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배 커진 '코리아 세일 페스타'... 지갑이 열렸다

    입력 : 2016.10.04 09:30

    [유통업계 매출 10% 이상 늘어]


    아파트·스포츠카 경품까지 등장, 국경절 연휴 방한 유커들도 한몫
    백화점·아웃렛 매출 8~15% 뛰어… 할인폭 낮고 행사 상품 적은 편
    전통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정부 아닌 유통업계가 주도해야"


    "마진 없이 딱 50장 팝니다. 8만8000원짜리 기능성 셔츠가 2만5000원!"


    '코리아 세일 페스타'〈키워드〉 닷새째인 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9층 행사장. 매대에 수북이 쌓여있던 셔츠가 1시간도 되지 않아 바닥을 드러냈다. 판매원이 또 다른 한정판 제품을 쏟아놓자 고객들이 우르르 몰렸다. 43만원짜리 밍크 머플러를 9만9000원에 판매하는 행사에도 상품 고르기 전쟁이 벌어졌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막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2일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고객들이 지갑을 닫아 내수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이번 행사가 소비 활성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장 롯데백화점은 행사 4일 동안 1년 전 대비 매출이 13% 늘었다. 현대와 신세계백화점도 8~10% 매출이 올랐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등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많이 찾은 교외형 아웃렛도 15% 안팎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250여 업체, 6만여 매장 참가… 작년보다 매출 10% 이상 뛰어


    행사 초반 실적이 선전(善戰)한 데는 우선 '크게 늘어난 규모'가 일등공신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2.7배가 많은 250여 업체가 참여해 6만여 매장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롯데백화점에 나온 조은혜(32)씨는 "의류나 생활용품, 소형 가전제품에 그쳤던 작년보다 올해는 상품 구색이 훨씬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는 55인치 UHD TV, 900L 프리미엄 냉장고 등 고가·대형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800억원대 물량을 준비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인 3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9층에서 주방기구·생활용품 할인행사가 열렸다. 최고 50~60% 할인을 내건 제품들을 고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자동차나 IT 등 제조업체 참여도 두드러졌다. 현대자동차가 5000대 한정 5~10% 할인 판매를 시작했고, 기아차는 4일부터 5000대 가격을 최대 11%까지 깎아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엣지 플러스 출고가를 36% 낮췄다. 올해는 행사 홍보에도 공을 들였다는 평가다. 백화점과 홈쇼핑 업체들은 7억원 상당의 아파트와 연금 4억원, 영국 수제 스포츠카 등을 경품으로 내놓았다. 더욱이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명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온 중국 국경절 연휴(1~7일)에 맞춰 시작한 것도 매출 호재로 작용했다. 2일까지 현대백화점의 유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뛰었고, 롯데백화점은 40%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면세점 쇼핑에 집중하던 유커들이 세일 기간에 맞춰 백화점과 아웃렛을 대거 찾았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주축으로 치밀한 상품·할인 기획해야"


    올해 나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지적하는 대목도 많다. 우선 최대 80~90%까지 '폭탄 세일' 하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보다 할인 폭이 낮고 여전히 상품 구색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다.



    대형 TV를 구매하러 서울의 한 백화점을 찾은 공모(55)씨는 "판매 모델 중 2개만 40%를 깎아줄 뿐 나머지 제품은 할인 제외 품목이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미끼' 상품을 내놓고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앞서 구매한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피하기 위해선 행사용 기획 상품을 별도로 제작해 할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백화점 등에서 '노마진 상품'을 내놓기도 했지만 협력업체들은 "아직도 가격 인하분을 우리에게 떠넘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올해 행사에는 전통시장 400여 곳이 참여했지만 백화점이나 아웃렛 같은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 30대 주부는 "전통시장도 이번 세일 행사에 참여하느냐"고 반문했다. 강성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실장은 "전통시장 물건들은 농산물 등 1차 상품 위주라서 할인 폭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나 중국 광군제(光棍節)처럼 제대로 된 쇼핑 대목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정부 주도가 아닌 유통업체들이 주축이 돼 연초부터 치밀하게 기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Korea Sale FESTA)


    9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국 백화점·대형마트·전통시장 등에서 진행되는 정부 주관 쇼핑·관광 축제. 지난해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란 이름으로 처음 개최됐고, 올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로 이름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