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주변기기, 틈새서 主力으로

    입력 : 2016.10.04 09:21

    VR·웨어러블 기기 시장 확대로 인터넷서비스 기업도 뛰어들어
    판매가격 떨어지는 스마트폰 부가가치 높여주는 효과도
    제조사 "소비자가 경쟁사로 넘어가지 않게 붙잡아두기도"


    구글은 4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상현실(VR) 기기 '데이드림'을 공개한다. 데이드림은 가상현실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헤드셋·동작 인식 조종기 등 다양한 주변 기기를 세트로 묶은 것이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데이드림이 최근 들어 성장성이 주춤해진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주변 기기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이 디지털카메라나 MP3 플레이어(음악 재생기) 같은 개별 기기의 기능을 흡수해 왔다면, 앞으로는 가상현실이나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처럼 스마트폰과 연계해 사용하는 제품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물론, 구글 등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도 주변 기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상현실·웨어러블 시장 급성장


    스마트폰과 연계해 사용하는 가상현실 제품이 가장 각광을 받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가상현실 헤드셋 신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전용 콘텐츠를 모은 앱(응용 프로그램)도 북미 시장에 선보였다. 세계 3위 중국 화웨이는 지난달 말 독일의 명품 카메라 회사 라이카와 연구개발(R&D) 센터를 공동 설립하고 가상현실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화웨이는 지난 상반기 가상현실 헤드셋 시제품을 공개했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VR 관련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도 8월 헝겊으로 만든 49위안(약 8000원)짜리 '가격 파괴' VR 안경을 출시했다.



    웨어러블 시장에선 걸리적거리는 선(線)을 없앤 무선 음향기기들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통화나 음악 감상을 하는 것은 물론, 이어폰으로 운동량을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등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목걸이형 무선 이어폰 '톤' 시리즈가 선전을 하고 있다. 톤 시리즈는 2010년 처음 출시돼 현재까지 1500만대 이상 팔렸다. LG전자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 비해 최근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운동량 측정 기능을 갖춘 무선 이어폰을 지난 7월 출시했고, 애플은 지난달 아이폰7의 이어폰 구멍을 아예 없애고 무선 이어폰을 새로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지난 9월 나란히 신제품을 공개하고 4분기부터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사진 공유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업체 스냅챗은 지난달 발표한 카메라 달린 선글라스 '스펙터클스'를 연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한 번에 최대 30초간 동영상을 촬영해 무선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바로 보낼 수 있는 제품이다.


    ◇스마트폰 판매가 하락도 영향… 소비자 잡아두는 효과도


    다양한 주변 기기들이 늘어나는 것은 스마트폰 자체의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평균 판매 가격은 2013년 335달러(37만원)에서 작년 293달러(약 32만3000원)로 하락한 데 이어 2019년에는 237달러(약 26만1000원)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선진국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신흥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 판매가 늘어난 결과다. LIG투자증권 고의영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가 하락하면서, 스마트폰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주변 기기들이 '틈새 제품'에서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경쟁사로 넘어가지 않도록 잡아두는 효과도 있다. 삼성전자 가상현실 헤드셋을 가진 소비자는 다음번에도 이와 연동되는 삼성 스마트폰을 사고, 애플워치를 구입한 소비자는 계속 아이폰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