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출 이달 50% 급감... 파업에 품질 논란까지 '초비상'

    입력 : 2016.10.13 09:26

    [흔들리는 '한국경제 빅2']


    현대차 13억달러 수출 감소 파장… 이달 全산업 수출도 18% 줄어
    엔진 결함 논란에 신뢰도 하락, 한국서도 보증 '10년'으로 연장
    勞使 '2차 잠정 합의안' 도출… 내일 노조 찬반투표 거쳐야


    현대차는 9월 수출이 1년 전보다 21% 줄어든 데 이어 이달 들어선 감소 폭이 50%대에 육박한다. 수출 초비상이다. 7월부터 24차례에 걸친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수출 차질만 13억달러(약 1조4600억원)에 이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외에서 심각한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쏘나타 등에 장착된 엔진 결함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미국에서는 88만대 차량에 대해 무상 수리, 보증 기간 연장 등을 합의했다. 그런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미국 사람만 소비자고 우리는 호구(虎口)냐"며 '차별 논란'이 일자 뒤늦게 국내에서도 같은 조치를 하겠다고 12일 발표했다. 이런 '내우외환' 상황에서도 현대차노동조합은 "임금을 올려 달라"면서 7월 이후 24차례 파업을 이어갔고, 이날 가까스로 '노사 2차 잠정안' 도출에 성공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24일 임금 월 6만8000원(개인연금 1만원 포함)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등을 골자로 한 1차 잠정안에 합의했었지만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78%의 반대로 부결됐다. 1차 잠정안에서 기본급 4000원과 상품권 1인당 30만원을 추가하는 수준의 2차 잠정안은 14일 노조의 찬반 투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대차 파업으로 13억달러 수출 차질


    현대차는 그동안 노조 파업으로 인한 수출 차질로 해외 영업 현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해외 대리점에서 "정해진 기간에 물량을 댈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년 부분 파업이 되풀이되다 보니 해외 대리점에서도 '또 올 게 왔다'는 분위기인데 올해는 예년보다 파업으로 인한 수출 차질이 크기 때문에 딜러들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략 차종에 대해서 해외 판매용으로 2~3개월치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수급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파업이 이달 말까지 지속될 경우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 해외 영업망이 일대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현대차의 수출 부진은 우리 전체 수출 전선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자동차는 우리 전체 수출에서 8%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효자 품목이다. 현대차그룹은 우리 자동차 수출의 80%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파업 여파로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이달 들어 10일까지 전체 자동차 수출은 1년 전보다 52%나 감소했다. 이로 인해 10월의 전체 수출도 18%가 줄었다.


    ◇해외에만 6만2000개 일자리 만들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공장 신설을 20년째 중단하고 있다. 1996년 아산 공장(연산 30만대 규모)을 지은 것이 마지막이다. 대신 해외에서는 9개 나라에 17개 공장을 지었다. 연산 510만대 규모다. 지난 5월 생산에 들어간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 이어 이달과 내년에 각각 완공될 중국의 4, 5공장까지 포함하면 해외 생산이 국내보다 200만대 이상 많아진다. 해외에서 만든 일자리만 현대차 4만6000여개, 기아차 1만6000여개(2015년 말 기준)다. 두 회사를 합치면 6만2000여개의 일자리가 해외에서 생긴 셈이다.


    그 결과 독일·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수출국이라는 지위마저 멕시코에 내주고 있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은 내수 시장의 한계와 강성 노조로 인해 생산·수출 기지로서의 매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 논란에 신뢰 위기까지…


    설상가상으로 현대차는 심각한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차의 장점이었던 품질 경영이라는 신뢰 자체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이날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결함 논란'으로 리콜과 보증 기간 연장 조치를 취한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에 대해 국내에서도 미국과 동일하게 엔진 부분의 보증 기간을 늘려주기로 했다〈그래픽 참조〉. 당초 현대차는 "미국 내 리콜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에 일부 문제가 발생해 시행하는 것으로 국내 생산 차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세타2 엔진 탑재 차량에 대한 보증 기간을 연장한 것은 어떤 문제가 확인돼서가 아니라 그만큼 국내 차량의 엔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 입장이 갑자기 선회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차의 설명을 앞으로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현대차가 에어백 문제가 발생한 일부 차량에 대해 정부에 신고 없이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 조치했고, 또 세타2 엔진 제작 결함에 대해서도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앞으로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남석 중앙대 교수는 "앞으로는 양적 성장보다 품질 개선과 신뢰 회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