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온라인게임... 新作 만들 돈이 없다

    입력 : 2016.10.11 09:31

    [한국 중견 업체들 잇따라 포기]


    엔씨소프트·웹젠 정도 빼고는 몇년 새 줄줄이 매출 반토막
    3~4곳 외엔 신작 개발 여력 없어
    가상·증강현실 게임 선회했지만 해외 업체와 힘겨운 싸움 예상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허리층이 무너지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위메이드·엠게임·와이디온라인·한빛소프트 등 한때 '대한민국 온라인게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중견 게임업체들이 지난 5~6년 사이에 매출 감소와 적자에 허덕이면서 잇따라 온라인게임 신작(新作) 개발을 포기하고 있다. 중국 등 해외 게임업체에 밀리면서 한때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으로 불렸던 한국 게임산업의 위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본지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 10개 PC게임업체의 최근 5년간 매출·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네오위즈게임즈·엠게임·한빛소프트·드래곤플라이 등 4곳은 5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네오위즈게임즈는 5년 전 6677억원이었던 매출이 작년에 1901억원으로 떨어져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순이익도 악화됐다. 위메이드는 작년에 1243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들어서도 1·2분기에 연이어 100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호실적을 내는 곳은 엔씨소프트와 웹젠 정도였다. 결국 1·2위를 빼면 모든 중견 PC게임업체가 최악의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게임 개발 포기하는 중견 업체들


    네오위즈게임즈는 올 1월 선보인 온라인게임 '블레스'를 마지막으로, 온라인게임의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이 회사는 '블레스' 개발에 7년 동안 7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참패에 가까웠다. '블레스'는 PC방 인기 순위에서 29위(이달 6일 기준)다. 네오위즈게임즈의 관계자는 "현재 매출 규모로는 대작 온라인게임 개발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 수는 한때 1000명이 넘다가 400여 명으로 줄었다.



    엠게임은 3년 전 300억원을 들여 만든 '열혈강호2' 이후에 추가적인 온라인게임 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600명 정도였던 직원 수는 현재 200명 정도로 줄었다. 와이디온라인과 한빛소프트도 마찬가지다. 각각 3년과 4년 전에 선보인 '소울마스터'와 '위아'가 마지막 온라인게임 신작이다. 위메이드와 드래곤플라이도 내부적으로 온라인게임 신작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견 PC게임업체의 붕괴가 게임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온라인게임 신작을 내놓을 능력을 갖춘 업체가 엔씨소프트·넥슨·스마일게이트 등 3~4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은 275억달러(약 30조7000억원·2014년 기준)로 여전히 매년 성장 중이다. 텐센트(중국), 블리자드(미국) 등 해외 게임업체들은 온라인게임 시장 공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형국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 PC게임업체 대부분이 신작 개발을 포기하면서 지난 20년간 쌓아온 세계 최고 수준의 그래픽 개발력, 네트워크 운영 기술이 사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강현실게임 등으로 재기 노려


    중견 게임업체들은 최근 들어 급부상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게임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 게임 개발에 노력을 쏟고 있다. 엠게임은 이달 AR 게임 '캐치몬'의 비공개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빛소프트는 연내 AR 게임인 '우주전쟁'을 선보이고, 내년에는 오디션VR 등 VR 게임 4~5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드래곤플라이는 스페셜포스 VR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AR·VR 시장에서도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미국 나이앤틱은 이미 3개월 전에 일본의 닌텐도와 손잡고 AR 게임 '포켓몬고'를 내놓고 세계 시장 선점에 들어갔고, 페이스북·구글도 막강한 자금을 내세워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는 "온라인게임 개발·운영으로 얻은 노하우를 최대한 살려, '포켓몬고'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새로운 게임을 내놔야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