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카 시대, 이제 정비도 스마트하게

    입력 : 2016.10.13 15:25

    혁신을 기다리는 정비시장


    기존 자동차시장을 해체하고 있는 커넥티드카 시대의 개막과 함께, 정비 서비스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O2O 정비 서비스와 OBD(On-Board Diagnostics. 차량자기진단장치. 자동차의 전기/전자적인 작동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하기 위한 진단규격) 기기를 이용한 진단/정비 서비스가 그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 자동차수리서비스 시장의 소비자 시장성과지수(CMPI)는 총 29개 서비스 시장 중 29위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비 시장은 과거부터 정보의 비대칭성과 비합리적인 유통체계로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곳이다. 부품가격과 공임가격은 베일에 쌓여 있고, 정비소마다 진단결과와 서비스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수입차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보증기간이 지난 차량에 대해 공식서비스센터에서 발생하는 수리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동네 정비소를 찾아보지만, 부품 수급문제나 서비스 신뢰 문제가 걸린다. 수입중고차의 가격 낙폭이 국산차에 비해 큰 이유가 여기 있다. 모두 업계의 오랜 관행과 낙후된 시스템이 결합되어 서비스 혁신의 발목을 잡은 결과다.


    손 안에서 간편하게~ O2O 정비서비스


    스타트업 정비 서비스들이 이런 시장의 난맥상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먼저 이제는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린 O2O 정비 서비스들이 있다. 이들은 배달앱이나 부동산앱처럼 소비자와 정비소를 간편한 앱을 통해 연결한다. 비교견적을 받기도 하고 출장정비를 하기도 한다. 해외의 유어미캐닉(yourmechanic)의 경우 아예 유휴 정비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우버식’ 정비 서비스로 유명하다.


    이들 O2O 정비 서비스들은 기존의 견적과 예약 과정을 앱에서 처리함으로써, 고객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다만 초기 부동산앱들이 겪었던 ‘허위매물 문제’와 같이, 기존 시장의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허위견적, 가격담합, 정보의 불투명성은 앱의 편의성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입차 정비수요가 늘고 있지만 부품수급 문제로 정비 현장에서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도 짚어봐야 한다.


    국내외 주요 O2O 정비 서비스 현황


    OBD를 이용한 고장진단


    정비시장에 만연한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기술로써 해결하려는 시도도 등장하고 있다. OBD 기기를 활용한 진단/정비 서비스다. OBD는 자동차에서 받아들이는 정보를 통해 고장진단, 차량정보분석, 주행정보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정비소에서 고장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진단스캐너에 통신수단이 결합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차량정보와 진단에 대한 모든 정보가 데이터 처리되어 휴대폰 화면에서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 부품, 수리 내역에 대한 시시비비가 원천 차단되는 셈이다.


    몇 가지 이유로 아직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범용 OBD 기기에서 제공하는 고장코드가 한정적이고, 일선 정비소의 OBD 기기에 대한 인식부족 탓에 진단에 따른 정비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OBD 전용 진단모듈을 이용한 스마트 정비 서비스


    최근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BD 기기 안에 전용 진단모듈을 탑재하여, 정비소 수준의 고장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의 직접 진단 혹은 정비소와의 원격진단을 통해 고장을 알아낸 후, 진단 내용을 공유한 해당 정비소에서 바로 정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비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고객 편의성과 정보의 투명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마트 정비 서비스다.


    LAUNCH사의 원격진단 서비스 개념도


    스마트 정비를 향해 달려가는 해외


    해외의 경우 커넥티드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관련 서비스도 국내 보다 한발 나아간 모양새다. 많은 수의 스타트업들이 기존 정비망과의 연계를 통해 OBD를 통한 스마트 정비를 구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OBD 스타트업 오토매틱(AUTOMATIC)이 출장정비 O2O 서비스 유어미캐닉(Yourmechanic)과 앱인앱 형태로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OBD 스타트업 빈리(Vinli)가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 마이네케(meineke), 티모바일(T-mobile)과 제휴를 맺었다. 각각 중고차 유통, 정비체인, 통신사를 대표하는 업체로 OBD 플랫폼을 활용한 통합적인 차량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휴임을 알 수 있다.


    해외 OBD 스타트업 현황


    국내 스마트 정비 서비스는?


    최근 국내에도 OBD 관련 서비스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커넥티드카와 IoT를 화두로 삼은 통신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SK 스마트 오토스캔, KT 이노카, LG 유플러스 Tia에 이어 초기 OBD 시장을 선도했던 몬스터 게이지와 다나와 스마트 카스캔 등이 서비스되고 있다. 적지 않은 수지만 아직 시장활성화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있는 정비 서비스 보다 차량 자가진단, 차량관제, 운행기록 분석 등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제한적인 지원차량, 전용 진단모듈과 정비망의 부재 등으로 OBD를 이용한 스마트 정비 서비스를 구현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진단스캐너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OBD 전용 진단모듈을 활용한 스마트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스타트업이 나타나 눈길을 끈다.


    지난 11일 카스테라와 알엔런치가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활용한 스마트 정비 서비스를 위해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카스테라 관계자는 "런치의 솔루션은 전세계 97% 이상의 차량이 지원되고, 전용 진단모듈이 탑재되어 높은 수준의 진단 성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카스테라의 자체 정비소 네트워크를 통한 정비연계를 통해 고객 여러분께 진정한 스마트 정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카스테라는 부품검색, 부품견적, 중고부품, 정비소 네트워크 등 소비자와 정비소를 연결하는 데 필요한 주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며, 알엔런치는 글로벌 스캐너 업체 LAUNCH의 한국법인으로 OBD 진단모듈을 통해 IOV(Internet Of Vehicle)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국내 OBD 서비스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