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시장도 '저성장의 늪'... 시간·소득 줄고 고령화

    입력 : 2016.10.12 09:35

    [실시간 경기 '바로미터' 알바생 6832명 조사해 보니…]


    - 계속 줄어드는 알바 시간
    자영업자들, 내수침체 장기화로 알바 대신 직접 일하는 경우 늘어


    - 50代 이상 6년새 3배 늘어
    퇴직·폐업으로 갈곳없는 장년층, 알바 시장으로 속속 뛰어들어
    편의점·주유소 등 일부 업종선 청년층과 일자리 경쟁도
    60代 이상 알바 직원 월 소득 3년 사이 67%나 증가


    서울에서 7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박모(42)씨는 최근 아르바이트(알바) 직원 6명 중 3명을 내보냈다. 법정 최저시급(時給)은 지난 3년간 24% 올랐지만(4860원→6030원), 손님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알바 직원을 사람이 몰리는 평일 점심시간에 2명, 주말에 1명을 두고 나머지 시간은 아내와 교대로 가게를 보고 있다. 박씨는 "매년 시급을 몇백원이라도 올려줘야 하는데, 주변 카페와 경쟁 때문에 커피값은 못 올리고 손님은 줄어들고 있어서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시간 경기 '바로미터'인 알바 시장… 내수 침체로 찬바람


    저성장에 따른 내수 침체 장기화로 실시간 경기 '바로미터'로 불리는 알바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민간 소비 위축으로 자영업자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알바생들의 평균 근로시간과 소득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년간(2014년 2분기~올해 2분기)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고 매 분기 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민간 소비 증가율은 최근 9분기 중 세 번이나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 상태다.


    11일 구인·구직 관련 포털 사이트인 '알바천국'이 전국 알바생 683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알바생들의 주간 평균 근로시간은 21.7시간으로 2013년 상반기(23.1시간)보다 1.4시간(6.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천국은 2013년부터 매 분기 회원 3000~4000여 명을 대상으로 알바 근로 실태인 '알바소득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상반기 주간 평균 근로시간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알바천국 이승윤 대외협력팀장은 근로시간이 줄고 있는 것에 대해 "점주가 알바생을 줄이거나 바쁜 시간에만 알바를 쓰고, 본인이 직접 일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바 시장은 일반적인 고용 시장과 달리 노동 유연성이 높고, 급여도 수요·공급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체감 경기를 곧바로 반영하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는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 때문에 경영 상황이 악화돼도 고용을 쉽게 줄이지 못하지만, 자영업자는 수시로 알바생을 늘렸다 줄였다 한다"며 "급여 역시 기업들은 노조 저항으로 내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지만, 알바 급여는 상황에 따라 자주 바뀌기 때문에 내수 경기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정부 통계보다 나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근로시간과 함께 알바생들의 소득 증가율도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3분기 알바생들의 전년 동기 대비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10.4%(60만21원→66만2698원)였는데, 이후 1년여간 분기마다 7.8%, 6.4%, 2.9%, 2.4%, 0.8%로 꾸준히 줄더니 올해 1분기에는 -1.9%(68만2099원→66만9450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2분기에는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로 소득 증가율 5.2%(63만747원→66만3768원)를 기록했다.


    ◇알바 시장에 노인 빈곤의 그림자


    대구에 사는 김모(52)씨는 운영하던 가게를 올해 초 정리하고, 대형 음식점의 주차 요원으로 취직했다. 음식점 사장이 불황으로 주차 요원을 줄이기로 하면서 젊은 사람보다는 운전 경력이 많은 사람을 원했기 때문에 김씨는 비교적 쉽게 알바 자리를 구했다.


    노후 빈곤이 악화되면서 김씨처럼 알바 시장에 뛰어드는 고령층도 급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8.8%로 조사 대상 36개국 중 1위다.


    지난 2010년 7963명이던 알바천국의 50대 이상 회원 수는 지난해 2만2488명으로 3배 수준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가 80%, 10대가 40%가량 늘어난 것에 비하면 증가율이 훨씬 높다. 알바천국에 50대 이상 회원이 이력서를 등록한 건수도 2010년 2704건에서 2015년 2만2588건으로 8배 넘게 늘었다.


    숙련된 고령 근로자들이 알바 시장에 유입되면서 이들의 알바 소득도 늘고 있다. 60대 이상 알바 직원의 월평균 소득은 2013년 2분기 58만2353원에서 올해 2분기 97만5000원으로 3년 사이 67% 증가했다. 50대 알바 직원의 월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37%(71만7143원→98만4615원) 늘었다. 같은 기간 알바 시장의 주축이 되는 20대 소득 증가율(12.9%)의 3~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고령자 중에는 사회 경험을 살려 주차 요원, 사무 보조, 상담·영업 등의 분야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비중이 높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퇴직 또는 폐업으로 갈 곳 없는 중장년층이 알바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편의점, 주유소 등 일부 업종에서는 알바 자리를 두고 청년층과 경쟁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