영 의지… 폴크스바겐 리콜 등 해외사례 분석
    노트7 사태 수습 후 올 연말쯤 '이재용식 조직개편' 뉴 삼성 공식화


    일요일인 지난 16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미전실 직원들은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제품 결함 관련 위기 대응' 사례를 분석하느라 바빴다. 갤럭시노트7 사태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국내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의 해외 리콜 사태를 자세히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사고 원인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실무적인 사후 수습이 중요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설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갤럭시노트7 사태로 시험대에 올라있다. 이 부회장은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공식 행보는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이 부회장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며 경영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2월 초에 예정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이재용식' 조직·인사 개편을 단행하며, '뉴 삼성'을 공식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스타일… 사태 수습에 주력


    지난 11일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결정 당시 미국 출장 중이었던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오후 귀국하자마자 그룹 미래전략실 참모들과 곧바로 회의를 갖는 등 대책을 논의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에게 맡겼지만, 이 부회장은 수시로 이메일 등을 통해 세부 사항을 꼼꼼히 보고받고 의견까지 달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그룹 오너로서 좀 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이후 철저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움직인다. 지금도 권오현 부회장, 신종균·윤부근 사장이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각각 반도체·스마트폰·가전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비등기이사로서 한 발 떨어져 의사 결정에 참여해왔다. 지난달 2일 제품 리콜과 지난 11일 판매 중단 결정 당시 이 부회장은 모두 해외 출장 중이어서 이메일·전화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27일 등기이사 선임 계기로 '이재용식 경영' 등장하나


    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다르다. 우선 이달 27일 삼성전자 주총에서 이 부회장은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등기이사에 오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본인이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앞으로는 '뒷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오너들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등기이사에서 빠져 있다.


    재계에서는 등기이사에 오른 후 이 부회장이 '이재용식 경영'을 어떤 방식으로 전개할지도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주변에 '보다 투명하고, 보다 책임지는 방식의 경영'을 선호한다는 뜻을 여러번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본인 스타일 경영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갔던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도 이번을 계기로 어떤 새로운 변화의 변곡점을 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월 초 예정된 그룹 인사에서 대대적인 '이재용식'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함까지 달거나,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삼성은 '리브랜딩'과 '제품 전략' 등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 하는 중대한 위기"라며 "이 부회장이 27일 등기이사에 오르는 동시에, 최소한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이번 사태의 태스크포스 총괄을 맡아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책성 인사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 내부는 이번 사태가 경쟁사에 뒤처져 따라가는 과정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애플 아이폰을 뛰어넘어 보려다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 관계자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우리가 넘어보자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이런 도전 자체를 폄하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위기 돌파 능력이야말로 경영자를 평가하는 잣대"라며 "국가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을 이끄는 이 부회장이 납득할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현 재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이의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