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

  •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입력 : 2016.09.30 09:57

    "무엇을 위해 대학을 다니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가?"


    "취직해야 하니까!"
    "미래는 막연하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고!"
    "빚을 지면서까지 이렇게 대학에 다녀야 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사진=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지난 2014년 1월부터 방송됐던 EBS 다큐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라는 본원적 질문의 프로그램을 최근 MBA 수업을 듣다가 보게 되었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리얼한 모습을 그들의 눈(카메라)으로 바라보고('어메이징 데이'), '인재의 탄생'(미래를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에 대한 멘토링 사례), '말문을 터라'(질문하지 않는 청춘들을 향한), '생각을 터라'(학생들의 창의적, 가치지향적 생각을 돕는 교수들의 혁신적 수업사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음이 아팠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현실을 이 방송을 통해 처음 접한 것은 아니다. 다큐의 내용이 우리가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그들을 가끔 리더십 특강현장에서 만나 힘든 대학생활과 고민들을 들으면서 함께 교감하며 ‘인생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나누기도 한다. 이 방송이 2년 전 내용임에도 지금의 대학생들의 모습과 그리 달라진 점이 없는 듯 하여 더욱 안타까웠다.


    "세상은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라 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어느새 우리는 갈 길을 잃었다!"


    그들의 아우성이다. 이미 상아탑에서 취업공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인 대학에서 오직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의 대학생들. 인생의 행복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막연한 스펙 쌓기, 혼밥(취업 준비 등 바쁜 생활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 혼자 밥 먹기), 아사(취업 준비, 학점 관리 등에 집중하기 위해 대중과 소통을 끊고 사는 자발적 아웃사이더), 학자금 대출, 월셋방 구하기, 피 말리는 면접시험의 연속… 다큐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삶은 무엇보다 그들이 원하는, 그들이 살고자 하는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다큐의 제목처럼 "내가 왜 대학에 가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그들에게 대학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0여 년 동안 자신이 애써온 만큼의 '인생의 결승점'이 아니라 단지 '취업의 관문'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류의 방송이 우리 대학생들의 모습을 모두 대변할 순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싶다. 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학창시절을 즐기면서도 얼마든지 인생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자신의 미래를 행복하게 설계할 수 있다. 각종 자기계발서, 언론, 강연 등에서 자꾸만 청춘은 힘들다, 어렵다, 참아라, 열정을 가져라, 희망을 가져라 하는 것은, 진부함을 넘어 청춘들이 사회구조적 결함을 당연시 생각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아무튼 다큐는 다시 한번 우리의 교육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대학생들이 인생의 진정한 사명을 찾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아이들이 초∙중∙고 시절, 부모들의 교육적 인식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아이가 공무원, 의사, 변호사 등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좋아 보이는 직업을 막연히 갖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이기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변화하는 부모에 의한 가정에서의 밥상머리 교육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경영학의 인사관리 이론에서 기업이 사람을 채용할 때 기본전제가 '사람은 절대 변화지 않는다'라는 것이 있다. 즉 사람의 성향이나 인성, 리더십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조직의 환경과 상황에 맞고, 조직에 들어오긴 전 이미 좋은 인성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찍이 어린 시절부터 아이의 인성을 길러주고 아이가 좋아하고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찾아주는 교육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는 이유가 된다.


    둘째, 한국 대학들의 교육 문화, 시스템의 대 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점은 지금까지 많은 교육계 리더들이 주장해 오고 있으며,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것과 함께 교수 즉, 스승(선생님)의 교육적 자질과 인성, 교수법 또한 중요하다. 다큐의 마지막 6부에서 세 교수의 혁신적 수업 사례를 보여주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의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학생 전체보다 위대한 스승은 없다"며 학생들의 질문법으로 혁신적 수업을 진행하는 한 철학과 교수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생들이 좀 더 자아혁신을 하면 좋겠다. 각자가 가고자 하는 행복한 삶은 사회구조나 시스템이 모두 받쳐 줄 수는 없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찾는 삶을 꿋꿋이 살아갔으면 좋겠다. 절실함과 용기, 그리고 믿음으로…