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VOD에 色 입히다

    입력 : 2016.10.14 10:03

    독점 콘텐츠 확보에 뛰어든 IPTV 운영 통신업체들


    IPTV(인터넷 TV)를 운영하는 통신업체들이 잇따라 차별화된 VOD(주문형 비디오) 판매 전략을 내놓고 있다. IPTV 출시 초기만 해도 VOD는 지상파 방송이나 영화 위주였지만 통신업체들이 지난 1~2년 동안 독점 콘텐츠 확보에 나서면서 점점 다른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해외 영상 제작 업체들과 손을 잡고 독점 VOD를 내놓는가 하면 광고주 입맛에 맞는 새로운 광고 기법을 개발해 VOD 광고 매출을 올리는 업체도 있다. 국내 VOD 시장 규모는 2011년 1948억원에서 지난해 6508억원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황금알 낳는 VOD 시장 놓고 통신 3사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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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헬로비전과 합병이 무산된 SK브로드밴드는 각종 드라마·예능 등 제작에 뛰어들며 콘텐츠 제작자로 발을 넓히고 있다. 당초 SK브로드밴드는 합병을 추진할 때 3200억원 규모 콘텐츠 제작 펀드를 조성해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합병이 무산됐지만 미디어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이 회사의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올해 SK브로드밴드는 드라마 전문 케이블 채널 '드라맥스'를 운영 중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iHQ와 함께 드라마 '1%의 어떤 것'을 제작했고, 예능 프로그램 '조회수 조작단 옥수리 오형제', 영화 소개 프로그램 '영화당' 등도 자체 제작했다. 지난 8월과 9월엔 새로운 VOD 광고도 출시했다. 광고주가 선택한 시간대에 전국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광고를 보여주는 'VOD 타임 광고'와 VOD와 관련된 광고를 VOD 시청 전 보여주는 '키워드 매칭 광고' 방식이다. 예를 들어 영화 '암살' VOD를 구매했다면 배우 전지현이 나오는 광고가 VOD 시청 전 노출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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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TV 가입자 수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KT는 보유 VOD도 20만여편으로 국내 1위다. 이 업체는 최근 해외 VOD를 발 빠르게 들여오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대중화로 시청자들이 자연스레 해외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나 영화·예능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지난 5월부터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드림웍스'와 손을 잡고 독점으로 VOD 4000여편을 제공하고 있다. 아예 드림웍스 채널도 만들었다. 지난 8월엔 미국 인기 코미디쇼 'SNL', '지미 펠론의 투나잇쇼'를 국내 단독 서비스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유명 인사들이 출연해 화제가 된 SNL과 투나잇 쇼를 유튜브 등에서 찾아봐야 하는 불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KT는 미국 드라마(미드)를 현지 방송 후 48시간 안에 올레tv에서 볼 수 있는 '미드 동시 방영' 서비스도 지난해부터 제공 중이다. 지난달에는 올레tv 영화 VOD 추천 프로그램 '무비스타 소셜클럽'을 전면 개편해 적극적으로 영화 VOD도 홍보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인기 VOD 500편을 가상 채널 형태로 구성한 '큐레이션 TV' 서비스를 지난해 말 출시해 호평을 얻고 있다. KBS·MBC·SBS 등 정규 방송 채널을 보는 것처럼 채널만 돌리면 바로 VOD가 재생되는 것이다. 영상 검색에 서툰 노년층이나 VOD 검색 과정이 귀찮아 시청을 포기했던 시청자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다. LG유플러스도 해외 VOD를 속속 들여오고 있다. 지난달부터 예능 프로그램인 미국 NBC의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독점 제공하고 있다. 지난 1월엔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헌트' 시리즈 VOD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지난 4월엔 미국 영화사 MGM이 만든 드라마·영화 등 VOD 235편을 들여왔다. 지난 6월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발레단, 미술전시 등 공연·예술 VOD 300여편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얼마나 인기 있는 VOD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IPTV 가입자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콘텐츠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VOD 시장 급성장



    국내 VOD 시장은 유료 VOD 매출과 VOD 앞에 따라붙는 광고 수익이 모두 급성장하고 있다. KT의 VOD 판매 매출은 2011년 600억원에서 지난해 2365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의 지난해 매출 1309억원과 LG유플러스 매출 1086억원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치다. 이 회사 IPTV 가입자 680만명(업계 1위)이 VOD 매출을 올리는 탄탄한 기반이다. 물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VOD 매출이 2011년에 비해 각각 3.4배, 4.4배 증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월 평균 VOD 시청 시간은 97분, 가구별로는 158분이었다.


    이처럼 VOD 시청자가 증가하면서 광고주들도 VOD를 매력적인 광고 매체로 인식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 VOD 광고매출은 800억원에 달한다. 2011년 139억원에서 무려 6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KT가 445억원, SK브로드밴드가 220억원, LG유플러스가 135억원 광고 수익을 올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휴대전화 통신비 수입에만 의존해온 통신 업체들에게 VOD가 또 다른 수익 창출 루트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