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하락 현대車, 임금인상률은 '빅 5' 중 1위

    입력 : 2016.10.05 09:46

    [5년 평균 5.1%… 3.3% 폴크스바겐, 2.5% 도요타 앞질러]


    - 글로벌車, 실적 따라 인상률 결정
    폴크스바겐·도요타 실적 감소 땐 임금인상률 낮추거나 동결


    - 국내車는 매년 임금 협상
    실적 고려하지 않은 임금 인상, 원가 상승 요인… 경쟁력 하락
    현대車 매출 대비 R&D 비중, 폴크스바겐의 절반 수준


    현대자동차의 최근 5년간 평균 임금인상률이 주요 글로벌 경쟁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5.1%로 조사됐다. 기아자동차 역시 5.0%로 독일 폴크스바겐(3.3%), 일본 도요타(2.5%), 미국 GM(0.6%)을 압도하는 인상률이다.〈그래픽 참조〉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2013년 임금을 동결하고 그 후 1% 미만의 임금인상률을 보인 르노닛산까지 봤을 때,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톱 5자동차 회사 중 임금인상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한국GM·쌍용·르노삼성까지 포함한 국내 5개 자동차 회사의 평균 임금 인상률도 4.3%로 최고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1년 단위로 임금협상을 하는데다 강성노조 때문에 인상 폭도 높다"며 "이제 우리도 미국·독일처럼 2~4년에 한 번씩 임금협상을 하는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지적했다.


    ◇임금인상, 실적과 연계하는 해외車


    외국의 자동차회사들은 영업실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인상률을 결정한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2012년부터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이 감소하자, 그 이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인상률을 낮췄다. 노사 합의로 성과급 축소 등을 통해 임금 총액까지 삭감했다. 2012년 1인당 인건비는 6만3668유로(약 7900만원)였는데, 2013년 6만850유로(약 7500만원)로 낮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파업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임금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7월부터 24차례 파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최근 5년간 현대차의 임금인상률은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보다 높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의 조립 라인이 파업으로 멈춰서 있는 모습. /남강호 기자


    도요타 역시 2010년 대규모 리콜사태로 영업이익이 감소하자 임금을 동결했다. 호봉상승분 2.1%만 반영했다. GM도 2009년 파산을 경험한 이후 2011년 노사협상에서 4년간 임금 동결을 결정했다. 또 지난해 노사협상에서 경영실적 호전에도 격년으로 임금을 3% 인상하기로 합의해 임금부담(연평균 1.5%)을 최소화했다.


    반면 매년 임금협상을 벌이는 국내 자동차업계는 딴판이다. 현대차는 2012년 이후 원고·엔저 등으로 매출액 증가율이 대폭 낮아지고, 영업이익률이 줄었지만 매년 5% 수준의 기본급 인상과 2000만원에 육박하는 성과급 지급이 계속됐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GM은 2012년과 2014년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임금인상률은 각각 5.4%, 3.3%를 기록했다. 만성 영업적자이던 쌍용차 역시 매년 임금인상이 이루어져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완성차의 고임금 구조… R&D투자 약화, 부품업계 영업이익도 하락


    지나친 임금 인상은 지속적인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국내 생산량이 해외 생산량에 역전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글로벌 국가별 수출 순위에서는 멕시코에 뒤져 3위에서 4위로 추락했다.



    실제로 한국 GM은 GM그룹 내 물량 배분 경쟁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2011년 대비 수출 대수가 20만대 가까이 줄었다. 심지어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국내 제조원가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해외에서 생산한 차량을 가져와 국내에서 팔 정도다. 한국GM은 중·대형차 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2015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임팔라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2013년부터 스페인에서 생산된 QM3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QM3를 생산하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2006년만 해도 생산량이 8만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25만대에 이른다. 한때 르노 측은 이 공장의 철수까지 검토했지만, 노조가 임금 동결을 수용하고 근로시간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데 동의해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직적인 고임금 구조는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도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2014년 기준)은 각각 14.6%와 11.1%로 글로벌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매출액 대비 R&D(연구개발비) 비중은 현대차가 2.4%, 기아차가 2.7%로 폴크스바겐(5.7%), 도요타(3.5%) 등에 비해 크게 낮다.


    이런 고임금의 한국 자동차 산업은 부품업체에도 심각한 타격을 준다. 완성차업계가 고임금으로 높아진 비용 부담을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중소기업단체들이 현대차파업을 규탄하며 불매운동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내 1차 자동차 부품업계 영업이익률은 2011년 4.3%에서 계속 하락곡선을 그려 2014년에는 3.4%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고용에 대한 노사 간 빅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회사는 국내에서 생산과 고용(신규 채용 포함)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고 노조는 총액임금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회사 측에 협조해야 한다"며 "이렇게 임금과 고용 간의 합리적인 빅딜을 통해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을 위해 1년 단위 임금협상을 독일·미국처럼 2년이나 4년에 한 번씩 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