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고? 스톱?... 곧 나올 美·대만 정부 결정이 변수

    입력 : 2016.10.11 09:38

    [삼성 관계자 "모든 시나리오 대비"]


    제품 안전성 평가하는 美CPSC, 세계 시장서 막강한 영향력
    "신제품도 폭발" 주장 잇따르자 주말 지나며 美시장 분위기 악화


    삼성전자가 베트남·중국·경북 구미 공장에 갤럭시노트(노트7) 신제품 생산을 일시 중단하라고 통보한 시점은 지난 9일로 알려졌다. 부품 협력업체들에도 같은 날 생산 중단 방침이 전해졌다.


    삼성이 휴일에도 전격적으로 생산 중단 방침을 통보한 것은 지난 주말 사이에 미국 시장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기관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미국 항공기 내에서 폭발한 노트7 신제품을 지난 7일(현지 시각) 수거해 조사에 돌입한 데 이어 미국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이 잇따라 노트7 판매 중단과 다른 스마트폰으로의 재교환 방침을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일단 생산 중단에 들어간 것"이라며 "CPSC의 조사 결과를 보고 생산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이통사·CPSC, "노트7 안전성 믿지 못한다" 총공세


    미국의 4대 이통사인 버라이즌·AT&T·티모바일·스프린트는 9일(현지 시각) "노트7에 대한 신제품 교환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노트7을 구매한 고객들은 구매 금액을 전액 환불받거나 애플의 아이폰7 등 타(他) 기종 스마트폰으로 교환하라는 것이다.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은 "노트7 신제품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고객들은 누구나 다른 제품으로 바꾸거나 환불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에 대해 "삼성이 두 번째 리콜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통신사들의 이번 조치는 삼성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다소 앞서 보도했다. 노트7 조사의 키를 쥐고 있는 CPSC의 수장(首長) 엘리엇 카예 회장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노트7을 환불(refund)받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처럼 미국 이통사와 CPSC가 강경 모드로 돌아선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항공기 내의 노트7 신제품 폭발 사고다. 이후 미국 언론들은 본격적으로 교환한 새 제품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고, 미네소타·버지니아·휴스턴 등 미국에서만 현재까지 5건의 노트7 신제품 폭발 신고가 새롭게 제기됐다. 새로운 폭발 신고가 나올 때마다 주요 언론과 인터넷 블로그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새로 교환한 제품도 폭발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1조원대의 손실을 감수하고도 선제적인 리콜을 단행했던 삼성으로서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삼성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삼성이 지난 9월 2일 리콜을 단행하면서 CPSC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데 대해 CPSC 측에서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미 통상 문제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미국에서 기업이 대규모 리콜을 단행할 때에는 미 정부 당국이 결정을 내린다"면서 "그런 점에서 보면 CPSC는 삼성이 월권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애플 아이폰이 주춤하는 사이, 노트7이 삼성의 역대 최고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북미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던 것도 미국 산업계가 불편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CPSC·대만 정부 결정이 노트7 사태 변곡점


    이르면 11일(현지 시각) 미국 CPSC에서 노트7 신제품 폭발 사고와 관련한 조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대만 정부에서 진행 중인 노트7 폭발 조사 결과 역시 비슷한 시기에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자체적으로도 폭발 원인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해외 정부 기관의 조사 결과가 노트7 생산 중단 사태에 큰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제품 안전과 관련한 CPSC의 결정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해외 정부에서 현재 조사 중인 노트7 제품에 결함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노트7의 생산도 즉각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인도 등 다른 시장에 노트7을 출시하는 것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신제품 결함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노트7의 재(再)리콜 등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설령 삼성이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고 노트7을 재판매하더라도 상당 기간 늦어지고 판매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 자체 조사는 물론, 해외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른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